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HP 스마트폰, 장래가 밝지 않은 이유

 HP의 지휘봉을 잡은 멕 휘트먼(Meg Whitman)은 구글 플랫폼에 집중하여, 2013년 일반 고객 시장에선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크롬북 생산에 전념했습니다. 성과가 썩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체제를 확실히 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죠. 그리고 내년에는 이 전략에 스마트폰을 포함할 모양입니다.
 




 

HP 스마트폰, 장래가 밝지 않은 이유


 HP는 2010년, 팜을 인수하여 웹 OS 2.0를 탑재한 팜프리2를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알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웹 OS 태블릿인 터치패드의 떨어 판매를 끝으로 HP가 생산하는 웹 OS 기반의 제품을 아예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2년 만에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전략이 본격화된 것인데, 여기에 스마트폰의 정황도 포착됩니다. 




HP 스마트폰



 
 기가옴(Gigaom)은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보도한 내용을 인용하여, HP가 6인치와 7인치의 스마트폰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보면 HP가 새롭게 내놓을 스마트폰은 중국과 인도 등의 신흥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200~250달러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것이라고 합니다. 기가옴은 예상 가격으로 제품을 가정하면 1080p가 아닌 720p의 IPS 패널이 아닌 표준 LCD를 장착하는 정도의 제품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멕 휘트먼은 지난해 스마트폰 재진출에 대해서 '준비 중'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지만, 올해는 스마트폰보다 태블릿에 집중한 모습이었고,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얘기했었기에 연말에 들린 이 소식은 HP의 스마트폰이 내년에 등장할 것임을 알립니다.
 
 HP가 안드로이드에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걸 볼 때 스마트폰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웹 OS는 이미 접었고, 200~250달러 정도의 제품이라면 파이어폭스 OS를 고려해도 좋겠지만, 분위기를 보자면 안드로이드가 우세합니다.
 
 특징이 있다면 보도 내용으로 볼 때 패블릿(Phablet)을 제작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저가 제품들이 작은 크기의 화면을 채용하는 것과 다르게, HP는 저렴한 패블릿이라는 전략을 세운 것 같습니다. 특히 6인치가 아닌 7인치의 스마트폰을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저렴하지만, 화면은 큰 제품이 틈새시장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이전 스마트폰 진출처럼 급하게 선점하고자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나름 구체적인 전략을 구상하고, 다시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이전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HP의 스마트폰 장래가 밝느냐고 한다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우중충하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밝지 않은 이유


 


 
 HP의 주력 시장은 원래 B2B(Business to Business)입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B2B를 통한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닌 B2B에서 효과를 보려면, 기업을 위한 솔루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그런 계획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보도 내용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저가 제품으로 신흥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 기업 시장에 큰 생각이 없다는 걸 방증합니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저렴한 가격의 패블릿으로 신흥 시장의 일반 소비자 시장에 틈새를 노리기 위함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목표가 HP의 스마트폰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성장 중인 신흥 시장을 대상으로 공급을 늘리는 방향을 잡는 것은 수요 파악 측면에서 타당합니다. 하지만 기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면 제품의 가격에 대한 요구보다는 품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더라도 품질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제품의 등장이 두드러집니다. 좋은 예가 바로 구글의 '넥서스5'죠. 반대로 품질과 가격, 모두 잡지 못했을 때 실패한 예는 블랙베리의 'Z10'이 있습니다. Z10의 실패 요인으로 생소한 BB10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판매 초기에 매진이 될 만큼 판매가 원활했다는 것과 이후 반품이 이어졌다는 점을 볼 때 실질적인 실패 요인이 된 것은 제품의 품질입니다. 일반적인 제품으로도 쓸만하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블랙베리도 방향을 전환한 것이 신흥 시장입니다. 신흥 시장을 토대로 저렴한 제품으로 BB10의 점유율을 올려보겠다는 것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실패합니다.
 
 블랙베리의 실패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한때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했지만, 이미 추락했다는 점이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한 시장에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하긴 어렵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는 애플과 삼성이며, 뒤를 이어 LG나 소니 등을 거론할 수 있고, 이들의 브랜드 파워는 신흥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신흥 시장에서도 가격만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닌 품질도 함께 보증할 수 있어야 판매가 수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품질을 인정받아 브랜드 상승이 이어져야만 시장에서 지속적인 판매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기 버거워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신흥 시장이라고 해서 제품을 마구잡이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즐비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렴하니 구매한다고 하는 소비자는 특히 전자제품 시장에서 소수입니다. 정보의 유통과 습득도 빨라져 시장 상황을 소비자들이 파악하고, 제품을 비교하기도 수월해졌습니다. HP의 스마트폰 장래가 밝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HP의 스마트폰이 '많이 팔릴 것이다',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의 논쟁은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HP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블랙베리보다는 나은 것이 안드로이드를 채용한다면 기본적인 생태계 조성은 이뤄져 있기에 진입 벽이 낮다는 겁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소한 HP가 가격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했을 때 중저가 제조사의 제품이나 HP의 제품이나 크게 다른 점을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합니다. HP 스마트폰의 품질이 좋다고 해도 그 이상, 애플, 삼성, LG, 소니 등과 비교되는 쪽이 아니라 그 아래의 제품들과 비교되는 쪽으로만 잡힐 것입니다.
 
 결국, 신흥 시장이나 기존 시장이나 HP가 자리하게 될 위치는 거의 같습니다. 즉, 초기 브랜딩에서 저가 제품을 통한 보급률 확보를 노리는 쪽이라면, 이것은 시장을 주도하는 쪽이 아닌 여전히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따라가기만 하는 쪽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얘기합니다. HP는 기존의 선도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잃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은 HP에게 좋지 못합니다.
 


HP

 


 HP에게 이상적인 계획은 상위 모델을 제작하고, 품질을 차츰 인정받아 HP를 스마트폰 브랜드로 각인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태블릿도 함께 기존 PC 기업 이미지를 버리고, 모바일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새겨넣는 것인데, 방법을 아주 소극적이고, 단편적으로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온 스마트폰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성능과 가격 모두 잡지 못하고 여전히 시장에 끌려다니던 모습을 볼 때, '저가 패블릿'이라는 우회 전략에 대해서 의심토록 합니다.
 
 그 의심이 적중했을 때 HP는 다시 시작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자의를 잃고, 팜프리와 같이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런 기업 중 장래가 투명한 기업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