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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월마트의 연말 시즌 딜레마


 올해도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해외 직구가 늘면서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이 낯설진 않은데, 최근 몇 년 동안 블랙프라이데이의 주인공은 아마존이었습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여전히 성장 중인 아마존이 또 새로운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주목되죠.
 


월마트의 연말 시즌 딜레마
 
 반면, 기존 유통 강자였던 월마트의 사정은 다릅니다. 여전히 블랙프라이데이에 높은 매출을 기록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월마트는 작년 연말 시즌에 11월 마지막 주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5일간 할인을 진행하면서 상당히 공격적이었습니다.
 
 


 월마트가 할인 기간을 늘린 건 아마존의 영향이 큽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에 회사로 돌아온 직장인들의 쇼핑이 급증하는 사이버 먼데이가 점점 커지면서 온라인 쇼핑에 새로운 행사를 이끌도록 했는데, 오프라인 강자인 월마트는 이 기간 찬밥 신세였기에 매출 경쟁을 만회하고자 할인 행사 기간을 늘린 겁니다.
 
 하지만 아마존을 꺾을만한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사이버 먼데이뿐만 아니라 블랙프라이데이 풍속도도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기울었고, 선호도에서도 아마존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올해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로이터가 미국 성인 3,4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응답자 중 51%가 연말 쇼핑 시즌에 아마존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이 16%인 월마트였고, 타겟은 3%, 메이시스는 2%에 머물렀습니다. 또한, 온라인만 이용할 계획이라는 소비자도 지난해 6%에서 올해는 8%까지 증가했는데, 쇼핑 동향이 더욱 아마존에 기울린 겁니다.
 
 당연한 조사 결과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할인 품목부터 상세한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도 선호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건 매우 굴욕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올해 처음으로 사이버 먼데이 행사를 앞당겨 실시합니다. 본래 월요일에 할인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일요일 오후 8시부터 사이버 먼데이 행사를 진행다는 겁니다. 이유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꼭 월요일이어야 할 이유각 없다.'라는 것입니다.
 
 


 월마트의 이런 행보는 아마존으로 치우친 선호도를 행사를 앞당김으로써 상쇄하려는 목적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전체 매출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월마트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월마트는 지난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월마트 주가는 40% 가까이 폭락했고,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시달리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강화를 외치고 있는데, 아마존에 대항하여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동안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온라인에서 보면 월마트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가입 고객 규모의 차이와 구독 서비스의 충성도가 여전히 아마존의 손을 들어주므로 이런 점을 보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합니다. 월마트에 대한 전망 자체는 좋지 않지만,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죠.
 
 단지 월마트의 이 애매한 포지셔닝이 올해는 사이버 먼데이에 힘을 주는 딜레마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온라인을 강화하더라도 당장 아마존을 꺾을 순 없습니다. 사이버 먼데이 기간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온라인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한 만큼 사이버 먼데이의 성과는 절실합니다. 그것으로 월마트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판단할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일단 온라인 사업을 진행하긴 해야 합니다.
 
 그러나 월마트의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앞당긴 사이버 먼데이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체질 개선 자체에 의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 활성화에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동안 활성화 가능성을 보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므로 관례를 깬 공격적인 행사도 아마존에 밀린다면 투자자들은 3년이라는 시간을 의심할 수밖에 없겠죠.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굳이 3년 후의 월마트를 기다릴 게 아니라 아마존에 주목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고, 기존 월마트의 온라인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으니까요.
 
 온라인 사업에 주력하고자 넘어가는 단계를 밟긴 해야 하기에 올해도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월마트지만, 연말 쇼핑 시즌의 격차가 다시 비수가 될 수 있다는 게 딜레마인 것입니다. 적어도 월마트의 계획이 안정적인 도로에 오르기까진 연말 쇼핑 시즌의 딜레마는 월마트를 숨 막히게 하겠죠.
 
 


 사실 월마트의 할인 행사가 연말 쇼핑 시즌에만 집중한 건 아닙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2,000개의 할인 행사를 온라인을 통해서 진행했고, 아마존보다 4배나 많았습니다. 이 규모는 내년에 더 커질 전망입니다. 다만 연말 쇼핑 시즌의 실적이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월마트의 딜레마가 더 크게 보이는 겁니다.
 
 분석가들은 월마트의 상황이 온라인에 늦게 대응한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백화점과는 다르면서 아마존이 가파르게 성장할 동안 온라인 사업을 부수적인 것으로 놓아둔 월마트가 현재는 벌어진 큰 격차를 감당하고자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입니다.
 
 물론 월마트가 이겨내야 할 과제입니다. 월마트는 빠른 배송이나 드론 활용, 온라인 픽업 서비스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당장은 비판을 감수해야겠으나 이겨낼 토대를 갖췄을 때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