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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윈도우8, 굳이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물건을 구입할 땐 두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지르고 보는 것과 현재 보유한 재산과 필요성을 따져 구입하는 것으로 말이죠. 전자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거나 혹은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의 물건에 갑자기 사야겠다는 큰 마음이 생겼을 때이며, 후자의 경우 비싼 물건이거나 크게 관심은 없지만 필요는 한 물건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윈도우8은 어느 쪽일까요?





윈도우8, 굳이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친구 녀석이 컴퓨터 견적을 내달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윈도우7? 8?' 돌아온 답은 간단했습니다.

 '아무거나. 윈도우7도 괜찮아.'

 분명 윈도우8이 신제품이고 가격도 더 저렴하지만 선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이 그저 윈도우8의 인지도 문제일까요? MS는 윈도우8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볼 참이었지만, 기존 윈도우의 특성 때문에 그마저도 힘들어보입니다.




윈도우8 수요




 윈도우8을 덜 선호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윈도우8을 윈도우 비스타와 비교하여 실패했다고 단정짓기도 하지만, 국내 윈도우8의 수요는 꽤나 깊고 비스타와 비교해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벌써 XP의 점유율 턱밑까지 다 쫓아왔죠. 오히려 윈도우7 때보다 빠르게 이동되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새롭게 변한 인터페이스에 끌려 구입이 유도되고 있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버립니다. 남아있는 PC 수요는 이제 '필요성'을 따지기 시작하는 매우 체계적인 소비 형태만 남습니다.


 수년내 윈도우7과 윈도우8 중 어느 것을 고르겠냐는 리서치도 반반의 결과가 나타납니다. 어찌 생각하면 윈도우8이라는 새로운 형태에 대한 호기심의 수요와 굳이 윈도우8으로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수요가 맞부딫히고 있는 것이죠.


 당연히 이는 MS에게 좋지 않은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왜 윈도우8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윈도우의 특성




 간단하게 맥과 비교를 해봅시다. 맥의 경우 전체적인 점유율은 낮지만 사용자들은 항상 새로운 맥에 대한 정보를 접하려 하고, 새로운 버전의 OS X의 기능들을 사용해보길 희망합니다. OS X의 기본 기능들을 말이죠. 인터페이스적 변화도 금방금방 적응하며, 단지 '속도'나 '메모리'와 같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빠르게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윈도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윈도우의 기본 기능을 사용하기 보다는 컴퓨터로써의 형태만 잡아두기 위해서 윈도우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기본 기능들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고 사용자가 주로 이용하던 기능들이 그대로 사용되게 됩니다. 윈도우8에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었다고 한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는 기능들만 있다면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행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OS X의 경우도 기본 형태만 잡기 위해 사용하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쿼크익스프레스 사용자들 중 일부는 이전 버전의 맥의 사용도  적지 않습니다. 비중이 낮을 뿐이죠. 하지만 윈도우8은 그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윈도우를 구입하기 보다는 게임이라는 한가지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윈도우8을 구입할 이유를 완전히 없애버립니다. 여전히 XP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존재하는 것도 윈도우7을 구입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MS의 문제점




 문제는 '윈도우8을 OS X보다 많이 팔고 있다'로 단정짓기에는 MS에게 가는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전세계 PC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려 두달만에 13%나 떨어졌습니다. PC 판매량은 윈도우8의 판매량과 직결되는 문제지만, MS는 PC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윈도우8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가격은 떨어뜨리고 포스트PC와 대적할 수 있도록 터치 인터페이스를 채용하고, 업데이트 방식과 소프트웨어 유통 방식을 OS X처럼 만들어 낸 것이죠.


 PC 판매량이 떨어지는 통이지만 애플의 판매량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렇다면 애플처럼 윈도우8을 필요에 의해 소비해줄 수 있는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출시한 것이 바로 윈도우8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되게 되면 줄어드는 PC 판매량은 막지 못할 것이고 윈도우의 점유율도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 할 것입니다.


 MS의 문제점은 이런 윈도우 사용층의 특징을 파악하지 않고 무리하게 윈도우의 스타일을 변형한 것에 있습니다. 스타일이라는 것은 인터페이스 적 변화를 의미하는게 아닙니다. 기존 사용자들을 적절히 아우르면서 윈도우XP, 비스타, 7, 8까지 전부 끌고 갈 수 있는 방안으로 장기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고 변화를 주고싶다면 서서히 8과 8 이후 사용자들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윈도우8이라는 기점을 세워서 '여기서부터 바꿔!'라는 정책을 써버렸다는 것이죠.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에게 윈도우8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 자체가 그런 정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얼마나 윈도우 소비자들과 반대로 가고 있는지는 윈도우8에 대한 관심도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OS X 스타일로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스타일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무너져버린 것이죠.


 한동안 MS는 이런 소비자층과의 싸움을 계속 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윈도우8는 질러놓았고, 이후 버전 또한 여기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에 되물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 기간을 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윈도우 최대의 암흑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