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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iOS7에 대한 단상

 WWDC 2013에서 iOS의 새 버전인 'iOS7'이 공개되었습니다. 단순하고 화사하게 변한 아이콘과 전체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개선, 그리고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면서 iOS가 발표된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한 번에 보였습니다. 발표와 함께 개발자용 베타 버전이 배포되어 미리 접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iOS7에 대한 단상


 당연하게도 iOS7이 공개되자 의견이 극명하게 나뉩니다. 정말 예쁘게 바뀌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촌스럽게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돌려 생각해보면 아주 만족하고, 아주 불만족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필자도 iOS7를 기대한 입장이었고, 만족하는 부분과 함께 불만족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필자가 바라본 iOS7에 대한 단상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디자인



 아이콘을 봅시다. 노후한 느낌이 아니라 상큼하고 생기 있어 보이는 부분은 좋습니다. 특히 음악 앱 아이콘은 기존 아이콘보다 더 자리를 잘 잡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게임 센터와 뉴스가판대, 사진 앱은 텍스트를 읽어야 어떤 기능을 하는 앱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기야 이전에는 아이튠즈 스토어 아이콘을 음악 아이콘으로 착각하기도 했었으니, 실행하는 걸로 무슨 기능인지 인지하게 된다고 합시다.

 전체적으로 튀는 색상을 하고 있는데, 나침반과 주식 앱은 블랙홀이라도 열린 것 같습니다. 나침반은 마치 음양오행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사파리가 제대로 나침반으로 인식됩니다.

 아이콘이 이전 버전과 달리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은 색상이나 단조로워진 디자인의 문제도 있지만, 처음 홈화면을 봤을 때 느꼈던 것이 '몰려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플은 새로운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는데, 아이콘의 크기를 120x120 픽셀로 늘렸습니다. 화면은 그대로인데 아이콘의 크기가 커지다 보니 전체적으로 몰린 느낌이 나타납니다. 특히 사파리는 흰 배경에 원형의 로고를 넣었는데, 배경을 거의 잡아먹으면서 꽉 차있으니 절제된 느낌보다는 과장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아이패드에서는 좀 다르게 보이겠지만, 아이폰은 공간에서 답답함이 느껴지고, 몰려있는 색상 톤이 밝게 바뀌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조잡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설정 아이콘은 뭐 톱니바퀴인지 선풍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레이어를 나뉘어 공간감을 준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배경은 화면 뒤쪽으로 가고, 아이콘은 스크린 앞으로 나왔으며, 앞쪽에 불투명의 레이어를 끼워 넣었습니다. iOS7 아이콘에는 그림자 효과가 빠졌는데, 뒤쪽 배경과의 공간을 만들어내려면 그림자가 있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독을 반투명의 아크릴판 같을 걸로 대체한 것도 기존 독 스테이션을 공간감을 위해 뒤쪽까지 늘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문제는 폴더입니다. 폴더도 독처럼 반투명의 아크릴판에 아이콘을 얹혀놓은 모습입니다. 공간감을 위해 기존처럼 위아래로 열리는 식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그렇게 만들어 둔 것일 텐데, 아이콘에 그림자가 없다 보니 아크릴판에 버튼이 묻혀버립니다. 서드파티 앱들은 어느 정도 괜찮은데, 변경된 기본 앱들은 독립적인 개체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벽면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파리나 음악, 메세지, 캘린더, 사진 앱 등의 내부는 훌륭합니다. 간결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기본 상/하단 바 스타일을 버리고 화면 전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바가 있더라도 반투명 스타일로 뒤 쪽 화면에 방해받지 않도록 합니다. 전체적으로 내부가 훌륭합니다. 두부 잘라놓은 듯한 계산기와 커다란 흰색의 버튼만 집어넣은 디자인을 하다 만 것 같은 카메라만 빼면요.




사용자 인터페이스




 락스크린에서 알림 센터와 컨트롤 센터를 동작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밀어서 잠금해제' 부분과 달리 화면 전체를 밀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 직관성이 뚜렷했던 것과 달리 기존 아이폰 유저만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또 카메라는 아래의 컨트롤 센터와 위로 올리는 방식을 위하고 있는데, 컨트롤 센터의 화살표가 있지만, 카메라는 그냥 아이콘만 덜렁 있는 상태입니다. 당연히 카메라를 위로 올렸던 경험이 없다면 왜 저곳에 카메라 아이콘이 있는지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직관성은 위에서 말한 의미 불명의 아이콘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직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락스크린이나 홈스크린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하나의 화면에서 보고 누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버튼들을 담아내었던 것과 달리 제스처로 동작하는 부분이 상당히 늘었고, 사용자가 UX에 접근했을 때 비로소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 측면의 이해가 늘어난 것인데, 쏟아지는 여러 UI&UX의 앱들에 매번 적응하고 경험을 쌓은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처음 사용자는 설명서를 넣어줘야 할 만큼 초기 접근성은 이전보다 나빠졌습니다.



