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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 타이젠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


 삼성은 여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인 Z1과 3개의 스마트워치를 출시했습니다. 카메라도 몇 가지 출시했지만, 주목받은 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였죠.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진 못 했습니다. 타이젠이 탑재된 사실조차 소비자에게 강조되지 못했으니까요.
 


삼성, 타이젠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
 
 삼성은 차세대 스마트워치인 '기어 A(Gear A)'의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어 A에 탑재할 운영체제도 타이젠이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단독 질주와 마찬가지인 애플 워치와 경쟁할 어깨가 무거운 제품입니다. 일각에서는 타이젠의 운명을 결정지을 제품이라고도 말하죠.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1분기 타이젠이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시장점유율 23.1%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2분기 47.8%까지 차지했던 점유율이 1년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입니다.
 
 어찌 보면 타이젠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스마트 워치가 본격적으로 출시되었고, 지난 4월 애플도 애플 워치를 출시하면서 작았던 스마트워치의 파이가 갑자기 커진 탓에 제자리를 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작년 여름 출시한 기어S 이후 주력할만한 스마트워치를 내놓지도 않았으니까요.
 
 필자는 타이젠이 웨어러블로 발판을 마련하는 건 좋은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로 고착화한 상황이기에 웨어러블로 타이젠 생태계를 확장하도록 하는 게 더 낫다는 거죠. 문제는 점유율 하락을 그러려니 하기에 현재 믿을 구석은 공개도 되지 않은 기어 A밖에 없다는 겁니다.
 
 애초에 타이젠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터라 기어 A가 어떤 성과를 쉽게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애플처럼 생태계를 내세우거나 안드로이드 웨어처럼 개발자 참여가 적극적이지도 않아서 삼성은 타이젠에 대한 많은 카드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기어 A의 행보가 타이젠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전과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타이젠 전략에 회의가 생길 수밖에 없겠죠.
 
 


 딱히 기어 A가 좋지 않은 결과를 낼 제품이라는 건 아닙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제품을 평가할 수는 없으니까요. 단지 기어 A가 향후 타이젠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삼성은 타이젠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게 필자가 말하려는 골자입니다.
 
 먼저 타이젠보다 안드로이드가 더 나은 성과를 내리라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여러 안드로이드 웨어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규모가 크다는 것뿐 안드로이드에서 갤럭시처럼 플랫폼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주는 제품은 없다는 겁니다. 구글과의 이해 관계를 떠나서 삼성으로서도 플랫폼의 경쟁력이 스마트워치의 경쟁력을 고스란히 대변한지 않기에 타이젠의 유통 기한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타이젠을 포기해서는 삼성은 다시는 운영체제 사업에 뛰어들 기회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타이젠도 가까스로 지탱하는 중이지만, 운영체제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삼성은 이미 바다 OS를 포기한 적이 있고, 타이젠은 그 연장선으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다시 연장선에 둘 마땅한 대체제가 없습니다.
 
 또한, 운영체제 역량을 강화하는 걸 둘째치더라도 하드웨어 제조사로서 타사에 휘둘리지 않고, 제품을 개발하기에 운영체제 사업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겁니다. 언제 어떻게 쓰이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죠. 포괄적으로는 사물인터넷이겠지만, 프로젝트의 방향이 현재와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삼성은 운영체제 사업에서 그런 유연함과 자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소프트웨어에 담는 방법의 수준을 꾸준히 높여야 합니다.
 
 당장 많은 카드가 있진 않지만, 언제든 카드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오랜 시간 다듬고, 플랫폼이 유지될 수 있다는 신뢰를 지속해서 줘야 하기에 영영 운영체제 사업을 하고 싶지 않을 때나 타이젠을 포기하는 게 맞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어나갈 수밖에 없죠.
 
 


 현재 개발자들이 지적하는 타이젠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조차 적극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지원은 지금도 나름 부지런하나 전체적인 사업에서 타이젠이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으로는 마땅히 이익이 되지 않으니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런 접근으로 성공한 운영체제는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삼성의 주 사업이 운영체제가 아니라는 것이 작용하겠으나 운영체제 플랫폼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기에 얻어걸릴 수 있다는 생각만큼은 버려야 합니다. 되레 성과가 없더라도 적극적이어야 하죠. 가령 사람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가 아닌 크롬 OS를 왜 계속 개발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570만 대의 크롬북을 출하하면서 6년 만에 결실을 봤습니다. 교육 시장에서 얻은 성과이고, 본래 크롬 OS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달랐지만, 어쨌든 플랫폼의 가능성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나마 삼성은 이후 출시하는 스마트 TV에 모두 타이젠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발판 마련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LG도 웹 OS 인수로 TV를 생산하고 있으니 걸음걸이를 맞추는 겁니다. 그저 현재 상황만 가지고 타이젠의 실패나 존폐위기를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삼성이 타이젠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