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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에 변하지 않은 것

 애플의 창립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그에 대한 전기도 출판되었고, 최근에는 그를 다룬 영화도 개봉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그의 행적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곤 말하죠.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지금 애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에 변하지 않은 것


 얼마 전, 오라클의 창립자이자 CEO, 스티브 잡스의 절친으로 알려진 래리 엘리슨은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에 대해 CBS의 더 모닝쇼에 출연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잡스가 있는 애플을 보았다. 우리는 잡스가 없는 애플을 보았다. 다시 잡스가 있는 애플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 잡스가 없는 애플을 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단정하진 않았지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이전의 잡스가 없던 애플로 돌아갈 것을 의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애플이 어떤 회사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마무리하긴 했지만 말이죠.




팀 쿡의 애플




 팀 쿡이 지휘를 맡은 애플은 대내외 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먼저 인사 정리를 실시합니다. 새로운 부사장을 임명하고 애플에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 임원은 내쳤습니다. 업무를 새롭게 나누고 은퇴한 밥 맨스필드도 다시 데려왔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가 하면 주주들에 대한 배당에 여태 쌓아둔 현금을 풀었습니다. 잡스가 있을 당시엔 그런 일이 없었죠. 그러자 사람들은 '애플이 그저 평범한 대기업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에서도 79위로 선정되었습니다. 2011년에 기록했던 5위보다 74위나 추락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이 평범해졌는지 그렇지 않은지 필자는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그만큼 확신이 들진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에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분명하게 잡스가 처음으로 회사를 떠났던 애플과 다른 애플이 지닌 DNA의 연명이라 생각합니다.




잡스가 없던 애플




 애플은 예나 지금이나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 CEO였던 존 스컬리는 그런 이미지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애플 내부에서도 강했죠.


 잡스를 쫓아내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한 뒤 4개월 뒤에는 애플의 프린터 제품인 '이미지라이터(ImageWriter)'를 출시하는가 하면, 이듬해 '레이저라이터(LaserWriter)'라는 레이저 프린터도 출시합니다. 당시 제록스보다 앞서 IBM이 레이저 프린터를 출시했고, 뒤를 이어 애플도 프린터 시장에 진출한 것인데, 출판에 특화한 맥을 통해 프린터 판매를 이어나갈 생각이었죠. 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실제 데스크탑 출판에 커다란 기여를 했죠. 그 분위기가 이어져 1988에는 '애플 스캐너(Apple Scanner)'라는 스캐너 제품도 출시하게 됩니다. 거기에 맥 플러스나 매킨토스2의 성공은 존 스컬리 체제에 믿음을 주기도 했죠.

 문제는 그다음부터 입니다. 1989년 애플은 '매킨토시 포터블(Macintosh Portable)'을 출시합니다. 매킨토시 포터블은 여전히 애플 마니아의 로망으로 자리하고 있는 제품이지만, 당시 시장에서는 큰 실패를 겪습니다. 무게가 7kg밖에 되지 않는다고 소개했지만, 신생아 평균 무게보다 무거웠으니 휴대하기 어려운 제품이었습니다. 최신 기술을 쏟아부어 훌륭한 스크린 기술과 10시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은 호평을 받지만, $6,500라는 고가 정책으로 '휴대하기 어려우면 일반 매킨토시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비판을 들으며 1년 만에 단종됩니다. 물론 이 뒤를 이어 소니와 협력해 출시된 파워북은 3배나 가벼운 무게와 $2,500의 가격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애플은 기존 매킨토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생소했던 휴대용PC를 빠르게 출시하고 싶었던 애플은 시장의 상황과 소비자의 인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최신 기술을 듬뿍 담은 제품을 출시합니다. 실패할 것이 뻔했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매킨토시 포터블의 실패를 파워북으로 회복했으니 다행이었지만, 이런 애플의 행보는 계속됩니다.


