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 재단의 프로젝트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웹을 이용하는 경험에 변화를 주는 것이 실질적인 목표인 탓에 웹 브라우저 엔진, 프로그래밍 언어, 운영체제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매출이 파이어폭스와 검색 엔진 제휴에서 나온다는 거였죠.
모질라, 8개월 만에 광고 중단하다
지난해, 모질라는 야후와 손을 잡았습니다. 작년까지는 구글과 계약하여 3년 동안 9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야후로 옮겨간 것입니다. 그 밖에 러시아에서는 얀덱스, 중국에서는 바이두가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되고, 이는 모질라의 매출의 대부분입니다. 다만 구글이 안정적인 지원자로서 한동안 모질라 매출의 90% 가까이 책임진만큼 구글과의 결별이 모질라의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모질라는 자사 광고 상품인 '서제스티드 타일(Suggested Tiles)'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앞서 2월에는 '디렉토리 타일(Directory Tiles)'이라는 신규 이용자를 겨냥한 광고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기에 서제스티드 타일은 모질라가 본격적으로 광고 사업을 시작하는 실마리라고 해석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난주에 모질라는 '서제스티드 타일을 중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8개월 만입니다. 모질라의 다렌 허만(Darren Herman)은 '파이어폭스에 탑재하는 광고가 좋은 사업일 수는 있어도 우리와 맞지 않은 것이다.'라면서 '좀 더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광고를 중단하는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질라는 그동안 의존한 구글 검색 광고를 중단한 것이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점유율 상승도 있었지만, 사용자 정보 보호 기능을 강조하는 특성에 사용자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내는 검색 광고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모질라는 구글이 빠진 매출 구멍을 채우고자 자체적인 광고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규모가 커진 프로젝트들을 유지할 방도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래서 비판도 많았지만, 모질라가 각 프로젝트를 유지하려면 광고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질라는 광고 사업을 빠르게 정리한 겁니다.
모질라가 사용자 경험이 이유라고 했지만, 광고를 시작한 목적에 빗대어보면 모질라의 매출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매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 광고 사업은 규모 유지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였을 테니까요.
지난달, 모질라는 구글 검색 광고 없이도 충분히 더 나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구글과 결별한 지 1년간 모질라의 상태가 어땠는지 얘기한 것으로 야후뿐만 아니라 바이두와 얀덱스, 그리고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과도 제휴와 지원을 받게 된 것이 모질라에 긍정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실상 모질라는 구글에 지원받는 상황이었지만,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계속 빼앗기는 상황이었습니다. 구글이 안정적인 조력자이긴 했으나 점유율을 계속 빼앗긴다면 결과적으로는 구글에서 모질라는 매력적인 조력자가 아닐 가능성이 컸죠. 모질라의 활동 영역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그러나 구글과 손을 놓게 되자 구글의 경쟁자들이 모질라의 조력자가 되었고, 모질라는 다시 파이를 키울 기회를 얻은 것과 함께 매출 상황도 나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은 광고 영역에서 구글과 경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빙의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모질라를 선택한 것입니다. 모질라와 똑같이 크롬을 견제해야 하기도 하니까요.
구글 없는 1년의 성과가 비판적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광고 사업에서 모질라를 물러나게 한 셈입니다.
당연하게도 모질라의 재정이 악화한다면 다시 광고를 시작할 수 있겠지만, 재정과는 별개로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 탓에 광고 사업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점점 희미해질 것입니다.
대신 최근 모질라는 iOS용 파이어폭스를 출시하면서 모바일 웹 브라우저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모바일 웹 브라우저 점유율도 크롬과 사파리가 압도적이지만, 활로로서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모바일이 모질라의 새로운 수익 사업 기반이 될 수도 있겠죠.
구글과의 결별 이후 안정성을 찾은 모질라가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유지하고, 새로운 매출 창출을 계획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야후와의 계약은 4년 남았고, 야후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모질라에 새로운 조력자는 금방 필요해질 테니 말입니다.
'IT > IT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뇨 측정하는 구글, 분석하는 IBM (3) | 2015.12.15 |
---|---|
드롭박스, 메일박스는 왜 밀려났나 (0) | 2015.12.11 |
아마존 프라임 에어, 이제 운용 방법을 논할 때 (3) | 2015.12.04 |
LA, '자율 주행 차량으로 큰 그림' - 자동차의 미래는 어떨까? (0) | 2015.12.03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의 PC 리모트 지원 (2) | 2015.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