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떨어지는 오프라인 방문객, 그리고 성장하는 온라인 거래에 대응하고자 3년간 온라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픽업 서비스나 3일 배송 멤버십, 드론 운용 등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이런 행보는 온라인 강자인 아마존과 비교할 수 있었죠.
아마존, 월마트에 PB 상품으로 대응하나
월마트가 온라인 공세에 힘이 부친 건 맞지만, 경쟁사인 아마존이 기뻐할 일은 아닙니다. 늦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매장 수가 훨씬 적은 코스트코나 심지어 관계사인 샘즈클럽이 월마트의 영역을 잠식하는 탓에 온라인 사업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월마트가 온라인에서 아마존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파이를 빼앗기는 건 아마존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니죠.
아마존의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Amazon Prime Membership)'의 가입자는 4,100만 명 수준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에는 '프라인 인스턴트 비디오', '프라임 뮤직' 등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해있지만,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등의 구매 혜택도 가질 수 있죠.
미국 투자 은행 코웬앤코(Cowen & Co)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의 가입자의 평균 소득은 6만 9,900달러로 일반 아마존 고객의 6만 2,900달러보다 높았고, 5만 6,000달러의 월마트보다도 24.8% 높습니다. 평균 연령도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36.5세로 나타났지만, 월마트는 42세로 나타났는데, 이는 30~40대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월마트보다 아마존을 주로 이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 조사 업체 슬라이스 인텔리전스(Slice Intelligence)는 지난 사이버먼데이 총 거래액의 36.1%가 아마존에서 발생했으며, 구매한 물품 중 의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코웬은 2017년이면 아마존이 메이시스를 제치고 최대 의류 소매점이 되리라 예상하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아마존은 자체적인 의류 생산 라인을 시작할 수 있다는 여지도 줬습니다. 프리미엄 쇼핑몰인 샵밥을 인수하거나 패션 전문 스튜디오를 여는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에 PB(Private Brand)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미 아마존은 작년부터 프록터앤드갬블(P&G)과 제휴하여 기저귀, 물티슈 등 '아마존 엘리먼츠(Amazon Elements)'라는 자체 브랜드를 씌워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5월에는 우유와 시리얼 등 식품 상품 제조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PB 상품을 점점 늘리겠다는 겁니다.
아마존이 PB 상품에 접근하려는 배경에는 코스트코의 '커클랜드'가 있습니다. 커클랜드는 코스트코의 PB 브랜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코스트코 매출 중 커클랜드가 차지하는 부분은 20% 수준이지만, 브랜드 가치는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코스트코를 방문하는 이유의 하나가 될 만큼 커클랜드는 성장했고, 회원제라는 코스트코의 특성상 커클랜드 상품의 구매는 코스트코 고객에 일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매출 비중은 적더라도 커클랜드의 브랜드로 코스트코 이용을 늘릴 수 있고, 고스란히 매장 내 여러 경험의 단초가 되는 거죠.
필자는 지난해 아마존 엘리먼츠에 대해 '지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생필품이라면 프라임 고객을 유지하기 좋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를 좀 더 확장하여 커클랜드에 비춰보면 아마존의 자체 브랜드 이용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프라임의 다양한 혜택에 접근하게 할 단초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고객을 유치하고, 프라임 혜택으로 쉽게 옮겨놓을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코스트코를 겨냥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온라인 사업 강화를 선언한 월마트는 지난 5월에 프라임에 견줄 3일 배송 멤버십을 선보였습니다. 프라임처럼 혜택이 많은 건 아니지만, 50달러나 저렴하며, 여러 혜택을 필요로하지 않는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로 쇼핑에만 프라임 혜택이 필요했던 소비자라면 월마트의 멤버십이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프라임을 복합적인 혜택 덩어리로 만든 아마존으로는 프라임을 더욱 쇼핑과 밀접한 멤버십으로 개선해야 하고, 이미 회원제 운영으로 성과를 낸 코스트코의 PB 상품 전략을 온라인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연 50달러 회원제의 웹사이트인 '제트(Jet)'가 온라인 코스트코를 표방하면서 대량 판매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기에 회원제 가격, 대량 판매 전략의 포지셔닝을 가질 수 없다면 PB 상품이라는 남은 포지셔닝을 먼저 가져가려는 움직임은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마존이 PB 상품에 손대는 것을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문어발 확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월마트의 온라인 사업 확대가 아마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므로 나름대로 생존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는 것도 틀린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약간의 타격도 실적에서 예민하게 작용하므로 대비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이 월마트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는 있어도 2차전이 시작된 것과 다르지 않으니 말입니다.
아직 아마존이 커클랜드처럼 세부적인 PB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아닙니다. 단지 월마트의 진입이 시작된 상황에서 PB 상품에 대한 아마존의 접근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흥미롭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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