 1993년, 존 스컬리는 뉴튼을 출시합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조상 격으로 불리며, 여전히 뉴튼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고, 단종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까지 하게 한 애플의 대표적인 실패작인 뉴튼도 온갖 최신 기술을 담아 개발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모바일 제품을 컨셉을 잡고 계획을 발표한 뒤 1년 만에 출시합니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부품을 새로 디자인하고 뉴튼OS를 개발하는 등을 1년 만에 해치운 것입니다. 그렇게 PDA의 조상인 제품이 탄생했지만, 주권을 쥐게 된 것은 팜이었습니다. 뒤를 이어 HP가 PDA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뉴튼은 실패작이 되었죠. 잡스가 쓰레기통에 버려버립니다.

 뉴튼의 실패 딱지가 붙기도 전에 1994년, 애플은 디지털카메라인 '퀵테이크(QuickTake)'도 선보였습니다. 디지털카메라는 1975년에 코닥이 개발했지만, 1990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2000년 초부터 인데, 1990년에 디지털 카메라를 판매했던 회사가 애플이었던 겁니다. 디지털 사진술이 유행할 것이라는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일단 만들고 보자는 제품이었는데, 당연하게 온갖 문제들로 실패합니다. 후속작인 퀵테이크 150도 재고 처리에만 2년이 걸렸고, 마지막으로 야심 차게 출시된 퀵테이크 200은 잡스의 복귀와 함께 쥐도 새도 모르게 단종되죠.

 같은 해, 반다이와 손을 잡고 '피핀(Pippin)'이라는 콘솔 게임도 만들었습니다. 아타리가 죽을 쓴 뒤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의 새턴으로 일본 게임사들이 지배하던 게임 시장에 반다이와 손을 잡고 미국 콘솔 게임기로 급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인데, 특징없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2년 전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1년 뒤 출시된 닌텐도64가 플레이스테이션의 라이벌로 떠올랐습니다. 피핀은 가장 적게 팔린 게임기에 기록됩니다.

 IBM에 밀리기 전에는 맥 비즈니스를 공고히하기 위해 프린터와 스캐너 사업을 합니다. 당시 레이저 프린터는 막 시장에 등장한 것으로 애플은 이를 선점하여 맥 비즈니스를 강화하려 합니다. 확실히 출판 시장에서 맥은 크게 먹혔고, 맥 판매량도 늘어납니다. 그러나 금새 IBM도 데스크탑 출판이 가능하게 됩니다. IBM이 가파르게 쫓아오자 애플은 어떤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킨토시 포터블을 내놓습니다. 앞서간 제품이긴 했지만 대중들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죠. 기술만 인정 받습니다. 그렇게 매킨토시 포터블의 실패에 파워 매킨토시와 파워북으로 한 숨 돌렸지만 윈텔 연합이 대중 시장을 강타하면서 밀리자 다시 '혁신적인 컴퓨터가 필요해!'라며 만든게 뉴튼입니다. 이또한 대중의 인식보다 멀리 가버린 그런 제품이었습니다. 빨리 만들어 내기만 했죠. 존 스컬리 뒤로 마이클 스핀들러가 취임합니다. PC 시장 몰락으로 썩어버린 애플을 되살리려 온 스핀들러가 들고 온 것이 퀵테이크였습니다. PC와는 거리가 먼 디지털 카메라라는 생소한 걸 들고 나와서는 애플을 살려보겠다고 나섭니다. 피핀도 마찬가지였죠. 이들의 생각은 항상 무언가 빠르게 선점하여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맥은 공장에서 폭발하고 있었고,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것이 PC 부문이었지만 말입니다.

 길 아멜리오는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이었죠.




