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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모멘츠, 그리고 구글 포토

후드래빗 2015. 6. 17. 08:00


 지난달, 구글은 I/O 2015에서 새로운 사진 앱인 '구글 포토(Google Photos)'를 공개했습니다. 공개와 동시에 출시한 이 앱은 클라우드에 사진을 저장하고, 머신러닝 기반으로 자동 분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시스턴트 기능으로 알아서 콜라주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주기도 합니다.
 


페이스북 모멘츠, 그리고 구글 포토
 
 구글 포토는 사진을 쉽게 저장하고, 쉽게 정리하는 걸 핵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유 기능으로 분류한 사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할 수 있고, 저널 형식의 웹 갤러리를 만들 수도 있죠. 사진 보관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앱에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페이스북이 태클을 걸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앱인 모멘츠(Moments)를 출시했습니다. 모멘츠는 사진을 촬영한 시간과 인물을 분석하여 그룹으로 분류하고, 분류한 그룹을 비공개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페이스북의 프로덕트 매니저 윌 루벤(Will Ruben)은 '다른 사람이 찍은 자신의 사진을 구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정리하기도 어렵기에 독립적인 앱인 모멘츠를 출시했다.'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여 사진에 담긴 사람들이 뒤섞이고, 직접 분류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멘츠를 이용하면 같은 시간에 모여있던 인물들을 분석하여 모아준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모멘츠에 이런 기능을 심어주고자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모멘츠 사용자끼리만 분류한 사진을 공유할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진 사진을 분류하여 한 곳에 모으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분류에 지쳐서 마음껏 사진을 찍지 않았던 사람도 걱정 없이 셔터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모멘츠와 구글 포토의 분류 방식은 분명 다릅니다. 구글 포토는 사진을 포괄적으로 분류하여 여러 주제를 생성하고, 모멘츠는 인물을 나누는 데 특화했습니다.
 
 다만 수요층은 다르게 가질 수 있는데, 모멘츠는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고, 사진을 공유할 방법입니다. 여태 페이스북에 모든 사진을 공유할 수도 없을 뿐더러 공개를 꺼릴만한 사진까지 페이스북이 연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페이스북이 출시한 몇몇 독립 앱은 페이스북 서비스가 지향하는 것을 벗어나는 것이었고, 모멘츠도 비슷한 맥락에 있습니다. 대신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하게 하여 일종에 사진을 공유하기 위한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든 셈입니다.
 
 페이스북이 모멘츠를 출시한 목적은 간단합니다. 페이스북의 설명대로 귀찮은 분류를 도와주려는 것도 있지만, 페이스북에 모으지 못한 이벤트와 사진을 별도 앱에 모으게 하여 활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점이 구글 포토와 닮았습니다. 분류 방식은 다르지만, 구글 포토도 스마트폰 저장 공간에 모인 사진을 자사 클라우드로 당겨놓았습니다.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나 쉽게 정리할 방법을 얻으려면 불가피합니다.
 
 물론 두 서비스는 개인 정보가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지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뿐 결과적으로 분류 기술의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즉, 사진을 주제로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진 정보를 모아서 분석하고, 분석한 것을 활용하느냐의 대결이 모멘츠와 구글 포토의 대결이 되어버린 겁니다.
 
 황당해보여도 실상 그렇습니다. 이런 경쟁이 얼마나 실질적인 이익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합니다. 그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두 서비스가 특별한 경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울 따름이죠.
 
 


 그나마 경쟁에서 구글이 앞서 있는 건 모멘츠가 아직 미국에서만 시험적으로 서비스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달리 말하면 페이스북의 시험 결과가 어떤가에 따라서 지역을 확대할 것이고, 보이지 않는 구글과의 수집 대결의 향방을 점칠 단서가 될 것입니다.
 
 머신 러닝을 미끼로 던지는 업체가 구글이나 페이스북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골자는 미끼를 토대로 만든 서비스의 경쟁력을 논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단초를 모멘츠와 구글 포토가 제시해버렸습니다.
 
 업체들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용자가 인지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두 서비스의 경쟁이 사용자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