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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단일화 전략의 독

 애플은 얼마 전 구조조정을 통해 단일화 전략을 구축하였습니다. 잘 짜인 부서와 임원들, 그리고 이를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면서 팀 쿡이 결정권을 쥐는 방식은 잡스가 떠난 이후 애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죠. 그리고 이 단일화 전략에 대한 기대감도 높습니다.





MS, 단일화 전략의 독


 MS가 변하고 있습니다. 서피스라는 MS 최초의 PC를 만드는가 하면, 웹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윈도우 8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하나 같이 제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것인데, MS가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단일화





 5년 만입니다. MS는 전체 사업부를 축소하면서 이를 통합하는 단일화 전략을 세웠습니다.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침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줄리 라슨-그린 윈도우 엔지니어링부문 총괄 부사장은 서피스나 Xbox 같은 하드웨어 전체를 담당하게 되었고, 테리 마이어슨 윈도폰 총괄은 줄리 라슨-그린이 맡았던 윈도우를 윈도폰과 함께 맡았습니다. 그리고 스카이프의 토니 베이츠 스카이프사업부 총괄은 M&A와 신사업, 파트너들과의 관계 유지 등을 위한 부서를 담당하게 되었고, 온라인 그룹 총괄인 치 루가 스카이프를 넘겨받아 빙과 오피스 등을 담당합니다. 서버 비즈니스 총괄의 새티아 나델라는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총괄을, 윈도우 마케팅의 타미 렐러는 모든 마케팅 부서를 총괄합니다.

 CEO인 스티브 발머는 이를 '하나의 전략, 하나의 MS'로 얘기하며, 여러 전략을 묶어 단일화된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계획을 내비쳤습니다. 애플의 단일화 전략과 비슷해 보이는데,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MS에는 독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윈도우 총괄이었던 스티브 시놉스키는 스스로 사표를 냈습니다. 발머가 한몫을 했기 때문이죠. 시놉스키도 상당한 고집쟁이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고집이 센 발머가 윈도우 개발에 관여하면서 사사건건 부딪히게 됩니다. 더군다나 시놉스키는 윈도우 뿐 아니라 윈도폰도 차지하여 MS에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려 했는데, 발머는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배척하려 합니다. 그 와중에 시놉스키는 자신이 MS에 있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고, 제품 개발보다는 세력 싸움의 중심인물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직원을 경쟁자로 밖에 생각하지 못한 흉한 리더십과 그 리더십에 떨어져 나간 오너십이 초래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애플을 떠난 스콧 포스톨과 비교되었지만,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 인지, 발머 자신이 살기 위해서 인지는 MS를 떠난 또 다른 인물에서 나타납니다.

 얼마 전, 징가는 Xbox 총괄이었던 돈 매트릭을 영입합니다. 바로 Xbox ONE을 공개했던 그 인물입니다. 매트릭은 징가의 대표를 맡게 되었으며, 7월 8일부터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Xbox 360의 신화로 불리는 존재로 플레이스테이션에 한참 밀렸던 Xbox를 이끌어낸 주인공입니다. 그랬던 그가 신제품인 Xbox ONE을 내놓고는 MS를 떠났습니다. Xbox ONE이 발매도 되기 전에 몰매를 맞고 있지만, 시장에 부딪히지도 않은 채 회사를 떠난 것은 의아합니다. 이 또한 발머가 만들어 냅니다. Xbox ONE을 개발하는데 발머는 계속해서 제품에 참견합니다. 정책 반영까지 끼어들었다고 하니 Xbox ONE이 손가락질받는 것에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매트릭의 입지가 줄어듭니다. 그리고는 제 아들과도 같은 Xbox를 남겨두고 오히려 징가라는 침몰하는 배를 선택합니다.

 발머의 이런 구조조정은 애플 스타일처럼 부서별로 능동적인 업무 수행을 하되 팀 쿡이 결정권을 쥐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권을 강화하고 각 부서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부서를 통합하고 단일화 전략을 펼치기 전부터 그래왔던 전적이 화려하죠.




MS



 MS의 단일화 전략은 이미 맹독을 품고 있습니다. 그 독은 현 상황에서 해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잘 퍼질 수 있도록 해놓았고, 덕분에 발머의 실질적인 권한은 더 커졌습니다. 자신과 경쟁할 인사를 잘라버리고, 남아있는 사람마저 떠나게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그것이 좋은 제품을 만들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윈도우 비스타를 윈도우7으로, Xbox를 Xbox 360으로 살려놓은 장본인들을 떠나보내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것은 MS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회의감에 빠지게 합니다.

 발머는 '하나의 MS'라고 얘기했지만, 그 하나가 '발머 자신'만을 뜻하는 것이 되질 않길 바랍니다. 이미 가트너는 지난 4월, MS가 4년 안에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스티브 발머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지만, 회의감에 젖어있을 뿐 딱히 기대하는 눈치도 비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발머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졌음을 의미하고, 모바일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MS에 전혀 해답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발머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오히려 MS에 대한 회의감을 더 커지게 하고, 확신을 주지 못할 뿐입니다.

 물론 예상과 달리 잘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발머가 스스로 자신이 MS의 독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