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으로 뉴스를 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종이의 질감은 느낄 수 없지만, 구겨지지 않는 사진과 뉴스에 대한 영상, 하나의 기기로 다양한 매체로의 접근 등은 현대의 뉴스 소비를 변화시켰습니다. 그것은 놀라운 변화이며, 그 변화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태블릿의 출하는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매체들의 진출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79년의 뉴스위크, 종이 버리고 태블릿으로 가는 까닭과 의미
타임(Time)과 더불어 미국의 시사매거진의 쌍두마차였던 '뉴스위크(Newsweek)'는 7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이 매체의 대부입니다. 심도있는 분석과 다양한 자료로 대표적인 시사 매체로 꼽히던 주간지였죠. 하지만 최근 경영 약화와 수익 부진으로 인해 타임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위기론이 나오던 마당이었습니다.
그런 뉴스위크가 79년동안 발행해온 종이 매체를 과감히 버리기로 했습니다.
뉴스위크
뉴스위크는 종이 인쇄의 비용 문제와 수익의 불균형, 태블릿 이용자 증가를 이유로 79년간 발행하던 종이 매체를 접어두고, 오로지 디지털 매체만 이용한 뉴스 발행을 감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는데, 이같은 결정에 뉴스위크의 편집장인 티나 브라운은 CBS뉴스에 출현하여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세계 약 7천만대의 태블릿 이용자와 1천만대가 넘는 대기 수요를 볼때 이미 우리 생활은 디지털로 바뀌어져 있다'
'디지털만을 이용할 경우 인쇄비용을 줄이고, 기타 다른 비용들도 절감할 수 있어 기사와 컨텐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4년 전 개설 된 웹사이트인 데일리 비스트의 성공의 연장선이다'
정리하자면, 이미 뉴스는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고, 태블릿의 보급도 늘어가고 있으며, 종이 매체의 제작보다 컨텐츠에 집중 할 수 있기 때문에 종이매체 발행을 중단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상황만 미뤄 볼때 어느정도 수긍을 할 수 있는 대목처럼 보입니다.
단지, 뉴스위크의 경영 상태를 비춰보면 핑계거리로 보일 수 있습니다. 뉴스위크는 자신들을 '고급 매체'로 탈바꿈하기 위해 무리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줄어가는 구독자는 신경쓰지 않은채 고위 사회 계층만이 읽어도 유지 될 수 있는 방향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뉴스위크의 모회사인 워싱턴 포스트는 디지털 뉴스와의 대립각을 이루었는데,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뉴스위크를 '고급 매체'로 돌려 놓으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줄어드는 구독자 탓에 광고 수익은 점점 줄어들었고, 경영난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재구독율도 떨어진 마당에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을 통해 구독자를 모으고, 안그래도 비용만 발생하고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종이 매체를 매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디지털로의 전환'이 아니라 '디지털로의 도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시각을 틀어 뉴스위크가 왜 태블릿을 선택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새로운 브랜드의 시사 잡지나 주간지 제작, 그리고 그것들의 디지털 발행 등을 감행 할 수도 있습니다. 온리 디지털 매체만 이용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디지털 매체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종이 매체를 배제해버린 이유와 근거를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뉴스 유통
필자는 지난 8일, '태블릿은 뉴스 소비를 얼마큼 변화시켰나'라는 태블릿을 통한 뉴스 소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글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활발해진 뉴스 소비로 인해 매출이 오른 매체들에 대해 소개를 해었는데, 이런 사례가 뉴스 매체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위크의 디지털 온리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퓨 리서치센터의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조사한 뉴스 소비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TV를 통해 가장 많은 뉴스를 접한다고 했으며 그 다음이 바로 '온라인'이었습니다. 그 뒤를 라디오와 신문이 이어갔는데 91년부터 12년까지의 기간을 볼때 온라인 뉴스 소비가 얼만큼 상승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상승 곡선은 가장 가파르며, 아직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퓨 리서치센터의 또 다른 보고서인 '모바일 뉴스의 미래'의 태블릿을 구입하기 전보다 뉴스를 많이 소비한다는 43%의 응답자를 뒷받침해서 볼때 수년안에 '온라인'을 통한 뉴스 소비를 가장 많이 할 것으로 나타날 것이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가 '태블릿'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집니다. 간단하게 태블릿을 통해 그만큼 뉴스를 많이 보고 있고, 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럼 이런 뉴스 활동이 어떤 현상을 가져왔을까요?
