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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슬링샷-리프-룸' 전부 없앤다


 페이스북의 핵심은 페이스북이지만, 그 밖에 가지를 친 앱들이 많습니다. 페이스북 앱에서 떨어져 나온 메신저나 기능만 떼놓은 그룹, 관리자들을 위한 페이지나 광고 앱 등 페이스북 앱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조 역할이 아닌 완전히 독립적인 앱들도 몇 가지 있죠.
 


페이스북, '슬링샷-리프-룸' 전부 없앤다
 
 슬링샷은 스냅챗과 비슷하게 전달한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되는 기능을 탑재한 메신저입니다. 리프는 동영상 제작 앱이며, 룸은 별도의 비밀스러운 그룹을 만들 수 있는 앱이고, 많은 호응을 얻은 제품들은 아니지만, 페이스북이 여러 시도를 계속 한다는 점에서 중요했었죠.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들 앱의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사내 크리에이티브 랩스가 개발한 슬링샷, 리프, 룸의 3개 앱을 앱스토어에서 제거했습니다. 기존 사용자들은 당분간 앱을 이용할 수 있으나 룸은 이달 23일이면 서비스가 완전히 중단되며, 나머지 서비스들도 곧 종료일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이런 결정은 서비스의 종료보다도 크리에이티브 랩스를 해체하는 순서에서 나온 것으로, 아직 타임라인 앱인 페이어, 유명인 전용 앱인 멘션, 사진 공유 앱인 모멘츠는 정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앱들도 종료될 여지는 있지만, 모멘츠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에 좀 더 지켜보는 방향일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독립적인 앱 전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작년입니다. 1년동안 9개의 단일 앱을 내놓았고, 올해 초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의 임원인 조던 뱅스(Jordan Banks) '올해 더 많은 단일 모바일 앱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예고한 것처럼 단일 앱이 늘어나진 않았고, 3개 앱의 종료는 페이스북이 이 전략을 포기했다는 걸 방증합니다.
 
 지난 11월, 페이스북은 메신저 앱에 1시간이 지난 메시지를 자동으로 삭제하는 기능을 프랑스에서 시험했습니다.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반응을 시험하고 있고, 이는 스냅챗에 대한 대응 기능으로 해설되었는데, 이미 슬링샷이라는 단일 앱이 있는 상태였기에 메신저에 기능을 추가하는 건 슬링샷을 침범하는 것이었죠.
 
 그렇기에 3개 제품의 서비스 종료는 기존 페이스북 앱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단일 앱 전략을 포기한다는 걸까요?
 
 


 사실 전략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닙니다. 상기한 모멘츠도 있지만, 페이퍼도 생존했으며, 최근에는 '노티파이'라는 단일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세부적으로 본다면 외부 활동을 배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옮겼다고 봐야 합니다.
 
 페이스북이 단일 앱 전략을 추구했던 건 페이스북만으로 다양한 사용자층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냅챗은 10대들의 인기를 끌었고, 공개적인 장이 아닌 폐쇄적인 소셜 미디어 수요를 위한 게 룸이었죠. 중요한 건 슬링샷이나 룸은 페이스북 계정과 연결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건 페이스북이 인수한 별도의 계정을 만들 수 있는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운영 방식으로 단일 앱은 페이스북과 큰 접점을 두지 않으면서도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별도의 수요를 창출하는 목적이었습니다. 외부 서비스로 키우는 거죠.
 
 반면, 노티파이나 기존 서비스들은 페이스북과 연결하거나 페이스북의 기능을 증폭하는 역할을 합니다. 노티파이가 직접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건 아니지만, 노티파이로 접한 콘텐츠를 이용자가 공유할 수 있고, 비슷하게 페이퍼는 타임라인의 콘텐츠를 나열하면서 페이스북과 접점을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서 의아한 건 리프인데, 리프도 분명히 동영상을 제작하여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앱입니다. 대신 리프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 외 활동을 모두 단일 앱으로 소화해야 했고, 핵심적인 기능이 아님에도 단일 앱으로 외부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페이스북과 깊은 접점을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즉,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앱에 집중하는 것도 있지만, 단일 앱 전략으로 외부 활동을 늘려서 여러 수요를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 앱이 페이스북의 보조적인 역할로 페이스북 이용자가 접점을 통해 이용하도록 수정한 거로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말 같지만, 페이스북 외부에서 수요를 늘리려는 것과 페이스북 내부 수요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전혀 다릅니다.
 
 페이스북은 젊은 수요를 끌어당기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내놓은 게 단일 앱이었는데, 단일 앱의 실패로 볼 수도 있으나 의지가 있었던 만큼 현재는 수요 창출에 여러 가지를 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방증이죠.
 
 


 그렇다고 새로운 수요가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최근 인도 등 신규 지역에 집중하기로 한 것과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등 인수한 서비스의 활약이 단일 앱 전략의 방향을 바꾸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주, 페이스북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기능을 페이스북 앱에 추가했습니다. 단일 앱 전략을 유지했다면 트위터의 페리스코프처럼 별도 앱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페이스북 앱에 집어넣은 탓에 되레 이용자를 늘리고, 마케터에 더 나은 기회가 되었다고 필자는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꼭 단일 앱이 아니더라도 페이스북에 새로운 수요를 가져다줄 수도 있겠죠. 페이스북의 변화한 단일 앱 전략이 페이스북의 고질적인 수요 창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