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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은 왜 강력하게 느껴질까?

via_Destination 360


 오늘날 오프라인 서점 사업이 어렵다는 건 비단 한국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상 책만 판매하는 서점의 역할을 끝난 지 오래이며, '문화적인 공간'이라는 표현 속에 서점 안의 사업을 다각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그것이 온라인 서점의 성장 탓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은 왜 강력하게 느껴질까?
 
 지난해, 미국 대형 서점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은 대학가를 제외한 워싱턴 DC 전역의 모든 서점의 문을 닫았습니다. 새로운 지점을 열긴 하겠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로 대규모 서점은 열지 않겠다는 방침이고, 그만큼 대형 서점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첫 번째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습니다.
 
 


 작년 처음 오픈한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Amazon Books)'는 아마존 설립 20년 만에 처음 생긴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반스앤노블이 서점을 접는 와중에 아마존은 새로운 서점을 열고 있는 셈인데, 대형 업체들이 안정적인 사업 규모를 가지고 고객과 소통하는 목적의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건 흔한 일인 탓에 특별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마존은 돈을 잘 벌고 있으니 오프라인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간단하게 말하는 것도 사실과 크게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투자는 없겠죠.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책을 추천했을 때 실제 오프라인에서는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1호점을 연 시애틀은 아마존의 조사한 바로는 2014년부터 2015년 4월까지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중 주민들의 일반 서적, 잡지, 신문 구독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지만, 독서량이 크기에 오프라인 반응을 살피기 가장 좋은 지점이므로 1호점에 낙점된 겁니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물건만 구매하는 게 아니라 서점에서 직접 책을 만져보고, 아마존이 추천하는 책을 읽어보는 등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아마존이 오프라인 데이터를 온라인 데이터와 합쳐서 더 나은 도서 추천을 하려는 방안으로도 아마존 북스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아마존은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400개가량 더 열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만약 아마존이 400개의 매장을 확보하면 대형 서점 순위 2위에 오르게 됩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학가에 마련 중인 수령 센터의 계획과 맥락이 같습니다. 반스앤노블이 매장을 정리하면서도 대학가만을 배제한 것은 책의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이에 대응하고자 온라인에서 구매한 도서를 직접 받을 수 있는 수령 센터를 대학가에 마련하고 있는데, 이를 대형 서점으로 확장했을 때 경쟁 서점 체인과의 경쟁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겠죠. 아마존 웹 사이트에 '대학생을 위한 추천 도서'라고 나열하는 것보다 학교를 오가는 수요를 붙잡는 것이 상기한 오프라인 데이터를 얻기에 효율적이니 말입니다. 그런 오프라인 반응을 바탕으로 대학생을 위한 추천 도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만을 위해서 매장을 수백개 늘린다는 건 위험 부담이 큽니다. 문을 닫고 있는 서점이 많은 상황이라 더욱 과간한 투자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그런데도 마치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을 평정한 다음이기에 오프라인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것처럼 얘길합니다.
 
 여기서 필자는 아마존의 서점 확장 소식에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 떠올랐습니다. 츠타야 서점은 현재 1,4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일본의 대형 서점 업체지만, 중요한 건 일본 내 도서 시장조차 아마존이 평정한 상태에서 유일하게 성장 중인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데 있습니다.
 
 


