지난달, 구글은 파트너 채널에 '광고 없는 유튜브'를 언급한 이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오직 광고로만 이익을 낸 유튜브였기에 파격적인 소식이었고, 유튜브의 수익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었습니다.
유튜브 레드, 두 마리 토끼를 노리다
필자는 지난 8월에 '유튜브는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가'라는 글을 통해 유튜브를 압박하는 경쟁자들을 언급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지만, 특수성을 갖춘 서비스들이 동영상 사업에 뛰어들면서 동영상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유튜브의 차례입니다.
유튜브는 월 9.99달러에 동영상에서 광고를 제거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Youtube Red)'를 공개했습니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제거할 수 있게 하는 서드파티 앱은 많았지만, 유튜브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건 처음이며, 뮤직키(Music Key)에 이어 두 번째 유료 서비스입니다. 당연히 광고를 제거하는 기능만 사용하고자 월 9.99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유튜브 레드 가입자는 독점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일정 기간 이후에는 누구나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우선권을 부여하는 겁니다. 또한, 내려받은 동영상을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고, 백그라운드 재생을 지원하여 유튜브 앱을 빠져나가더라도 재생이 이어집니다.
직접 유튜브 레드에 유통할 콘텐츠도 제작합니다. 워킹데드의 제작진이 참여한 유튜브의 유명 게임 채널의 크리에이터 퓨디파이(PewDiePie)의 리얼티리 어드벤처 시리즈인 '스케어 퓨디파이(ScarePewDiePie)'를 비롯하여 9개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더 제작한다고 유튜브는 밝혔습니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나 아마존을 떠올릴 수 있고, 아마존이 인수한 트위치와 경쟁할 유튜브 게이밍(YouTube Gaming)도 내놓았기에 경쟁 구도도 잡힙니다. 넷플릭스의 월 요금은 8.99달러, 훌루는 11.99달러, HBO 나우가 14.99달러라는 걸 고려하면 콘텐츠 품질에 따라서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동영상 서비스만 겨냥하진 않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유튜브 레드 구독자는 백그라운드 재생이 가능한 점에서 뮤직키를 함께 이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구글 뮤직을 포함하고, 구글 뮤직 이용자들은 유튜브 레드로 넘어가게 됩니다. 구글 뮤직의 구독료가 9.99달러였기에 구글 뮤직 이용자라면 뮤직키 기능뿐만 아니라 광고가 제거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혜택이 추가된 셈입니다.
무엇보다 경쟁자를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아닌 쪽으로 옮기면 경쟁력이 달라지는데, 유튜브 레드의 특징은 '베셀(Vessel)'과 비슷합니다. 베셀도 유튜브 레드처럼 특정 콘텐츠를 72시간 동안 독점하고, 지난 후에 유튜브 등에 게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료 서비스로서 월 구독료의 60%를 콘텐츠 제작자와 나눕니다.
그 탓으로 조회 수에 손해 볼 것이 없다면 유튜브보다 베셀에 먼저 콘텐츠를 올리는 제작자가 늘어나면서 베셀은 콘텐츠 확보에서 유튜브를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베셀의 월 구독료는 2.99달러로 유튜브 레도보다 저렴합니다.
하지만 구글 뮤직과 유튜브 뮤직키의 경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월 구독료가 유튜브 레드와 같은 9.99달러입니다. 즉, 베셀과 함께 스포티파이를 이용하거나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 이용자 중 광고 없이 유튜브를 보는 혜택에 가치를 둔다면 유튜브 레드로 양쪽 수요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구글 뮤직 이용자를 전환하여 해당 구독료를 제작자에게 돌리는 것으로 수익 구조를 베셀에 견줄 수 있다면, 독점 기간에 제작자를 베셀이 아닌 유튜브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가 베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 베셀이 더 낮은 가격이더라도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게 됩니다. 높은 구독료로 제작자에 돌릴 수익을 늘릴 수도 있으니 베셀로 나간 제작자를 다시 끌어들일 수도 있겠죠.
유튜브의 허점을 노린 베셀이나 비슷비슷한 기능으로 견주었던 경쟁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글은 유튜브 레드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물론 경쟁 서비스들의 세부 기능들까지 따진다면 모두 유튜브 레드에 몰릴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고객을 잃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도 유튜브나 베셀과 비슷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므로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기능에 중점을 둔 소비자라면 꼭 유튜브 레드가 더 나은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다만 유료화를 안착할 방법을 찾았다는 점이 유튜브에 있어서 가장 큰 횡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튜브 레드가 안정적이라면 앞으로 혜택을 추가하는 것으로 아마존 프라임과 비슷한 멤버십 구조도 마련할 수도 있을 겁니다.
유튜브 레드는 이달 2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유튜브의 의도처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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