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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 타이젠, 체재 전환의 선택


 삼성의 첫 번째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인 '삼성 Z'가 러시아에 출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지만, 소식이 없습니다. 올해 타이젠 스마트폰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지연을 거듭하면서 '과연 출시되긴 하는 걸까?'하는 의문만 늘여놓습니다. 나오기 전부터 생태계 부실에 발목 잡힌 만큼 출시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진 않은 덕분입니다.
 


삼성 타이젠, 체재 전환의 선택
 
 삼성에 타이젠은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입니다. 분명히 미래 사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독립적인 생태계와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고, 그를 위해 투자한 것이 타이젠이지만, 타이젠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시장에 옮겨 놓을지 고민인 데다 얼마나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타이젠을 포기해버리면 영영 안드로이드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죠.
 
 


 삼성은 Z의 출시를 약속했던 3분기에서 더 지연할 것이라며, '타이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지난 6월, 처음 선을 보였지만, 출시가 계속 미뤄졌으며, 일부 분석가들은 '올해 타이젠 스마트폰의 출시는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즉, 예상대로라면 내년 초에 출시하더라도 반년이나 지연하는 셈이 됩니다.
 
 삼성의 공식적인 성명은 아니므로 예상에 붙일 수 있지만, 부족한 타이젠 스토어의 공간을 채우기 위해선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Z는 러시아에 먼저 출시하기로 했었고, 이달에는 모스크바에서 타이젠 개발자 행사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부족한 타이젠을 먼저 출시하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금융기업인 크레디트 스위스 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러시아에서 삼성의 스마트폰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자가 27%로 나타났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57%나 중국의 38%보다 떨어지는 수치이고, 타이젠보다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야 하는 삼성에 브랜드 효과가 떨어지는 시장이라면 타이젠에 되레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으니 심사숙고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타이젠을 출시하더라도 타이젠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가령 구매 의향자가 57%나 나타난 사우디아라비아에 타이젠 스마트폰만 전략적으로 출시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실상 범국가적이지 못한 타이젠의 접근과 이를 생태계 부족으로 이어붙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삼성이 얘기한 생태계란 단순 앱 환경입니다. 앱 환경이 아니라면 굳이 출시를 생태계 탓으로 돌리고 미룰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아니면 핑계였던가 말이죠. 어쨌든 중요한 건 앱 환경을 강화하더라도 안드로이드와 iOS의 앱 환경이 확대하는 걸 따라잡긴 어렵고, 결국에는 상위 킬러 앱을 탑재한 채, 출시 이후 반응을 두고 보면서 추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킬러 앱 외 삼성이 직접 네이티브 앱을 제작하여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하고, 삼성이 내 건 독립적인 네이티브 앱이 안드로이드에서 타이젠으로 넘어갈 만큼 매력적인 것이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이 타이젠에 내세우고 있는 건 '상위 갤럭시 모델 수준의 하드웨어'이며, 개발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드파티 개발자를 끌어모아 앱을 늘리기만 할 생각입니다. 그렇다 보니 타이젠만의 특징을 내세우지 못하고, 소비자들도 타이젠을 부족한 운영체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최근 닐슨의 미국 거주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사용 앱은 25~34세가 29.5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앱을 많이 사용하더라도 평균 30개를 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삼성은 모스크바 행사에서 '타이젠 스토어가 비어있으니 참여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개발자를 유혹했는데, 닐슨 조사는 이것이 의미 없음을 얘기합니다. 또한, 서드파티 앱들은 타이젠의 우수한 면을 보이기만 하면 언제든 붙을 수 있으며, 타이젠의 성공에 앱 환경이 가지는 영향력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선으로는 삼성의 생태계부터 문제가 있으니 말입니다.
 
 당연히 그 문제의 주범은 안드로이드입니다.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미를 보고 있으며, 삼성 특유의 기능을 안드로이드에 탑재하여 여타 제조사들과 차별화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면서 삼성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걸 염려하여 타이젠을 준비했던 것이지만, 타이젠이 변변찮은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의존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삼성의 체제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만약 삼성이 장기적으로 타이젠을 밀어붙일 생각이었다면 안드로이드 생산을 중단한 채 타이젠 라인을 공고히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이 안드로이드에서 내세우던 독립적인 기능들을 타이젠에 탑재하면서 여타 제조사와 차이를 벌릴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차별화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타이젠을 온전히 자신 것으로 만들 길이었습니다.
 
 즉, 체제를 전환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물론 '그랬다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외부가 아닌 삼성 내부에서도 안드로이드와 타이젠이 비교되는 상황은 타이젠의 존재 의의를 상실케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타이젠으로 체제 전환을 한다? 뒤쫓아오는 LG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안드로이드를 버린다는 건 이전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일이 될 겁니다.
 
 정확히는 '타이젠이 어렵다.'가 아니라 '삼성은 체제 전환에 실패했다.'입니다. 당연하게도 어떤 기업이든, IBM이나 애플이나 구글이나 큰 체제 전환을 겪었던 기업들은 그만큼 위험을 부담하면서 실행에 옮겨 성공했습니다. 반대로 실패한 기업도 나열할 순 있겠지만, 삼성이 타이젠으로 체제를 전환할 마음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며, 시간을 지체할수록 시도하기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건 곧장 삼성이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타이젠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며, 우린 영영 타이젠 스마트폰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약 여기서 삼성이 체제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삼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안드로이드가 없으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드로이드 내부의 경쟁력까지 떨어지면 삼성의 말로라는 겁니다. 분명 아직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그만큼 빨리 드러내고 있습니다. 좋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꼭 체제 전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무리하지 않고 현재 방식을 유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신 타이젠이라는 존재가 끼어들면 그건 삼성에 선택지를 내주는 것입니다. 거기서 삼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영원한 안드로이드 제조사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출 수 있는 회사인지 결정짓는 평가로 이어질 것입니다.
 
  삼성은 선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