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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네스트를 품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치열하다지만, 체감하긴 어렵습니다. 집 안 전체를 사물인터넷 기기로 변경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뿐 아니라 어떤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의 에코나 알파벳의 네스트, 유니크온의 유니크온 허브, 최근 킥스타터에 올라온 실크랩의 센스 등 허브 제품들이 열을 올리는 탓에 체감하기는 더 어렵죠.
 


아마존, 네스트를 품다
 
 아마존은 스피커이자 가상 비서 역할의 에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에코와 연결한 제품은 음성으로 명령하여 조작할 수 있는데, 가령 '거실 조명을 켜줘.'라고 하면 켜지는 식입니다. 단일 기기로 가상 비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서 허브로 수용하기에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에코에서 뻗어 나온 2가지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아마존은 에코의 후속 제품인 '탭(Tap)'과 '에코 닷(Echo Dot)'을 공개했습니다
 
 탭은 에코보다 작은 크기로 한 번 충전으로 9시간 연속해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무선 기기입니다. 대기 시간은 3주이고, 무선 충전 독을 이용해서 충전합니다. 또한, 에코와 마찬가지로 가상 비서인 알렉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면의 버튼을 누른 후 날씨를 묻거나 뉴스를 파악하고, 원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결하여 음악을 재생할 수 있죠. 가격은 129.99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에코 닷은 더 저렴한 89.99달러의 제품입니다. 에코라는 명칭이 붙은 것처럼 외형 요소가 에코를 닮았으며, 에코를 작게 눌러놓은 모습입니다. 크기가 작아질 수 있었던 건 스피커 기능을 제한한 덕분인데, 대신에 에코와 다르게 외부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외부 스피커를 연결한다는 걸 빼면 에코와 기능은 같습니다.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고, 외부 스피커가 없더라도 음성 명령을 피드백할 수 있을 만큼 소리가 나오긴 합니다.
 
 기존 에코가 특정한 공간에 두고 써야 한 제품이라면, 탭으로 이동성을 확보했고, 가격으로 보급이 더뎠다면, 에코 닷으로 가격을 낮췄습니다. 그리고 두 기기 모두 외부 기기와 연동하는 스마트혼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마존과 알파벳의 자회사인 네스트와의 제휴가 발표되었습니다. 네스트도 아마존처럼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하는 목표가 있는데, 가장 큰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과 손을 잡은 것입니다.
 
 


 리코드에 따르면, 에코가 네스트 제품을 지원합니다. 에코의 알렉사로 명령하여 네스트의 온도조절장치를 조작하는 겁니다. 집 안 온도를 확인하거나 올리고, 낮출 수 있죠. 사실 실내 온도를 에코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한 건 아닙니다. 지난달 에코비는 아마존과 자사 온도조절장치를 에코와 연결하는 제휴를 했고, 똑같이 알렉사에게 온도 조절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스트의 온도조절장치가 사물인터넷 허브 역할도 겸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네스트는 '네스트 위브(Nest Weave)'라는 P2P 통신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별도의 제휴 없이 서드파티 제조사들이 제품을 네스트 플랫폼과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네스트는 아마존과 제휴하여 자사 제품을 알렉사가 조작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그건 알렉사의 음성 명령이 필요한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현재 구글 나우로 네스트의 온도조절장치를 조작할 수도 있지만, 이는 스마트폰과의 연결입니다. 이용자가 집에 있는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을 꺼내야 한다는 건 좋지 않은 사용자 경험이고, 에코는 처음부터 이동성을 배제한 채 거실을 노렸습니다.
 
 즉, 네스트는 거실에 좀 더 가까워지고자 경쟁자와 손을 잡은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특정 공간은 장악하는 것에서 아마존에 밀렸다는 걸 방증한 거죠. 이건 이번 제휴에서 아마존이 훨씬 큰 이득을 얻은 거고, 네스트는 에코와의 제휴로 보급을 확대하여 자사 플랫폼을 확장할 여지도 있으나 당장은 에코가 장악한 거실에 들어가는 서드파티 포지셔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인 탭은 에코에서 빠져있었던 이동성을 확보하고, 에코 닷도 저렴한 가격으로 거실만 아니라 집 안 여러 공간을 장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탭이나 에코 닷을 집 안이 아닌 자동차에 설치하는 등으로 공간을 옮겨간다면 자동차에서 알렉사로 집 안 사물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이동성을 확보한 네스트의 장점이 벗겨질 수도 있겠죠.

 


 
 손을 잡은 상황이지만, 네스트는 다른 플랫폼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는 도박을 한 것이고, 아마존은 본래 전략을 확장하는 것만으로 네스트보다 나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이것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견주기만 했던 허브 경쟁이 서로를 엮으면서 시너지를 내게 되었고, 계속 경쟁은 이뤄지겠지만, 엮인 곳에 연동할 사물인터넷 기기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건 수월해졌습니다. 소비자가 사물인터넷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그리고 영향이 커질 때 나타날 시장의 변화는 체감하기 어려웠던 사물인터넷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