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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슬랙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이유



 협업 솔루션 스타트업 슬랙의 최근 기업 가치는 28억 달러 수준입니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의 성과이고, 슬랙의 파급력은 기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죠. 특히 고전적인 소통 방식인 이메일을 잠식할 가능성이 큰 존재로도 유명합니다.
 


페이스북, 슬랙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이유
 
 그런데 슬랙이 막 폭발적인 성장을 한 2014년에 페이스북이 슬랙과 비슷한 협업 솔루션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나옵니다. 당시 페이스북은 BYOD 동향에 맞춰 기업 내 직원들의 자발적인 소통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으나 보안과 업무 방해를 원인으로 업무 중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업 정책에 골머리를 앓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1월, 페이스북은 비공개로 시험한 협업 솔루션 '페이스북 앳 워크(Facebook at Work)'를 출시하여 더 많은 업체가 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앳 워크의 기능은 일반 페이스북과 거의 똑같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계정 권한인데, 앳 워크를 이용하는 기업은 별도의 관리자 계정을 열어야 하고, 직원은 직원 계정을 관리자에 승인 받는 것으로 앳 워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계정을 가진 직원이라면 싱글 사인 온(Single Sign On ; SSO) 방식으로 계정을 통합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일반 계정과 직원 계정의 데이터를 분리됩니다.
 
 분리된 계정의 이용은 간단합니다. 앳 워크는 웹과 모바일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일반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뉴스피드가 첫 화면으로 나타나고, 정보를 받거나 게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 등 이벤트를 설정하거나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죠.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그룹입니다. 슬랙의 채널과 비슷한 역할인데, 업무 협의를 위해 부서를 연결할 그룹, 사내 밴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그룹, 사내 여성들만 이용할 수 있는 그룹 등 다양한 형태의 그룹을 생성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뉴스피드를 채울 수 있습니다.
 
 전 세계를 연결한 페이스북을 축소하여 회사만을 연결하는 겁니다. 다만 슬랙과의 경쟁을 생각해서는 기능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기능은 두 서비스가 비슷하지만, 슬랙은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확장성을 강조한 서비스입니다.
 
 드롭박스, 행아웃, 페이퍼트레일 등 서비스를 슬랙과 통합할 수 있고, 해당 서비스들의 기능을 슬랙에 확장하는 것으로 훨씬 다양한 활용을 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행아웃으로 영상 통화하거나 주문받은 파일을 드롭박스로 공유하는 등 말입니다.
 
 


 슬랙과 비교하면 앳 워크의 기능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슬랙이 아닌 힙챗이나 큅 등의 서비스와 비교해도 기능에서 큰 차별점이 없으니까요. 슬랙과의 경쟁을 충분히 의아하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앳 워크의 성과는 썩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앳 워크와 연결할 수 있는 별도의 메신저 앱인 워크챗(WorkChat)을 공개했고, 앳 워크를 이용한 업체가 1월부터 지금까지 300여 곳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앳 워크에 참여하는 업체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하고, 대형 은행인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The Royal Bank Of Scotland ; RBS)는 연말까지 3만 명, 2016년까지 10만 명의 직원이 앳 워크를 사용하게 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슬랙의 대부분 고객은 중소규모의 팀 단위 기업입니다. 실상 슬랙의 장점이라는 확장성은 특정 서비스에 뚜렷한 이용 의지가 있는 그룹에 의미가 있고, 솔루션을 단일화해야 하는 대규모 그룹에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확장성이 확대할수록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아닌 서비스의 구분에 회사는 계속 지출을 해야 하니 말입니다. 또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큰 연령층도 중요합니다. 전 직원에 협업 솔루션을 적용하기에 그 점은 매우 중요하죠. 그래서 슬랙은 기술 활용에 적극적인 동종 업계가 아니고는 중소규모 그룹에 머물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은행이라는 슬랙이 진입하기 어려운 조건의 기업에서 앳 워크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슬랙의 하루 이용자는 170만 명 수준인데, 앳 워크는 300개의 시험 기업 중 한 곳에서만 1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300개의 모든 기업이 10만 명의 동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의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과를 낸 원인은 기존 페이스북과 똑같은 형태의 서비스인 탓으로 보입니다. 기술 동향에 밝지 않더라도 이미 페이스북을 이용하던 직원이라면 앱을 설치하고, 계정을 만드는 것으로 쉽게 앳 워크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인터페이스에 직장 전용이라는 전제만 붙이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건 메신저 앱을 닮은 워크챗도 마찬가지이죠.
 
 즉, 앳 워크는 확장성은 부족하지만, 익숙함을 장점으로 다양한 성향의 직원에 적용하고, 중앙 관리자가 많은 수의 직원을 관리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새로운 기술 적용에 보수적인 대기업이나 기술 업계와는 동떨어진 기업이 부담 없이 앳 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겁니다.
 
 이는 초기 사용자 확보에서 페이스북이 슬랙보다 유리한 이유입니다.
 
 


 단지 명확한 비교를 아직 할 수 없는 건 앳 워크는 시험 단계이며, 슬랙은 이미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료로도 슬랙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수익 모델이 없는 앳 워크와 정면에서 맞붙고 있는 건 아니죠. 그리고 슬랙 외 힙챕이나 큅,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야미도 경쟁 대상입니다.
 
 협업 시장이 막 형성된 시점이므로 페이스북의 접근성이 유리하다는 것이지 완전한 승자가 되었다는 건 아니니까요. 앳 워크의 강점이 드러난 만큼 슬랙은 더 넓은 수요층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은 앳 워크로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쟁점이 될 겁니다. 기존 페이스북처럼 광고 사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유료 서비스를 할 만큼 대규모 그룹의 업무 효율을 올릴 수 있을지, 시간이나 잡아먹는 존재일지 알 수 없기에 흥미로운 경쟁이 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