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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스퀘어 IPO, 유니콘 거품의 희생양은 아니다

via_LA Times


 지난주, 링크드인의 회장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 절반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투자 상황을 보면 시장에 제대로 상품을 내놓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미래 가치를 두고 천문학적인 금액이 잭팟을 노려 쏠리고 있는데, 호프만은 이를 꼬집은 것입니다.
 


스퀘어 IPO, 유니콘 거품의 희생양은 아니다
 
 지난 7월, 스퀘어는 IPO를 신청했습니다. 트위터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잭 도시(Jack Dorsey)가 설립한 스퀘어는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의 하나로 IPO 직전까지 기업 가치는 60억 달러 수준이었고, 최근 화두인 모바일 결제에서 두각을 보인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IPO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았죠.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퀘어는 2,700만 주를 주당 9달러에 IPO를 통해서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상장 첫날 장중한때 공모가보다 64% 오른 14.78달러까지 치솟았으며, 45% 상승한 13.07달러에 장을 마감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문제는 첫날 거래만 보면 성공적이지만, 이전 IPO를 진행한 유니콘 기업이나 IPO 전 스퀘어의 기업 가치를 생각하면 그렇게 폭발적인 수치의 자금을 조달하진 못했다는 겁니다. 공모가를 토대로 했을 때 스퀘어의 기업 가치는 고작 33억 달러 수준이며, 이번 IPO로 4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IPO 신화로 불리는 페이스북이나 알리바바가 아니더라도 올해 초 기업 공개한 클라우드 업체인 박스(Box)는 IPO 전 기업 가치는 24억 달러로 평가받았고, 첫날 거래에서 시가총액은 27억 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또한, 6월에 상장한 피트니스 웨어러블 업체인 핏빗도 당초 3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한 기업 가치를 넘어 첫날 거래에서 시가총액이 60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되면서 올해 저조했던 뉴욕 증시 IPO의 부활이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반면, 스퀘어는 IPO 전 공모가를 11~13달러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9달러로 책정했고, 첫날 거래 후 시가총액은 41억 달러로 집계되어 IPO 전 기업 가치인 60억 달러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상기한 핏빗은 주가가 고공행진하여 시가총액이 90억 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 수준으로 내려앉았는데, 기업 가치만 불린 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걸 스퀘어의 상황이 방증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나 스퀘어 CEO가 도시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도시는 트위터의 IPO에도 참여했고, 2배 가까이 올랐던 트위터의 주가도 현재는 공모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스퀘어가 IPO를 신청할 7월만 하더라도 박스나 핏빗의 사례가 작년 알리바바 이후 끊긴 대박 IPO의 대상으로 기대감만 스퀘어에 부풀렸지만, 지금와서는 유니콘 기업 거품론만 가중시키면서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스퀘어의 IPO는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라는 답을 내릴 수 있습니다. 유니콘 거품의 희생양이라고 말이죠. 그러나 희생양으로 단안을 내리기에는 되레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최근 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 낮아졌습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은 140여개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실질적인 이익을 내는 것보다 투자사로부터 투자금을 늘리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몸집을 불렸을 때 향후 수익 모델을 제시하더라도 시장에서 생존하기 쉽다는 판단과 IPO를 통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스퀘어를 비롯하여 드롭박스나 에버노트 등의 유명한 유니콘 기업들은 수년전부터 IPO를 진행한다는 소문이 있었음에도 빠르게 IPO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트위터 등 IPO 이후 가치가 급락한 업체가 늘어나면서 상장하지 않은 유니콘 기업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빠진 것입니다.
 
 그런데 스퀘어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각기 다르긴 하겠지만, 스퀘어는 IPO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스퀘어처럼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은 대개 성장 가능성을 거의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IPO 이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규모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새로운 수익 사업을 제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스퀘어는 다른 것이 현재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계속 성장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가맹점을 늘리고, 늘린 가맹점에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는 페이팔처럼 전자 결제나 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물론 늘어난 가맹점의 수나 일반 회원 수를 성장의 방증으로 투자 유치를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단지 다른 수익 모델보다 안정적이지 못했고, 기존 대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투자 상황이 계속 좋게 흘러갈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부분 투자금이 가맹점을 확보하고, 관리하면서 결제 수수료를 처리하는 데 쓰였기에 투자사로서는 자체적인 가맹점을 확보하려는 스퀘어보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를 가맹점으로 둔 애플이나 구글 쪽을 더 안전하게 여겼습니다. 그 탓으로 한 때는 회사를 애플에 매각하리라는 뜬소문도 있었는데, 그만큼 스퀘어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IPO는 그런 스퀘어의 상황을 뒤집었습니다. 예상보다 공모가가 낮은 건 맞습니다. 다만 반대로 앞서 IPO를 진행한 유니콘들처럼 시가총액이 부풀어 올랐다면 사업 특성상 마라톤을 해야하는 스퀘어로서는 훨씬 큰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IPO를 할 수밖에 없는 투자 상황에서 상장했고, 기대치보단 낮았으나 거품론으로 시달리기보단 적정한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CEO 헨리 블로젯(Henry Blodget)은 '스퀘어는 충분히 가치 있는 기업이므로 기존 기업 가치를 사라졌다고 봐선 안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높았던 기업 가치와 IPO 상황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스퀘어의 잠재 가치를 놓고, 주가를 지켜봐야한다는 거죠. 오히려 앞으로 진행할 사업에 대해 온전히 주가로 평가 받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IPO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에 놓인 기업들과 다르게 안착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드롭박스나 에버노트는 수년 동안 IPO 시기를 검토했음에도 대규모 자금 조달을 노려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덩치를 부풀린 상태로 유니콘 기업에 대한 의심이 큰 시점에 IPO를 진행하는 건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다른 유니콘 기업이나 앞서 상장한 후 상황이 좋지 않아진 곳들보다 스퀘어는 나은 편입니다.
 
 달리 말하면 스퀘어를 기점으로 유니콘 기업들의 IPO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달아올랐던 열기는 식었지만, 투자 대상을 찾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돌아간 건 아니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