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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Kakao

다음 클라우드 종료와 카카오


 다음은 항상 네이버 뒤의 이인자였습니다. 그럼에도 품질에서 밀리지 않는 서비스와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와 합병 이후 주요 서비스를 하나씩 종료하면서 기존 사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클라우드 종료와 카카오
 
 지난달, 다음카카오는 자사 메신저인 '마이피플'의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음악 서비스인 '다음 뮤직'과 어린이 포털 서비스인 '키즈짱'도 종료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마이피플은 카카오톡과 겹치고, 다음 뮤직도 카카오 뮤직과 중복되므로 이해할 수 있으며, 키즈짱에 대해서는 사용성이 떨어지는 탓에 종료한다는 이유도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다음 클라우드입니다.
 
 


 다음카카오는 5년 동안 제공한 다음 클라우드의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내걸었습니다. 1일부터 신규 가입을 받지 않으며, 오는 7월 31일 이후부터 백업 외 기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백업을 12월 31일까지 지원하지만, 어차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기존 사용자라면 필요한 데이터의 백업을 7월 31일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백업은 매우 간단하게 진행되는데, 다음 클라우드에 저장된 폴더 구조를 그대로 사용자 PC로 옮깁니다. 여유 공간이 부족한 사용자라면 압축된 파일로 내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클라우드팀은 안내 공지로 '고민을 거듭했고, 지금의 모습으로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말했습니다.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앞서 종료한 서비스의 이유를 볼 때 지속 가능성에 회의감을 느낀 모양입니다. 문제는 다음 클라우드가 단순히 파일을 저장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에 저장한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거나 기업용 서비스인 다음 스마트워크의 중요한 요소였기에 사용자 불만이 다른 서비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계된 서비스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종료해야 했을까 싶을 만큼 갑작스러운 탓에 불만도 불만이지만, 연이은 서비스 종료의 의도에 주목하게 했으며, 남은 다른 서비스들의 존재 여부도 화두가 되었습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모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시장에서 카카오의 국내 영향력이 크고, 김범수 의장이 최대 주주로 자리한 탓에 주도권을 카카오가 쥐면서 앞서서는 중복되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분야는 모바일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여전히 활발히 경쟁 중입니다. 그걸 종료했으니 조금 다르게 보이죠.
 
 현재 다음카카오는 4개의 블로그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 다음에 붙어있던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 그리고 모바일 블로그인 '플레인', 플레인 공개 후 2개월 만에 출시한 '브런치'까지인데 4개의 서비스가 다른 특징을 지녔기에 문제가 없다는 게 다음카카오의 설명입니다. 실제 다음 블로그는 아주 평범한 서비스형 블로그이고, 티스토리는 포괄적인 웹에 적합한 블로그이며, 플레인은 모바일에 최적화, 브런치는 콘텐츠 발행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 서비스를 늘리자 기존 부실했던 다음 블로그나 부진한 티스토리도 종료하고, 목적으로 내세운 모바일에 집중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타납니다. 단지 종료의 여부를 떠나서 필자는 조금 다른 점을 보고 싶었습니다.
 
 플레인은 카카오에 속하여 서비스를 내놓은 탓인지 카카오 계정으로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카카오에 모바일 주도권이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웹에서도 작동하는 브런치조차 다음 계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가입해야 하죠. 새로운 서비스 어디에도 다음은 없습니다. 카카오톡과 연계한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다음 계정을 배제한다는 게 의미하는 건 꽤 간단해 보이죠.
 
 다음은 포털 서비스로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고, 사용자가 꾸준히 접근하게 함으로써 성장을 해야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개별 서비스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성장의 연결고리로 카카오만 껴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 계정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간 연계로 플랫폼을 확장하기에 포털 서비스의 존재 의의는 옅어집니다. 한 서비스에 뭉치는 게 아니라 계정만 소유하면 각 서비스에 따로 접근할 수 있게 구성하기 때문이죠. 이는 다음의 포털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카카오 계정이 모바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면 굳이 한 페이지에 검색창을 띄우고, 콘텐츠를 보급하여 나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품은 의문이 다음 클라우드의 종료로 이어졌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카카오의 이름을 건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하리라 봅니다. 마찬가지로 아동용 서비스의 필요성에 따라서 카카오 계정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아동용 모바일 서비스도 예상해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남은 다음 것 중에서도 개별적으로 지속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서비스는 포털과 별개로 계속 운영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음의 포털 해체가 곧장 이뤄지지 않으며, 현재 행보를 기초로 지속 가능성에서 떨어지는 서비스를 쳐내고, 남은 서비스로만 포털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가정도 해볼 수 있습니다.
 
 단지 다음이 사라지느냐, 사라지지 않느냐의 문제보다 카카오가 생각하는 모바일 전략이 다음에 영향을 끼치면서 진행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녔는가 따져보는 게 우선입니다. 당장 다음 클라우드 종료로 사용자들은 다른 서비스를 찾아갈 테고, 해당 서비스의 이용이 카카오의 전략에 어떤 작용을 할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조금 다르게 보인다는 건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이 지워질 실현성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클라우드의 종료로 좀 더 뚜렷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