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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네스트로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을 가꾸다

후드래빗 2015. 6. 19. 08:00


 올해 초, CES  2015에서 구글은 네스트를 이용한 사물인터넷 전략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자사 온도조절장치(Thermostat)와 연결한 다양한 제품이 연결하여 전력 소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지난달에는 I/O 2015에서 사물인터넷용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인 '브릴로(Brillo)'를 공개했습니다.
 


구글, 네스트로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을 가꾸다
 
 브릴로의 공개로 구글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전략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생각할 수 있었죠. 하지만 네스트의 존재를 브릴로와 연결하지 않을 상태에서 구글의 사물인터넷을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스트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인 '네스트 캠(Nest Cam)', 새롭게 디자인한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 그리고 개선한 '네스트 앱(Nest App)'을 공개했습니다.
 
 네스트 캠은 1년 전 인수한 드롭캠(Dropcam)의 기술을 기초로 개발했으며, 1080p HD 영상을 촬영하고, 나이트 비전을 제공합니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장착하여 스마트폰으로 음성을 전달하거나 영상을 클라우드로 기록할 수 있고, 동작 인식으로 집 안에 무언가 움직일 때 스마트폰으로 알려줍니다. 또한, 스탠드를 다양화하여 집 안 여러 곳에 설치할 수 있어서 베이비 캠(Baby Cam)이나 가라지 캠(Garage Cam)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199달러입니다.
 
 네스트 프로텍트는 연기 및 일산화탄소 감지기로 이전에 있던 감지기를 개선한 것입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말을 한다는 것으로 단순히 경보음만 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공간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설명하고, 스마트폰으로 알립니다. 가격은 99달러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선한 네스트 앱은 모든 네스트 기기를 통합하여 제어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만 들으면 '그래서 뭐가 대단한 건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동작을 인식하고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 제품은 이미 많고, 일산화탄소 감지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앱을 연결한다는 건 애플도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홈킷을 아이클라우드와 연동하기로 했으니 특별하게 보이지 않죠. 그러나 구글의 전략이 기존 안드로이드와 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제품을 개별적으로 보면 큰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네스트는 이들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네스트 플랫폼을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이를 '네스트 홈(Nest Home)'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가령 네스트 프로텍트로 연기나 일산화탄소 감지가 발생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클립 영상을 네스트 캠으로 자동 생성합니다. 또는 네스트 캠과 온도조절장치를 연동하여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자동으로 동작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본디 사물인터넷이 그런 개념이긴 합니다. 하지만 구글은 여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으로 서드파티 업체를 끌어들이고 키워왔고, 하드웨어를 출시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구글 글래스처럼 실험적인 기기이거나 플랫폼의 중심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브릴로를 통해서 서드파티 개발자의 참여를 높일 생각이지만, 핵심은 네스트에 두고 있습니다. 브릴로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는 했으나 애플처럼 연동에 중점을 둔 건 아니니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브릴로로 개발한 기기와 꼭 다른 브릴로 기기만 연결할 수 있지 않기에 개발자 참여를 높여도 자사에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대신 네스트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연결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소비자가 조성하게 하고, 네스트 홈에 덧붙일 사물인터넷 기기를 늘려간다는 전략이 새로 출시한 제품들에 담겨있습니다. 이미 필립스의 휴(Hue)와 연동하는 방식을 소개하긴 했으나 연결하도록 유도만 하면 될 드롭캠을 5억 5,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이유가 네스트 캠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이는 소프트웨어로 연결하라고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네스트 기반의 울타리로 소비자의 가정을 가둘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시너지를 내고자 네스트 홈에 참여하리라는 것에 기인한 하드웨어 플랫폼 전략입니다.
 


 


 네스트는 여러 업체의 제품을 온도조절장치와 연결하여 에너지를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웍스 위드 네스트(Works with Nest)'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건 처음부터 브릴로와는 상관없는 하드웨어 전략이었지만, 이번에 공개한 제품들은 네스트 홈이 에너지 절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덕분에 브릴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현재는 네스트의 3가지 제품이 한 가정에서 잘 연동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게 필요하겠으나 거기에 편승하려는 개발자나 업체라면 당장 관심을 둘만한 프로젝트가 브릴로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이런 시도가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하드웨어 기반이 되었을 때 구글의 수익 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고, 달리 말하면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방안인 탓입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구글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어떤 수익 구조를 만들 생각인지 아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