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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네스트로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을 가꾸다


 올해 초, CES  2015에서 구글은 네스트를 이용한 사물인터넷 전략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자사 온도조절장치(Thermostat)와 연결한 다양한 제품이 연결하여 전력 소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지난달에는 I/O 2015에서 사물인터넷용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인 '브릴로(Brillo)'를 공개했습니다.
 


구글, 네스트로 하드웨어 기반 플랫폼을 가꾸다
 
 브릴로의 공개로 구글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전략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생각할 수 있었죠. 하지만 네스트의 존재를 브릴로와 연결하지 않을 상태에서 구글의 사물인터넷을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스트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인 '네스트 캠(Nest Cam)', 새롭게 디자인한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 그리고 개선한 '네스트 앱(Nest App)'을 공개했습니다.
 
 네스트 캠은 1년 전 인수한 드롭캠(Dropcam)의 기술을 기초로 개발했으며, 1080p HD 영상을 촬영하고, 나이트 비전을 제공합니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장착하여 스마트폰으로 음성을 전달하거나 영상을 클라우드로 기록할 수 있고, 동작 인식으로 집 안에 무언가 움직일 때 스마트폰으로 알려줍니다. 또한, 스탠드를 다양화하여 집 안 여러 곳에 설치할 수 있어서 베이비 캠(Baby Cam)이나 가라지 캠(Garage Cam)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199달러입니다.
 
 네스트 프로텍트는 연기 및 일산화탄소 감지기로 이전에 있던 감지기를 개선한 것입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말을 한다는 것으로 단순히 경보음만 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공간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설명하고, 스마트폰으로 알립니다. 가격은 99달러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선한 네스트 앱은 모든 네스트 기기를 통합하여 제어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만 들으면 '그래서 뭐가 대단한 건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동작을 인식하고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 제품은 이미 많고, 일산화탄소 감지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앱을 연결한다는 건 애플도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홈킷을 아이클라우드와 연동하기로 했으니 특별하게 보이지 않죠. 그러나 구글의 전략이 기존 안드로이드와 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제품을 개별적으로 보면 큰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네스트는 이들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네스트 플랫폼을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이를 '네스트 홈(Nest Home)'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가령 네스트 프로텍트로 연기나 일산화탄소 감지가 발생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클립 영상을 네스트 캠으로 자동 생성합니다. 또는 네스트 캠과 온도조절장치를 연동하여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자동으로 동작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본디 사물인터넷이 그런 개념이긴 합니다. 하지만 구글은 여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으로 서드파티 업체를 끌어들이고 키워왔고, 하드웨어를 출시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구글 글래스처럼 실험적인 기기이거나 플랫폼의 중심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브릴로를 통해서 서드파티 개발자의 참여를 높일 생각이지만, 핵심은 네스트에 두고 있습니다. 브릴로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는 했으나 애플처럼 연동에 중점을 둔 건 아니니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브릴로로 개발한 기기와 꼭 다른 브릴로 기기만 연결할 수 있지 않기에 개발자 참여를 높여도 자사에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대신 네스트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연결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소비자가 조성하게 하고, 네스트 홈에 덧붙일 사물인터넷 기기를 늘려간다는 전략이 새로 출시한 제품들에 담겨있습니다. 이미 필립스의 휴(Hue)와 연동하는 방식을 소개하긴 했으나 연결하도록 유도만 하면 될 드롭캠을 5억 5,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이유가 네스트 캠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이는 소프트웨어로 연결하라고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네스트 기반의 울타리로 소비자의 가정을 가둘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시너지를 내고자 네스트 홈에 참여하리라는 것에 기인한 하드웨어 플랫폼 전략입니다.
 


 


 네스트는 여러 업체의 제품을 온도조절장치와 연결하여 에너지를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웍스 위드 네스트(Works with Nest)'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건 처음부터 브릴로와는 상관없는 하드웨어 전략이었지만, 이번에 공개한 제품들은 네스트 홈이 에너지 절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덕분에 브릴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현재는 네스트의 3가지 제품이 한 가정에서 잘 연동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게 필요하겠으나 거기에 편승하려는 개발자나 업체라면 당장 관심을 둘만한 프로젝트가 브릴로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이런 시도가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하드웨어 기반이 되었을 때 구글의 수익 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고, 달리 말하면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방안인 탓입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구글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어떤 수익 구조를 만들 생각인지 아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