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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비트토렌트 챗으로 본 잊혀질 권리

 스냅챗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신자가 내용을 확인하고 나면 메시지가 삭제되기 때문이죠.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은 사용자들이 온갖 정보를 요구하고, 저장하는 메신저들을 탈피하고자 스냅챗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비밀이 많은 10대는 열광했죠.
 



비트토렌트 챗으로 본 잊혀질 권리

 

'잊혀질 권리'란, 온라인의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기존 서비스들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줄만 알았지, 이를 보호하고 삭제하는 것에 무뎠습니다. 하지만 스냅챗은 아예 잊혀질 권리를 서비스에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꼬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트토렌토 챗



 P2P 소프트웨어인 비트토렌트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업체인 '비트토렌트(BitTorrent)'는 P2P 형식의 '비트토렌트 챗(BitTorrent Chat)'이라는 P2P 형식의 메신저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비공개 테스트를 위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중점에 둔 메신저입니다.
 
 비트토렌트 챗은 서버에 메시지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대개 메신저는 사용자가 서버로 메시지를 전송하면, 이를 저장하고 수신자에게 서버에서 전송하는 방식이지만, 비트토렌트 챗은 서버가 존재하지 않아 저장될 염려가 없습니다. 또한, 최근 메신저 업체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버 방식도 안전하지 못하므로 서버로부터 사용자를 분리하기 위해 P2P 방식을 선택했다고 비트토렌트는 밝혔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사용자들은 각자 암호화된 키를 얻게 되고, 대화하고자 하는 사용자와 키를 교환하면 대화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대화에는 다른 주체가 끼어들 수 없으며, 암호화됩니다. 대화가 끝이 나면 내용은 모두 지워지고,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으며, 암호조차 사라지므로 대화 내용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비트토렌트는 이미 비트토렌트 싱크(BitTorrent Sync)라는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서버와 사용자를 분리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지난달 사용자 10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인데, 비트토렌트 챗도 그런 의미의 서비스로서 메신저 분야의 개인정보 문제와 잊혀질 권리를 지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되었습니다.
 
 이는 NSA의 정보 탈취 논란에 불안을 느끼는 사용자들을 위한 것이며, 완벽히 개인을 숨길 수 있는 대책 마련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잊혀질 권리



 그런데 우리는 이런 비슷한 프로젝트를 이미 하나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지난 7일, 비트토렌트 공유 웹사이트 '파이럿 베이(The Pirate Bay)'의 창립자인 피터 선디(Peter Sunde)가 레이프 회그베르트(Leif Högberg), 리누스 올슨(Linus Olsson)과 함께 '햄리스(Heml.i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햄리스는 스웨덴어로 '비밀'이라는 뜻을 지니며, PGP(Pretty Good Privacy)와 XMPP(Extensible Messaging and Presence Protocol) 같은 기술을 토대로 NSA 등의 감시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된 '보안 메시징 프로젝트'입니다. iOS와 안드로이드 용으로 개발 중이며, 기부를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작동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는데, 언제 출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비트토렌트 챗처럼 잊혀질 권리를 서비스에 직접 적용한 메신저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잊혀질 권리가 사용자가 인지하고, 요청해서 절차를 밟아야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잊혀질 권리를 누릴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주권도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잊혀질 권리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현재의 잊혀질 권리는 그냥 단어 상의 의미일 뿐 실제 권리로 인정받지도 못하며, 개인정보의 열람을 쉽게 허용하는 빅브라더의 형태가 만연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NSA가 대표적이며, 많은 기술 기업들이 정부의 개인정보 열람 횟수를 공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지난 17일에는 팀 쿡 애플 CEO,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등 15개 IT 기업 대표들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등과 정부 사찰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미 정부의 무분별한 감청 행위를 우려하며, 이를 중단하고,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표명하고 나섰는데, 이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잊혀질 권리가 단어 상의 의미일 뿐이라면 마찬가지로 정부에게 개인을 사찰할 권한도 마찬가지임을 의미합니다.
 
 햄리스가 '대항'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인데, 잊혀질 권리를 서비스 업체들이 합당하게 지킬 이유도 없지만, 지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이에 반대되는 개념의 빅브라더 형태가 만연하다면 잊혀질 권리를 서비스에 포함하여 대항하겠다는 겁니다.
 
 잊혀질 권리를 무작정 내세우는 것이 그 권리를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탓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계 로비나 범죄 조직에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며,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서 나타날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 우려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잊혀질 권리가 포함된 메신저가 나온다고 해서 범죄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도 아니고, 범죄 조직이 그전에는 의사소통을 못 했던 것도 아니므로 부정적인 부분을 크게 비춰볼 것이 아니라 빅브라더에 대항한다는 잊혀질 권리가 가진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필요


 


 
 
 사실 개인이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서 정보를 보호하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절차를 밟고, 요청하면 대화 내용이나 로그 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NSA처럼 불법적인 사찰로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필자는 비트토렌트 챗이 가진 잊혀질 권리의 긍정적인 면이나 부정적인 면을 떠나서 국가가 개인을 침범하는 권위적인 행위에 맞설 수 있는 작은 통로 중 하나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이런 보안 메시징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건 심한 비약입니다. 메시지 내용이 삭제되지 않고, 보관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증거를 만들려고 일부러 서버에 저장되는 메신저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딱히 보호할만한 내용이 아니라면 굳이 이용할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대신 존재한다는 자체가 중요하며, 비트토렌트 챗, 덧붙여 햄리스가 가진 잊혀질 권리의 본질이 항상 사용자들에게 있음을 우리는 상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