뉴욕타임즈는 이미 디지털 구독자가 종이 구독자의 비율을 넘어섰습니다. 디지털 매체에서의 수익이 더 월등하며, 광고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이뿐 아니라 반디지털 세력인 워싱턴 포스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디지털 발행 매체의 구독자가 종이 매체 구독자를 따라잡은 상태입니다. '디지털이 바짝 다가왔다'가 아니라 종이 매체가 존재하고 있을 뿐 유통의 비중이 디지털로 넘어가는 것은 당연시 되버린 거죠. 결국 뉴욕타임즈도 서서히 종이 매체의 발행을 줄여나갈 것이 뻔해보입니다.
또, 종이 매체 + 디지털 매체 구독권을 내놓아도 태블릿 소유자는 디지털 매체의 소비를 더욱 활발하게 하며, 결국에는 온리 디지털 매체만 이용하게 되므로 종이 매체의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 미디어 매체들의 공통 된 생각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 매체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매체와의 가격차를 계속 두고 디지털 매체로의 유입을 더 끌어당기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뉴스위크가 종이 매체를 과감히 버릴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뉴스의 소비 변화에 따라 매체들의 뉴스 유통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것을 맞춰나가는 움직임에 뉴스위크는 경영난이 겹치면서 큰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결국에는 줄어들 종이 매체를 앞당겨 잘라버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뉴스위크 결정의 의미
우리는 '종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믿지 않습니다. 종이는 매우 훌륭한 저장 공간이며, 그건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단지, 뉴스위크의 결정은 '결국 디지털로 갈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종이는 저장 매체로써 남아있겠지만, 뉴스의 소비는 종이가 아닌 디지털로 갈 것이고 태블릿은 그 뉴스를 소비하기 위한 필수 제품이 되리라는 것을 뉴스위크의 결정이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매체들의 그런 유통 변화가 더 빨라지고 있으며 수년안으로 정착 될 것이라는 것도 말이죠.
뉴스위크는 총대를 멘 것입니다. 그것이 경영난 때문이든 구독자의 이탈 때문이든 변화의 흐름을 타기로 결심했다는 것의 첫번째 사례가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디지털로 변화할 뉴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며 생활을 바꾸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티나 브라운 편집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일자리 창출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는 질문을 회피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매체가 '주'가 되면 당연히 인쇄를 하던 인력이나 종이를 생산하는 인력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종이 매체보다 발행 비용이 적고 접근이 편한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더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미디어 매체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는 '컨텐츠'가 중요해집니다.
많은 인터넷 언론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구독자들은 좀 더 다양하고 유익한 뉴스를 얻기 위해 그에 걸맞는 전문 미디어를 찾기 시작합니다. 거기에는 블로그나 트위터도 포함이 되어있죠. 결국 그 고급 컨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고급 인력의 구인이 늘어날 것입니다. 당연히 미디어 매체의 증가로 인한 광고 시장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유통을 하는 입장에서는 컨텐츠에 신경을 써야하며, 미디어 인력들도 이에 대처할 수 있어야하고, 광고 시장도 소비 변화에 맞춘 광고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뉴스 소비자들도 수많은 미디어 중 읽을 가치가 있는 고급 컨텐츠 미디어를 걸러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요구 될 것입니다.
이 변화를 막을 수 없습니다. 아마 종이 매체가 사라지는 것을 반대하고 혹은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변화에 대해, 뉴스위크의 결정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이런 뉴스의 변화는 좀 더, 좀 더 갑작스럽게 다가올 것이며, 생활 깊숙히 들어온 태블릿이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어느날부터인가 종이 신문이나 라디오보다 인터넷 신문을 더 많이 보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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