잡스가 돌아온 애플




 어쨌든 그렇게 1997년 잡스가 돌아옵니다. 그가 한 일은 간단했죠. 쓰레기 같은 제품들을 모조리 처분합니다. 그리고서 애플은 이듬해 아이맥을 출시합니다. 반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의 여러 색상을 지닌 PC는 139일 만에 80만 대를 팔아치웠습니다. 1999년 아이북을 출시해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애플은 1995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합니다. 그러니까 무너지는 애플을 되살리는 데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도, 선점하는 것도 아닌 기존의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존 스컬리 시절 파워 매킨토시와 파워북이 애플을 지탱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다른 게 필요하고 생각해 뉴튼을 빠르게 출시해버렸죠.


 잡스는 기존 애플이 가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1999년부터 아이튠즈와 아이팟 개발에 착수합니다. 그냥 허점 투성이로 내놓지 않습니다. 아이튠즈를 성공하게 하도록 음반사와의 계약부터 디자인, 인터페이스까지 꼼꼼하게 준비하고 2년 뒤인 2001년에 출시합니다. 그 다음해에는 아이패드의 프로토타입이 등장했으며, 이때부터 아이패드와 아이패드에서 파생된 아이폰이 구상되고 개발됩니다. 블랙베리와 노키아가 먼저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PC 부문과 새로운 아이팟 부문으로 애플을 지탱하면서 2007년이 되어서야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더라도 충분히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인식에 닿을 수 있는 제품이 될 때까지 갈고 닦은 것입니다. 먼저 선점하려고 달려들지 않았죠. MS가 '윈도우 XP 태블릿 에디션(Windows XP editions)'을 내놓은 것이 2001년이었지만, 맥으로 구동되는 태블릿의 프로토타입을 2002년에 만들어 놓고도 2010년이 되어서야 아이패드를 출시했으니 말입니다.


 잡스가 돌아온 애플은 잡스가 없던 애플처럼 무작정 선점 효과를 노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비즈니스를 충실히 유지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는 항상 신중하고 철저한 과정 속에 제품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출시했습니다. 대중들의 인식을 벗어나 그저 신기하기만 제품을 내놓진 않았다는 것이죠. 대부분 제품이 그랬습니다.

 아이맥은 초기에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일체형 디자인이 먹혀들지 않던 시절인데다 굳이 소비자들이 컴퓨터의 내부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성공했죠. 아이팟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도 혹평이 이어집니다. 너무 무겁다거나 가격이 높다고 꼬집었죠. 곧 미국 MP3플레이어 시장의 70%를 장악합니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도 혹평을 계속됩니다. 그냥 유행이라고 했지만, 가장 잘 나가는 스마트폰이 되었죠. 아이패드가 공개되었을 땐 커다란 아이폰이라며 비난받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우수한 태블릿이 되었습니다. 제품에 담긴 커다란 놀라움은 매킨토시 포터블이나 뉴튼에 비해 부족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대중들의 인식을 사로잡으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것은 빠르게 선점 효과를 노리려는 시도가 아닌 제품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이 현재의 대중에 어떻게 작용할지 철저하게 검토한 다음 제품에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뭔가 전문가의 눈에는 허점이 있어 보이더라도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변하지 않은 것




 애플은 잡스가 떠난 뒤에도 기존 비즈니스에 충실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애플이 현재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서 회사를 지탱하도록 한 것입니다. 아아패드 미니로 아이패드 부문을 확장하고, 아이폰은 구제품 저가 라인으로 저가 시장 공략이 검증되자 아예 저가형 아이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팟은 색상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개성을 살렸습니다. 특히 맥 부분은 인상적인데, 하스웰을 탑재한 맥북 에어는 최고의 노트북이라는 찬사를 얻고 있으며, 얇아진 아이맥은 컴퓨터를 멋진 가구의 자리에 놓이게 했습니다. 맥프로는 파격적인 원통 디자인에 기존 맥프로의 강력함을 유지하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는 PC 시장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실적 약화, 주가 하락, 연이은 애플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만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선점 효과에 따라 끔찍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피했습니다. 소문만 무성한 시계형 제품도 만들어 출시하려 했다면 진작에 했을 것이고, 커다란 화면의 아이폰을 만들려 했어도 진작 내놓았을 겁니다. TV셋이나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아이맥이나 맥북, 맥 태블릿 등 애플이 제시할 수 있는 제품 방향만 수십 가지에 이릅니다. 그러나 존 스컬리나 마이클 스핀들러처럼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혁신성 있는 제품을 출시해야만 애플의 DNA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스티브 잡스가 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가치라는 건 간단하게 '돈'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어쨌든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 있던 시절과 달리 제품의 완성도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내놓으려 하진 않는 것이죠.

