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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의 윈도우8 PC방에 강매요구, 본질은?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PC 운영체제는 '윈도우'입니다. 이는 벌써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고, 달리 커다란 선택권이 없었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윈도우 중심의 생태계 발전이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이는 당연한 것이 되버렸지만, 최근 들어 탈 윈도우가 늘어나면서 윈도우의 점유율도 풍전등화가 되버렸습니다. 윈도우8의 미온적인 반응과 그와 반대로 리눅스, 맥의 점유율 상승이 이어짐에 따라 생태계에 금이가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 MS는 강경책을 쓰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에게 윈도우8을 탑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MS의 윈도우8 PC방에 강매요구, 본질은?


 우리나라 PC시장의 한축을 그은 것에 바로 'PC방 문화'가 있습니다. 그 어느 국가보다 발달한 이 PC방 문화는 초기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이후 창업이 몰리고 경쟁을 통해 다양화 되면서 크게 발전해왔습니다. 여전히 창업 아이템으로 쉽게 꼽히는 것이 바로 PC인데, MS가 PC방에 대해서도 윈도우8을 탑재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아마 국내에서 기업시장보다 더 많은 PC가 투입된 곳이 PC방일텐데, MS입장에서는 그런 시장을 놓칠 수가 없었나봅니다.




윈도우8 강매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21일, 'PC방 업주들에 대한 윈도우8 구매 강요를 중단하고 조합과의 협상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한국MS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는데, PC업주와 MS간의 갈등이 더 깊어지고만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MS는 PC방을 조사해보니 700여개의 불법복제 윈도우를 사용하는 곳을 찾아냈고 이에 대한 제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여기까지는 불법 윈도우를 사용한 PC 탓이 있으니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 불거진 것이 운영체제의 재사용 문제였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XP를 10년 전에 구입하고 본체는 3번 바꾸었지만 그대로 이전에 구입한 XP를 설치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PC방에 요금을 지불하라는 입장으로 나온 것입니다.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원칙에는 동의하고는 있지만 이부분에 대한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PC업주들은 MS와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윈도우7의 대량구매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었는데, MS가 윈도우7의 가격을 계속 조정하면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MS의 법률대리인들은 PC방을 상대로 윈도우8 구매 의사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고 있어 사실상 '윈도우8 강매 요구'로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본질




 상황만 놓고보더라도 PC방이 MS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PC방 불법 XP를 사용한 사실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함이 마땅하지만, 윈도우8의 강매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MS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정의하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가 될 것입니다. PC방은 모두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고, 무엇보다 윈도우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좀 더 둘러가봅시다. '과연 PC게임 개발사에서 윈도우 외 다른 운영체제 대안 게임을 개발 할 여력이 충분한가?'입니다. PC게임의 대부분은 다이렉트X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즉, 윈도우용 게임이라는 것이죠. 개발사들이 이 외 운영체제에서 동작 할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여력이라는 것은 개발능력에 대한 문제 아닙니다. 첫째로 개발사는 PC방을 염두해두고 게임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개발을 진행하죠. 거기서 교집합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리나라에 굉장히 발달해 있는 PC방 문화입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가령 PC방을 리눅스로 교체하고 그것을 위해 게임도 리눅스용으로 제작했다고 합시다. 과연 개발사가 리눅스용을 통해 PC방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개발비용을 충당하리만큼 도달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다음으로 게임 유저가 가정에서는 윈도우를, PC방에서는 리눅스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 자체도 PC방 입장에서는 큰 타격입니다. 만약 자본이 충실한 윈도우 사용 PC방이 있다면 거기에 몰리기 마련이겠죠.


 '윈도우의 사용을 줄여야 MS가 횡포를 그만둘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국내의 시장 논리 상 PC방이 윈도우의 사용량을 줄일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운영체제 사용 비율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PC방이 윈도우 사용을 줄인들 상황만 더 악화된다는 것이죠. 오히려 윈도우의 사용이 PC방 문화가 더 활성화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 때문에 본래 윈도우를 벗어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이죠.


 밸브의 경우 이런 MS의 횡포에 대항하여 아예 리눅스로 옮겨버리는 선택을 하였고, 직접 콘솔을 제작하여 게임시장을 윈도우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그 콘솔이 우리나라 PC방에 들어선다면 아무리 PC게임이 가능한 콘솔이라 할지라도 과거 콘솔게임방이 무너져버린 것처럼 똑같이 무너져버릴 겁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윈도우의 환경, 인터페이스적 변화를 한번에 수용하기에는 무리이고, 그렇다고 몇몇 PC방들만 변경하게 되면 그 PC반만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MS가 밉다고 윈도우를 포기 할 수 없다는 것이죠. 국내 PC사용 실태상 PC방이 윈도우를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해결방안




 위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는 분도 분명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국내 상황 뿐 아니라 해외 상황도 PC게임의 대부분이 윈도우용인데, 너무 국내 상황만으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이죠. 틀린 얘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PC방이 운영 중인 국내에서 단 한 곳도 윈도우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수요가 있는 운영체제로 도전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전혀 발생 할 수 없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PC방을 보자면 모든 게임이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되게 한가지 게임을 대상으로 그 게임 플레이어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PC방 문화가 생성되었었습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게임을 동작할 수 있도록 하고, 게임사와의 협상도 늘어나는 등 체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PC방의 일정한 틀이 생기고, 그 틀에 따라 개인과 개발사의 동향도 움직이다 보니 고정되어진 것이죠.


 막상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 시위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MS는 그냥 안팔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팔지 않았으니 불법 복제 사용이 일어난다면 그것만 적발해가면 됩니다. MS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고, 그 상황은 절대 뜯어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일까요? 필자는 이를 게임시장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실제 국내 PC환경이 여러 운영체제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고, MS가 PC방을 대상으로 일반 시장에서 벌어진 차이를 메우기 위해 PC방 시장을 찾게 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시장에서 여러 운영체제가 공존하게 되면 윈도우의 점유율은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마치 기업 시장에 대량 납품을 하듯 떨어지는 점유율 상황을 뒤집기 위한 경쟁이 유발되고 MS가 가장 공략하기 좋은 PC방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질 수 있게 된다는 얘기죠.


 이을 위해선 국내 윈도우에 한해 특혜 아닌 특혜가 사라질 수 있도록 오픈 정책을 수용해야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고 바뀔 수 있도록 권장해 나가야 합니다. 결제나 보안이나 웹환경 등등 여러 부분에 걸쳐서 말이죠. 현재 PC방과 MS의 싸움은 단순히 둘만의 싸움이 아니라, 국내의 윈도우 환경에 고립 된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며, 더 큰 그림에 대해 공론화 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MS는 프로젝트명으로 '블루'라는 업데이트 방식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루머에 따르면 기존 윈도우보다 저렴한 윈도우8에 1년마다 버전을 업데이트하고 이 업데이트 비용으로 수익을 발생시키겠다는 것인데, MS가 윈도우8을 강매하고 있는 이유도 이 블루의 존재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번 구입하면 끝인 기존과 달리 계속 수익을 발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MS가 그렇게 판다고 얘기한들 소비자는 구입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PC방과 MS의 갈등이 해소 될 수 있는 조그마한 구멍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내 운영체제 시장의 큰 구멍을 만들어 시장의 다양성이 존중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선이고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