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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모멘츠, '유럽 상륙이 어려울 것

후드래빗 2015. 6. 23. 08:00


 특정 서비스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얘기는 아주 많이 들었지만, 정작 해당 이슈로 서비스가 종료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생활 보호 영역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죠. 서비스의 품질이 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페이스북 모멘츠, '유럽 상륙이 어려울 것
 
 필자는 지난 주, '페이스북 모멘츠, 그리고 구글 포토'라는 글을 통해서 '서비스는 사진 공유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얼마나 많은 사진 정보를 모아서 분석하고, 분석한 것을 활용하느냐의 대결'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이를 인지한 모양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의 새로운 앱인 모멘츠가 얼굴 인식 우려에 직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얼굴을 인식하는 이 앱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멘츠는 사진을 촬영한 시간과 인물을 분석하여 그룹으로 분류하고, 분류한 그룹을 비공개로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앱입니다. 가령 결혼식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모멘츠가 이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친구가 찍힌 사진만 모아서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식입니다.
 
 페이스북은 사진을 분석하여 얼굴을 인식하지만, 해당 정보로 사생활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는데, 결과적으로는 이용자가 분석을 위한 사진을 많이 제공할수록 기술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개인 정보를 회사가 활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단지 앞서서 구글이 머신러닝 기반의 구글 포토를 선보였기에 모멘츠도 별 탈 없이 서비스할 수 있으리라 보았지만, 유럽 규제 당국이 걸고넘어진 것입니다.
 
 이 부분은 페이스북 유럽정책 부문 총괄 리처드 앨런(Richard Allan)이 얘기한 것으로 '모멘트를 유럽에 제공하려면 규제 당국과 먼저 합의해야 한다.'라고 말했으며, '규제 당국은 사용자가 얼굴 인식 기능의 사용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통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멘츠의 개발은 작년에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페이스북 외부에서 사진을 정리할 수 있는 서비스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공개 후 얼굴 인식 기능이 두드러지면서 논란으로 커진 겁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을 통한 태깅 기능을 이용할 수 없으며, 구글 포토조차 얼굴 인식 기능은 빠졌습니다.
 
 다만 모멘츠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한 앱인 만큼 기능의 추가 여부가 아닌 기술 자체를 제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아주 세부적으로 따질 사안이 되었습니다. 앨런은 '기능 사용의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실상 얼굴 인식 기술 자체가 유럽에서 꾸준히 허용되지 못한 탓에 단순히 '얼굴 인식 기술이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포괄적인 인식이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사생활을 침해하고, 얼굴 인식 기술의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가'의 인식으로 넘어갈 지점이 되었다는 겁니다.
 
 애초에 얼굴 인식 기능이라는 게 사진을 분류하기만을 위한 게 아니라 잠금장치로 이용되는 등 활용 방안이 많고, 그동안 담론을 만들지 않고자 기능을 빼버리는 것으로 넘어갔다면 모멘츠에 쏠린 것은 세부 규정을 어떻게 결정하여 서비스할 수 있게 할 것인가입니다. 선택 옵션으로 퉁 칠 수도 있으나 핵심은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마련일 테니까요.
 
 무엇보다 이런 쟁점이 유럽 출시 과정에서 나왔지만, 미국에서도 화두로 던져졌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는 얼굴 인식 기술에 대한 행위 규범을 마련할 계획으로 지난주에 미국 시민 자유 연맹(ACLU), 전자 프런티어 재단(EFF) 등 9개 기관과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단체들이 참여하지 않은 탓에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멘츠의 유럽 진출 사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미국 내 이용자들이 얼굴 인식 기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다면 결과적으로 행위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움직임은 어느 지역에서나 생겨날 수 있겠죠. 그게 이 문제의 관점입니다.
 
 


 당장 모멘츠의 유럽 상륙은 어렵겠지만, 페이스북이 앞으로 해당 기술로 사업을 이어가려면 어떻게든 방안을 내놓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방안인지는 알 수 없어도 이용자의 인지에 변화를 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유럽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모멘츠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고 있어서 현재로는 미국 외 서비스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는데, 이런 분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따라서 모멘츠만 아니라 구글 포토 등 얼굴 인식 기술을 탑재한 서비스의 향방이 결정될 것입니다.
 
 정말 사진을 분류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사진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하느냐의 대결이 되어버렸고, 누가 어떻게 규정을 파고들어 갈게 될지 매우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