 츠타야 서점의 모회사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ulture Convenience Club)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는 '고객들이 새로운 생활 양식을 찾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자 츠타야를 만들었다.'라면서 직접 집필한 책인 지적자본론에서 츠타야는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서점이 책만 파는 공간을 넘어선 지 오랜 된 건 일반적인 일이고, 무엇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물건을 판매하는 것으로만 이익을 내기보단 경험을 판매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건 현재는 매우 상식적인 단계입니다. 그런데도 유독 츠타야 서점이 떠오른 건 서점이면서 이런 오프라인 사업을 가장 잘 이끄는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츠타야 서점이 특이한 건 신간이나 추천 도서를 잘 보이는 곳에 모아두는 것에 머물지 않고, 찾는 책이 어디에 있는 알려주는 직원에 그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북 소믈리에'로 불리는 직원이 책과 관련한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채 고객에게 책을 설명하거나 직접 작성한 소개 글을 함께 진열합니다. 그렇게 추천받은 책을 매장에서 읽기도 하고, 매장 안에는 책 외 다양한 상품을 배치하되 진열한 책의 장르와 맞추거나 여행객들을 위한 여행 컨시어지를 마련하는 등 츠타야에 들렀을 때 상품을 구매하는 것만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니까 매장에서 책을 읽는 등의 경험은 일반적이지만, 방법을 제시하는 것만 아니라 실질적인 경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끊임없이 마련하고 제시합니다. 굳이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책과 관련하여 직원들과 얘기하거나 도서관처럼 공부하거나 작년 여름부터는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 로봇인 페퍼를 배치하여 들릴 때마다 새로움을 주고자 합니다. 이는 경험의 연속성에서 중요한 부분이고, 각 매장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특성이 츠타야가 아직도 성장하는 오프라인 서점이 될 수 있게한 원인입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늘리려는 건 여타 대형 서점처럼 경험의 확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단지 츠타야에 북 소믈리에가 있는 것처럼 아마존은 아예 온라인에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서를 추천하고, 별점과 주요 리뷰를 함께 전시하는 등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책에는 가격이 붙어있지 않고, 온라인 가격과 동일하면서 아마존 앱을 이용해서 확인할 수 있게 여타 서점과 차별화하고 있죠.
 
 그리고 킨들, 킨들 파이어, 파이어 TV와 에코 등 아마존의 전자 제품도 아마존 북스에서 판매하는 데, 판매뿐만 아니라 별도의 컨시어지를 마련하여 아마존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제품과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이것만 하더라도 아마존 북스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 외 기존 서점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달초 리코더의 보도로는 아마존이 준비 중인 오프라인 매장이 아마존 북스와 다른 형태를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형 할인 마트를 얘기하는 건 아닐 테고, 결국에는 복합적인 아마존의 매장일 텐데, 모든 매장이 1호점이 제공하는 경험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다케오의 시립도서관은 쇠락하는 온천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되었고, 연간 100만 명이 이 도서관을 보기 위해 다케오를 방문합니다. 그런데 해당 도서관은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라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지원으로 도서관 내부에 스타벅스와 츠타야 서점이 입점해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츠타야 서점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자랑하면서 츠타야에서 다른 경험을 하려는 고객을 다케오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조금 앞서 나가서 아마존은 최근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게임 제작 엔진인 럼버야드(Lumberyard)를 공개하면서 게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이런 행보를 복합적인 콘텐츠 사업으로 묶어놓고, 아마존 북스가 보여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을 고려하면 아마존이라는 브랜드에 기반한 색다른 오프라인 매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쉽게는 매장 내부에 음악이나 게임과 관련한 공간을 제공하는 등 말입니다.
 
 덕분에 사양 산업으로 불리는 오프라인 서점 사업이지만, 애초에 아마존이 그냥 책만 파는 서점을 열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츠타야에 가면 서점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로부터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처럼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아마존의 온라인 경험을 얼마나 품었을까하는 기대에 차도록 하는 점이 아직 확장하지도 않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계획에 투자금이 많아서라던가 온라인을 평정해서가 아닌 좀 더 강력한 돌풍이 될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이미 온라인의 경험을 옮겨 놓으려는 시도를 한 시애틀의 아마존 북스에서 확인한 것이기에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기존 서점과는 다를거라는 환상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입니다.
 
 


 물론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이 제공하는 기존 오프라인 서점과 별반 차이 없는 것으로 전락할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서점과 같은 포지셔닝을 하려 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리라는 건 아마존이라는 업체에 대한 긍정이나 흥분과는 다른 얘기입니다.
 
 마스다는 '사양 산업은 없다.'라고 단안을 내렸는데, 그런데도 오프라인 서점이 사양 산업이라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그저 사양 산업 속에서 성장할 방법이 있다는 얘기이고, 사양 산업에 뛰어드는 아마존을 보면서 경험의 연속성으로 매장을 늘려나가는 츠타야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츠타야가 새로운 매장을 열거나 새로운 책과 연결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사양 산업을 왜 하느냐'라고 지적하는 이가 없으니 말입니다.
 
 남은 건 성장하는 서점이 된 츠타야가 방법을 보여준 만큼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이 그 방법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느냐에 있겠죠.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이 츠타야처럼 서점 열풍을 일으킬 미국의 츠타야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