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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나이키 스마트워치, 애플과의 관계가 쟁점

 웨어러블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제품 출시에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대형 IT업체들이 아닙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전문업체와 피트니스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시장에 발 빠르게 참여하면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그중 나이키는 가장 빠르게 '퓨얼밴드(FuelBand)'를 통해 뛰어든 업체입니다. 좀 더 뒤로 가면 나이키+센서도 웨어러블 제품으로 포함해야겠지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워치로 보자면 상당히 일찍 진입한 셈입니다.
 




나이키 스마트워치, 애플과의 관계가 쟁점


 퓨얼밴드를 두고 스마트워치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단지 운동량을 표시할 뿐 스마트폰과 같은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착용한다는 점과 직접 연산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스마트워치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역할을 스마트폰에 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중요한 건 퓨얼밴드가 후속작으로 더 강화되었다는 점이며, 거듭할수록 기능도 추가되어 더 스마트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나이키의 이런 스마트워치 전략을 애플과 동떨어져 보긴 힘듭니다.
 



애플과의 관계



 나이키와 애플은 상당히 밀접한 협력 관계의 회사입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나이키는 처음부터 애플과 손을 잡았습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나이키+ 아이팟(Nike+ iPod)을 선보였으며, 퓨얼밴드도 iOS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용 나이키+ 러닝(Nike+ Runnig)앱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나이키+ 센서(Nike+ Sensor)'는 iOS 기기만 지원하며, 퓨얼밴드 앱도 iOS용만 존재합니다. 사실상 안드로이드는 외면하고 있는 셈인데, 그래서 iOS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제품이 '나이키+ 스포츠워치 GPS(NIKE+ SportWatch GPS)'입니다. 아예 대놓고 홈페이지에 애플 제품을 걸어둔 탓에 범용 제품인 스포츠워치를 제외하면 나이키와 애플 제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10월 출시한 '퓨얼밴드 SE(FuelBand SE)'도 마찬가지입니다. iOS 기기만 지원합니다. 이에 대해 나이키의 이사로 자리하고 있는 팀 쿡을 들어 어떤 특별한 관계를 맺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훨씬 높은데도 애플 제품만 지원하니 그렇게 볼만도 합니다.
 
 스테판 올랜더(Stefan Olander) 나이키 디지털스포츠 부문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기기가 너무 많고, 각기 다른 버전으로 나뉘어있다.'면서, '버전에 따라 퓨얼밴드의 모든 기능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고, 나이키의 목표는 고객들에게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iOS에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안드로이드에 안정감이 생긴다면 즉시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 재미있게도 유일하게 지원 중인 안드로이드용 나이키+ 러닝앱은 모든 소니 제품과 LG 제품을 지원하지 않으며, 태블릿도 제외하고, 몇몇 제품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니와 LG의 소프트웨어 지원 부분을 생각해보면 올랜더의 얘기가 그저 둘러대는 얘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납득가긴 합니다.
 
 어쨌든 나이키와 애플의 관계는 상당히 밀접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나이키가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Web Pro News는 DigiTimes의 보도를 인용하여, 나이키가 내년에 출시할 나이키+ 피트니스 응용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대만의 공급 체인에서 나온 정보이며, 정보에 의하면 이미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시험 생산 중이고,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퓨얼밴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 제품은 스포츠워치의 새로운 버전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스마트워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워치


 
 애플은 내년에 스마트워치 같은 걸 출시할 모양입니다, 팀 쿡의 '손목형'발언이나 '새로운 카테고리'라고 언급한 점, 그리고 나이키+의 핵심이었던 나이키 전직 제품 고문인 제이 블라닉(Jay Blahnik)을 영입한 부분까지 말입니다. 그는 나이키에서 20년 간 근무했으며, 나이키+ 문화를 형성하고, 퓨얼밴드를 고안한 인물입니다. 애플은 지난 8월에 제이 블라닉을 영입했고, 특수한 임무를 주었습니다. 그 임무가 무엇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제이 블라닉이 헬스와 피트니스 제품에 능통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가닥이 잡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아이폰 5s에 M7이라고 하는 MCU를 탑재했는데, 이 보조 프로세서는 가속도계, 나침반, 자이로스코프 등의 동작 관련 데이터를 따로 처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아이폰 설정에도 '동작'이라고 하는 제어 부분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동작 관련 제품에서 크게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M7과 가장 먼저 엮인 것도 나이키입니다. 만약 애플이 시계형 제품을 내놓는다고 하면, 이 M7을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에 나이키는 M7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인 나이키+ 무브(Nike+ Move for iPhone)를 선보였으며, 퓨얼밴드 SE도 M7를 활용합니다. 어떻게 보면 애플과 나이키가 하나의 조직처럼 보일 정도로 여러 면에서 밀접하게 얽혀있습니다.
 
  하지만 나이키가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이라면 어떨까요? 거기다 애플도 그런 제품을 준비 중에 있다면 말입니다.
 
  나이키가 선보일 새로운 스마트워치는 경쟁 업체인 아디다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디다스는 지난 10월 16일, '스마트런(SmartRun)'이라는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아디다스 인터랙티브 총괄 부사장인 폴 가우디(Paul Gaudio)는 스마트런이 가장 스마트한 시계가 아닌 가장 좋은 러닝 시계라고 밝혔는데,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을 사용하며, 아디다스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인 마이코치(miCoach)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399달러로 150달러인 퓨얼밴드보다 비싸지만,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여 다른 모바일 기기와 연동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물론 나이키의 스포츠워치 GPS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기능 면이나 디자인에서 스마트런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이키는 새 제품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 나이키+ 사용자 대부분이 iOS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만약 애플이 나이키+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제품을 내놓게 되었을 때, 사용자를 다수 빼앗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스마트런과 같이 완전히 독립된 제품을 만들던가,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제품을 만들던가, 아니면 iOS기기와 연동되는 퓨얼밴드를 내놓으면서 따로 나이키+에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둘이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현재 스포츠워치 후속으로 두 가지 라인을 가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이것이 마치 둘 사이의 대립각보다는 아예 협력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실상 패션과 연관이 짙은 제품을 똑같은 디자인의 획일적인 제품으로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플랫폼으로 나아가 다양한 제품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웨어러블 시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워낙 죽이 맞던 나이키와 애플이므로 iOS와 연동되는 형태의 퓨얼밴드보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제품이거나 애플도 그와 비슷한 제품을 두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방향을 잡으면서 나이키+의 사용자체는 그대로 놔두게 할 수 있습니다.
 
 M7은 애플이 영입한 센서 엔지니어들의 작품으로 보이며, 거기에 나이키의 제이 블라닉까지 참여했으니, 기존 나이키+의 문화는 공유하면서 제품의 다양성을 살려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는 것도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이키의 새로운 스마트워치에 대해 애플과의 관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게 아니라, 나이키가 어떤 스마트워치를 선보이느냐에 따라서 애플의 전략을 엿볼 수도 있고, 나이키와 애플의 방향이 같은지, 아니면 갈라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애플의 스마트워치를 예상하기에 나이키의 스마트워치가 상당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죠.
 



나이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2014년 IT 판이 웨어러블 제품으로 달아오를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2014년에 들어서서 누구나 손목에 무언가를 차고 다닐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 제품이 쏟아지고, 경쟁하면서 가닥을 잡아 대중화의 발판으로 삼는 한 해가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랫동안 웨어러블 시장을 갈고 닦은 나이키와 함께 손을 잡았던 애플이 있으며,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키가 준비 중인 스마트워치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 영향을 끼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