 완성도라는 것이 완벽한 제품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폰4를 보자면 데스그립 문제가 있었고, 아이폰5는 휘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점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내놓을 때 그 카테고리의 제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장기적으로 애플에 어떤 비즈니스로 작용할 것인지, 그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충분히 고려하여 새로운 걸 내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영상 통화 기술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라 피처폰에서도 영상 통화를 하던 시절이 있었고, 스카이프도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었으며,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영상통화 서비스는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다른걸 떠나서 사용자 수를 당겨오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죠. 애플은 2011년이 되어서야 영상 통화 서비스인 '페이스 타임'을 내놓았고, 애플 제품끼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스카이프처럼 로그인이 필요 없고, 일반 전화보다 간편하게 걸 수 있으며, 안정적인 통화로 깨끗한 화질을 제공한다는 점은 페이스 타임을 최고의 영상 통화 서비스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다른 영상 통화 서비스들이 사용자를 선점하려 한 것은 무의미한 것이 되었죠.

 물론 애플 지도와 같이 낙오된 제품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애플의 전체적인 모습은 페이스 타임을 들고 나왔던 때의 애플과 비슷합니다.

 소문의 시계형 제품도 다른 기업이 먼저 선점하려 하고, 주목받고 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특허로만 보면 애플은 2011년 이전부터 시계형 제품을 구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내년 출시가 맞는다면 이 프로젝트 또한 3~4년에 걸쳐 혹은 그보다 더 오랜 기간 준비한 것으로 시장에 변화를 줄만한 완성도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아무리 많은 시계형 제품이 나와 있고, 경쟁사가 내놓는다고 얘기할지라도 말입니다.




애플



 애플은 상당히 보수적인 회사입니다. 매일 같이 진일보하고 앞서 나가는 듯한 이미지는 시장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지 그들이 진보적인 회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특이하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완전히 열어 놓고 시작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달리 iOS는 처음에는 꽉 닫아둔채로 하나씩 열어갑니다. 그 열어가는 시간만해도 벌써 6년째지만, 여전히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턱없이 닫혀있는 상태이고, 언제가 되었든 확 열어젖히진 않을 것입니다. 빠르게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느려터진 것 같지만,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배제해버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겁니다. 다른 모든 기업이 NFC를 탑재했음에도 '아직은 바코드 스캔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와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보수적인 관점은 잡스에게서 나온 것이고, 그는 기존의 것을 지키려했습니다. 새로 나온 제품만 배치하고 이전 세대 제품은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기도 했지만, 개별적인 제품을 지켰다는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를 지키려 했습니다. 그 시대와 소비자에 걸맞은 제품으로 재탄생시켰을 뿐이죠. 그런 관점을 현재의 애플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남은 것이라면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내놓는 것이고, 거기서 새로운 평가를 해야겠지만, 혁신성이라는 강박증에 기존 제품에 소홀하거나 선점효과를 누려보기 위해 아무 제품이나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자체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던 애플과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애플은 팀 쿡의 지휘하에 있는 애플입니다. 잡스가 지탱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죠. 팀 쿡은 팀 쿡대로 애플을 움직일 겁니다. 그래서 자사주매입이나 주주 배당 등을 실시한 것이겠죠. 하지만 제품에 있어서 만큼은 잡스가 남긴 애플의 DNA를 충실히 이해하고 이행하고 있으며, 잡스가 쫓겨났었던 애플과 달리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DNA로 하여금 애플이 어떤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