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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소프트뱅크, T-모바일 인수 관건은 '반독점'이 될 것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프린트 넥스텔(Sprint Nextel) 인수 건이 올해 마무리되면서 소프트뱅크(Softbank)는 전 세계 통신사업 매출 3위를 달성했습니다. 스프린트 인수 당시만 해도 '무리다'라는 의견이 있을 만큼 거대한 인수 건이었고, 실제 성사되면서 손정의 회장의 저력을 볼 수 있었죠.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나 봅니다.
 




소프트뱅크, T-모바일 인수 관건은 '반독점'이 될 것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 인수에 이어서 'T-모바일(T-Mobile)' 인수에 도전합니다. 이미 소프트뱅크를 인수했기에 경영 안정화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지만, 지난 10월에 미국 최대 휴대폰 유통업체인 브라이트스타(Brightstar) 인수 계획을 발표하더니, 자회사인 스프린트를 이용해 T모바일도 2014년에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T-모바일



 T-모바일은 원래 소프트뱅크의 차선책이었습니다. 스프린트 인수가 성사되지 못하면 T-모바일을 인수하여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스프린트 인수가 성사되면서 차선책에서 끝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14일, 외신들은 스프린트가 T-모바일 인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4년, T-모바일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골드만 삭스, JP모건, 스위스 크레딧 등의 임원들과 만났으며, 조달 금액은 약 20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레인 그룹(Raine Group)이 자문을 맡아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스프린트 인수에서 경쟁했던 디쉬 네트워크(Dish Network)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여, 스프린트 때처럼 간단히 끝날 사안은 아닐 것이며, 일각에서는 '스프린트는 인수했지만, T-모바일은 크게 무리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인수가 성공한다면 소프트뱅크는 버라이즌을 뛰어넘어 통신사업 매출 2위에 오를 수 있고, 1위가 차이나 모바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통신사업 기업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까지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예상되는 소프트뱅크의 연간 매출은 7조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내에서만 따져도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고객을 합치게 되어 AT&T와 비슷한 수준, 버라이즌의 턱밑까지 쫓는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T-모바일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경쟁자로 지목된 디쉬 네트워크가 아닙니다. 바로 미국 정부입니다.
 



반독점

 


 사실 스프린트를 인수할 때도 말이 많았습니다. 일본의 통신 기업이 미국의 통신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보안 측면에서 옳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디쉬 네트워크도 이를 가지고 자신들이 인수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내세우기도 했었죠. 결과적으로는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인수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이 문제로 소프트뱅크는 인수 승인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이번 T-모바일 인수 건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스프린트 인수 때보다 더 어려운 난이도라는 겁니다.
 
 이미 T-모바일을 인수하려던 움직임은 2011년에 있었습니다.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하여 버라이즌은 단숨에 제치고자 했던 일인데, 11년 4월에 AT&T는 390억 달러에 T-모바일을 인수하겠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는 인수전에 끼어들 만한 마땅한 경쟁자도 없어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만 기다리던 상황이었는데, 9개월이 지난 12월에 FCC는 승인을 거부합니다.
 
 거부 이유는 '반독점'. 미 법무부는 11년 8월에 연방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연방법원에 AT&T를 제소합니다. 이에 FCC는 AT&T의 T-모바일 인수가 통신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요금 인상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미국 통신 시장에서 통신사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 좋은 방향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인수 건으로 법원에 제소한 곳은 연방법원뿐만 아니라 현재 T-모바일을 인수하려는 스프린트도 AT&T의 인수가 부당하다면서 법원을 찾았습니다. 그 탓으로 AT&T는 T-모바일의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에 위약금 40억 달러를 물어야 하기도 했죠.
 
 그런데 2011년의 상황이 다시 재현된 것입니다. AT&T를 제소했던 스프린트가 소프트뱅크로 들어갔고,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를 이용해 T-모바일을 인수하려 합니다. 비슷한 사안이라 FCC가 승인할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없고, 디쉬 네트워크가 경쟁자가 된다면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프트뱅크가 반독점 논란을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FCC가 판단하기에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를 묶어서 볼 것이냐'와 '스프린트만 볼 것이냐'로 나눌 수 있죠. 만약 전자라면 소프트뱅크가 단숨에 AT&T는 물론, 버라이즌까지 뛰어넘어 버리므로 미국 시장 내 주권 문제와 함께 통신 시장 보호 측면에서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후자라면 매출 부분에서는 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합쳐도 AT&T가 앞서지만, 고객 수가 거의 비슷해져 분산 측면에서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 두 가지를 뛰어넘어야 T-모바일을 손에 쥐게 될 겁니다.
 


소프트뱅크



 이번 인수 건을 스프린트 때보다 더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반독점 때문입니다. 이미 전례가 있어서 이를 뒤집지 않고는 인수 규모가 어떻든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이 인수 계획이 드러난 때부터 주목된 것이죠. 그만큼 당장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고, 양사가 조율을 잘하더라도 FCC의 결정으로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어 완전히 승인될 때까지 판단하는 것은 이릅니다.
 
 지난 7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소프트뱅크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 재무 건전성 등에 이상이 올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결정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인수를 위해 일본의 3대 은행인 미즈호 코퍼레이션, 미츠비시도쿄UFJ, 미츠이스미토모 은행으로부터 1.8조 엔을 조달받고, 이는 스프린트 인수 금액인 216억 달러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거의 빚으로 인수한 격이 됩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소프트뱅크에 재무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적절한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소프트뱅크는 다시 T-모바일 인수에 들어갑니다. 승부사 손정의 회장의 기지를 볼 수도 있겠지만, 거의 도박에 가까운 것으로 인수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인수 자체도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없다는 것에서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