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때로 돌아가 봅시다. 플랫폼 경쟁사인 애플은 잘나가는 스마트폰 제조사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노키아와 협력하여 루미아 브랜드를 미는 중이어서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까지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하여 삼파전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이 넥서스 스마트폰을 직접 만드는 것에 대한 단상
 
 물론 구글의 산하가 된 모토로라가 모토(Moto) 시리즈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래퍼런스 위치인 '넥서스(Nexus)' 시리즈가 기대와 다르게 모토로라의 손에서 생산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래퍼런스 정책은 외부 업체들과 협력하여 더 다양하게 바뀌었으며, 결국은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해버렸죠.
 
 


 덕분에 구글이 넥서스를 직접 제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아졌는데,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구글이 OEM 업체들과 접점을 줄이고, 자체적으로 제조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인 픽셀 C처럼 이후 넥서스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할 계획을 세웠다.'라고 전했습니다.
 
 구글이 넥서스 시리즈를 직접 제조할 것이라는 건 꽤 오래된 소문이지만, 많은 협력 업체와 손을 잡은 구글과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위해서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종종 볼 수 있었고, 지난해 출시한 '넥서스 5X'와 '넥서스 6P'도 각각 LG와 화웨이가 제조하면서 기존 넥서스 정책을 유지하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다시 구글이 넥서스 시리즈를 직접 개발한다는 소식이며, 더 인포메이션의 보도로는 올해 출시한 넥서스 스마트폰은 HTC가 제조하지만, 구글이 HTC의 제조 과정에 심하게 관여하면서 HTC의 불만이 고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제조사에 대한 간섭을 늘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픽셀 C인데, 구글은 크롬북인 픽셀 시리즈는 직접 생산했었지만,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태블릿 제품을 선보인 건 픽셀 C가 처음입니다. 역대 넥서스 시리즈에 속한 태블릿은 에이수스, 삼성, HTC가 제조사로 참여했는데, 그건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의 기둥에 제조사들이 있다는 방증이었고, 크롬과는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구글은 픽셀 C를 통해서 구글이 직접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걸 알렸습니다. 구글이 직접 만든 넥서스 스마트폰의 등장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죠. (넥서스 Q라는 제품도 있었지만, 논외로 둡니다.)
 
 


 더 인포메이션의 보도대로라면 구글이 직접 넥서스 스마트폰을 만들더라도 내년은 되어야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구글이 직접 넥서스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그 이유는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2014년 6월, 구글이 개최하는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 2014에서 당시 부사장이던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는 뉴욕타임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만 하드웨어에 손을 댄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업 방향이야 계속 바뀌었던 구글이기에 이 발언이 현재까지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말대로라면 이미 출시한 픽셀 C가 왜 구글 손에서 태어났는지 이해하기 쉽습니다. 픽셀 C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했지만, 넥서스 시리즈와 다르게 서피스나 아이패드 프로처럼 전용 키보드 액세서리를 지원하면서 생산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픽셀 C가 안드로이드 기반의 생산성 태블릿은 아니지만, 구글이 설계했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발전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MS가 컨버터블 PC인 '서피스북'을 선보여서 화제를 모았는데, 기존 서피스 시리즈처럼 태블릿이 아닌 노트북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것으로 기존에도 컨버터블 PC는 존재했으나 서피스북이 컨버터블 PC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몇 년 전과 다르게 스마트폰의 발전은 매우 더디면서 정형화한 상태가 되었는데, 그런 탓에 많은 제조사가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면서 구글이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발전 방향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포화 시장이 된 탓에 상위 제조사들은 판매고를 늘리고자 차별화를 더할 자체적인 플랫폼 형성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안드로이드의 발전을 더욱 느리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조사들의 플랫폼 전략이 안드로이드에 위협적인 수준인 것도 아닌데, 대신 느려진 속도로 하드웨어적인 차별화에서도 제조사들을 제어하기도 어려워졌으니 자사가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방향과 차별성을 몸소 보여주고자 스마트폰을 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고로 직접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제조사와 경쟁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를 움직이게 할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일 수 있기에 훨씬 실험적인 기기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딥러닝(Deep learning)인데, 구글은 자사 3D 증강현실 기술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탱고(Project Tango)와 딥러닝을 결합하고자 프로젝트 탱고의 이미지 처리 칩을 개발한 '모비디우스(Movidius)'와 협력하기로 지난달에 발표했습니다. 모비디우스의 칩 기술을 이용해서 안드로이드 기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한다는 것인데, 이를 전체 플랫폼에 적용하려면 제조사가 이미지 처리 칩을 탑재하도록 제휴 조건을 내걸어야 합니다.
 
 다만 포화 상태에서 새로운 시도에 주춤하는 제조사를 설득하긴 어렵겠죠. 그렇다면 직접 스마트폰을 설계하고, 딥러닝 기술을 탑재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실현하고, 시장에 보여주는 게 더 쉬운 방법이자 의도대로 기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태 구글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기기는 픽셀로 구분했기에 넥서스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아닌 픽셀 브랜드를 달고 나올지도 모릅니다. 브랜드가 어떻다고 해서 구글의 의도가 바뀌진 않겠지만, 넥서스 스마트폰은 그대로 외부 제조사가 만들 여지는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구글이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하게 되었을 때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종속해야 하는 제조사들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이 차별성을 가지고 나섰을 때 해당 차별성을 경쟁력으로 가지려 할 것인지, 아니면 진행 중이던 자체 플랫폼을 차별성으로 내세워 구글과 경쟁할 것인지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구글은 큰 손해 없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면서도 제조사들을 압박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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