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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갤럭시 골든, 엉망진창인 이유

 사람은 간혹 정말 단순하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단순한 생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타나는 일도 있죠. 하지만 반대로 엉망진창인 아이디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단지 단순하게 생각했다는 것만으로 극과 극의 경우가 나타나는 것인데, 앞으로 진보하는 것이라면 전자가 뒤로 회귀하는 것이라면 후자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갤럭시 골든, 엉망진창인 이유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중 하나가 뒤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갤럭시 노트를 봅시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잡스는 손가락이 가장 훌륭한 스타일러스라고 말했지만, 삼성은 이를 뒤집어 갤럭시 노트에 스타일러스 팬을 추가합니다. 사용 측면에서 상당히 계륵 같은 제품이라 그리 유용하다고 할 순 없지만, 이를 마케팅에 사용하면서 자칫 뒤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것을 막아내긴 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괜찮은 예인데, 보통은 합친다는 간단한 생각으로 제품을 망쳐버리죠.




갤럭시 골든



 삼성은 지난 21일, '갤럭시 골든'이라는 명칭의 폴더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4.2, 듀얼 93.3mm WVGA 슈퍼 아몰레드디스플레이, 1.7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190만 화소 전면 카메라, 1820mAh 배터리, 폴더형 디자인을 지닌 이 제품은 799,700원에 판매됩니다.


 스마트폰이지만 폴더형의 제품으로 스마트폰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성세대를 겨냥하여 출시한 제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기존 폴더형 피처폰에 스마트폰의 특징인 터치 스크린을 양쪽에 탑재함으로써 두가지를 동시에 사용토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명 '성룡폰'으로 불린 'SCH-W2013'의 한국형 버전으로 중국 출시 당시 가격인 200만원 수준보다 훨씬 저렴하고, 안드로이드 4.1이 아닌 4.2이며, 프로세서도 강화했습니다. 뭔가 조정되어 출시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양에 비해서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폴더형이라는 디자인 특성을 내세워 판매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사양이나 가격을 떠나서 이 제품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엉망진창




 정말 간단하게 생각한겁니다. '기성세대가 기존 폴더형 제품에 익숙하니 스마트폰을 폴더형으로 만들어보자'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과연 삼성의 생각처럼 가능할까요?


 일본의 샤프는 오래 전부터 폴더형 스마트폰을 제작해왔습니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아닌 메일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에서의 메일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자 그 중간 격의 제품으로 폴더형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기성세대를 겨냥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성세대가 폴더형 피처폰을 완벽히 사용했다는 판단하에 이런 선택을 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들은 기존 피처폰도 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익숙하다 뿐이지 결과적으로 갤럭시 골든도 익숙한 형태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제품입니다. 더군다나 폴더형임에도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면서 기본 설정이나 사용자 경험을 안드로이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폴더라는 형태만으로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안드로이드에 걸맞지 않은 폴더형을 선택함으로써 어중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과연 기성세대들이 폴더형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한다고 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기존 폴더폰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요? 전혀 새로운 경험을 주기는 커녕 불필요한 경험에 하나에 뭉쳐서 제공할 뿐입니다. 이 제품을 기성세대가 쥔다면 그냥 전화만 하고 메세지에만 이용하겠죠. 그러나 그렇게 이용하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고, 낮은 사양에 복잡합니다. 전혀 매력적인 제품이 아닌 것입니다.




기성세대




 기성세대를 겨냥하고 싶었다면 기성세대들이 새롭지만 간단하게 경험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냈어야 합니다. 갤럭시 골든은 제품의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것을 고민하지 않은채 '기성세대가 익숙한 것=폴더'라는 간단한 생각으로 탄생한 엉망진창의 제품입니다.

 새로운 제품 어떤 것에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성세대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했어야 합니다.


 필자는 이 제품이 그렇게 인기를 끌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보다 더 저렴한 제품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삼성의 생각과 같이 간단하게 생각한 소비자가 구매하여 오히려 어렵다는 사용자 경험을 받을 것이라 봅니다. 최악의 경험을 단순히 '내가 기계를 잘모르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겠지만, 그것은 이 엉망진창의 제품을 구매한 것에 대한 필자의 아쉬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