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밥상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을 것 같았던 크롬 OS와 안드로이드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구글 CEO이자 크롬 OS의 핵심 인물이었던 선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까지 담당하면서 두 운영체제의 관계는 긴밀해졌고, 통합에 대한 얘기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죠.
 


크롬 OS와 안드로이드, 기대할 점과 넘어야 할 산
 
 크롬 OS에 기반을 둔 크롬북은 넷북의 사업 영역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습니다. 오히려 일반 소비자 시장을 중심을 했던 넷북과 다르게 기업과 교육처럼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먼저 노렸고, 안드로이드와 대도록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성과를 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크롬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구글은 자사 개발자 행사인 I/O 2016에서 '크롬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2년 전에 구글은 개발자들이 자사 앱을 크롬 OS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약속했고, 작년부터 개발자는 안드로이드 앱을 크롬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앱 런타임 포 크롬(App Runtime for Chrome ; ARC)의 제한이 풀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크롬 OS에 포함하여 구글 플레이의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크롬 OS에서 전체 안드로이드 앱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당연히 기존에 부실했던 앱 생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는 충분히 강력하고, 매력적입니다. 당장 크롬 OS에서 부실한 엔터테인먼트 환경이나 생산성을 보강하기에 적절한 방법이죠.
 
 구글의 제품 관리 담당 매니저인 칸 리우(Kan Liu)는 I/O에서 '이제 사용자들은 크롬 OS에서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스냅챗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블루스택처럼 안드로이드 앱은 윈도나 맥에서 구동해주는 인기 있는 에뮬레이터가 존재하므로 활용 방안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앱 생태계를 보강한 크롬 OS가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 것일까요? 크롬 OS를 활용할 방안이 늘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명확합니다.
 
 


 상기한 ARC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관계의 유니버셜 앱 지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니버셜 앱이 아니더라도 아이패드에서 아이폰 앱을 사용할 수는 있죠. 아이패드 초기에 부족한 앱 자원을 풍부한 아이폰 앱에서 끌어들인 것인데, 이는 아이패드 플랫폼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점점 중요한 부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아이패드 전용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고, 아이패드에 적합한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최적화한 앱을 더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앱을 크롬의 네이티브 앱으로 전환할 방법인 ARC를 선보였음에도 구글 플레이를 추가했다는 건 ARC로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기 어려웠다는 방증입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크롬 OS에 그만큼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거죠.
 
 그리고 이 문제는 크롬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태계를 내세울 방법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크롬 OS의 네이티브 앱 개발자가 늘어야 합니다. 그건 아이폰 앱과 아이패드의 관계에서도 알 수 있으나 넷북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현재 크롬북의 포지셔닝은 넷북에서 이어진 것인데, 만약 넷북만의 앱 생태계가 있었다면 시장 판도가 갑자기 기울지는 않았을 겁니다. 넷북은 대게 윈도 기반이었고, 윈도의 풍부한 생태계만 생각했기에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넷북만을 겨냥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상 느린 동작과 높은 사양이 아닌 앱을 구동하는 것도 꽤 버거운 일이었죠. 그러나 넷북에 적합한 앱 생태계가 마련되었다면 그것이 성능에서 곧장 만족할 수준이 아니더라도 태블릿으로 모바일 주도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해당 생태계로 버텨낼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죠.
 
 결과적으로는 넷북에서 물러난 PC 제조사들은 태블릿으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며, 현재는 넷북의 포지셔닝을 물려받은 크롬북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크롬북은 넷북보다는 나은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교육 시장과 일부 기업 시장에서 성과를 냈습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리우가 말한 것처럼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스냅챗을 한다.'라는 개인 소비자 시장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한 안드로이드 앱 지원이겠지만, 이를 단초로 크롬 OS로 개발자를 끌어당길 획기적인 방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필자는 지난해 '구글, ARC 개방과 이후 과제'라는 글을 통해서 'ARC는 크롬의 생태계 강화와 개발자 유입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번 안드로이드 앱 지원으로 생태계 강화는 작년보다 더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건 크롬 OS 고유의 생태계는 아닙니다. 개발자 유입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면 그 부분은 여전히 구글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겠죠.
 
 


 이는 장기적으로 크롬 OS가 PC 모바일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포석입니다. 블루스택도 언급했지만,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하는 에뮬레이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기반에 둔 PC용 운영체제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운영체제가 당장 PC 제조사들의 구미를 당겨서 크롬북 영역에 끼어들기 쉽진 않겠지만, 그랬던 건 크롬 O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전히 넷북이 넷북이라는 이름으로 생존했다면 그 자리에 크롬북이 들어가지 못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크롬북의 자체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더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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