 그렇다고 iOS7의 직관성이 전부 무너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멀티태스킹의 경우 기존의 종료 방식보다 사용자 경험의 단계를 앞당겨 놓았습니다. 웹OS와 ICS 이후의 안드로이드를 보는 것 같지만, 이전보다 직관적으로 개선되긴 했죠. 그리고 컨트롤 센터는 가장 나아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설정 -> 와이파이 메뉴 -> 와이파이 설정' 3단계를 거쳐야 했다면, '위로 스와이프 -> 와이파이 설정' 2단계로 낮췄습니다. 블루투스도 마찬가지고, 세로모드 고정도 그렇습니다. 다만, 정렬 상태가 매우 어지럽고 마구 배치한 느낌입니다. 기능이 편리해지고 인터페이스의 우위를 잡았지만, 역시나 완벽히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파리나 사진 앱의 정렬 방식, 에어드롭을 통한 공유, 시리가 시스템 설정을 수행할 수 있는 부분 등은 또 만족스럽게 다가옵니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라면 대부분 iOS7에 적응하는 것이 빠를 것이고, 사용자 경험을 끌어내는 것에 능숙할 것이며, 향상된 인터페이스를 다루는 것에 거침없을 겁니다. 전체적인 기능의 추가 부분에 대해선 두말없이 '좋다'입니다.




단상



 주절주절 iOS7에 대해 필자의 생각만 이야기한 것 같지만, 취향의 문제라 하더라도 완벽히 iOS7에 만족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물론 완벽히 만족할 제품이 존재한다는 것도 기존 iOS가 완벽히 만족하게 해줬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이전 버전의 불만이었던 부분들이 이번에 많이 개선되고 추가되었으니까요. 거기서 만족감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단지 iOS의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 변화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이전의 장점이 지금의 장점으로 무조건 남아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iOS7에 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개선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데다 이런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처음 시도했기 때문에 5년 동안 업그레이드되어왔던 기존 iOS보다 안정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죠. 필자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불만이 있는 사용자가 있을 테지만, 이것은 '개선의 여지'입니다. '아이콘에 불만 있다?' 뒤로 가보자면 애플은 음성메모 아이콘도 바꾸었고, 음악과 계산기, 사파리, 메세지, 아이튠즈, 지도 아이콘도 바꿔왔습니다. 위의 아이콘도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고, 현재 불만인 부분을 수정했을 때 다시 만족으로 돌아선다면 그건 애플에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인터페이스의 떨어졌다는 직관성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히 뒤엎었기 때문에 개선하고 다시 만족하게 해 긍정적으로 나타나게 하는 여지를 기존 iOS보다 훨씬 많이 늘려놓았습니다. 디자인? 인터페이스? 다른 걸 떠나서 iOS7만 보자면, iOS6 이전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박차고 달려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만큼 훌륭한 것도 없습니다.




iOS7




 개인적으로 iOS7의 의도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의도에 치중한 나머지 과도한 스큐어몰피즘을 배제했지만, 또 과도한 미니멀리즘으로 몰려버렸습니다. 큰 변화지만, 미니멀리즘 측면에서 봤을 때 큼직큼직하고 과도하게 표현된 것은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쓰고 싶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5년 만에 급변한 것에 적응하는 것이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매번 똑같은 디자인에 매번 똑같은 동작의 iOS에 질려가는 것보다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단지 그 적응하는 시간 동안 개선해야 하고, 다듬어야 할 뿐입니다. 애플이 거기서 만족감을 끌어낸다면 현재의 불만족도 삼킬 수 있고, 그렇다면 극명하게 나뉜 반응은 애플이 나아가는 것에 있어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못합니다.


 iOS7은 애플이 새로운 배를 만든 것과 같습니다. 서드파티 제조사들도 이 새로운 iOS에 걸맞은 인터페이스를 선뵈어 사용자 경험을 탄탄하게 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마련하려 할 것이고, 사용자는 또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얻기 위해 새로운 배에 올라탈 것입니다. 디자인이 어떻다 뭐 좋습니다만, 딱 이 부분만이 애플에 의미 있는 것이며, 항해하기 위해 고집 있게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의도가 과도한 디자인에 묻혔다면 다시 끄집어 내면됩니다.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은 iOS를 질릴 리 없이 계속 개선되고 안정화되는 모습이 만족감으로 쌓일 여지가 있습니다. 그 출발을 iOS7으로 훌륭하게 끊었다는 것은 매우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