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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차세대 구글 글래스의 경쟁자와 고민


 지난 1월, 구글은 구글 글래스 익스플로러 에디션(Google Glass Explorer Edition)의 판매를 중단하고, 구글 X 연구소에 있던 구글 글래스 부서를 독립적인 사업부로 옮겼습니다. 이는 기존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알리는 것이면서 새로운 구글 글래스의 등장을 기대하게 하는 결정이었습니다.
 


차세대 구글 글래스의 경쟁자와 고민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구글 회장은 '토니 파델(Tony Fadell)이 구글 글래스를 담당하게 된 건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글래스가 일반 소비자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였고, 이어 룩소티카와의 제휴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가 일반 소비자 시장에 다시 등장하기에는 길이 너무 험합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일부 개발자들에게 차세대 구글 글래스의 시제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비밀리에 이루어졌고, 전작처럼 요란하게 진행하진 않은 것입니다.
 
 이 차세대 제품은 전작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와이어 프레임이 사라지고, 사용자들이 다른 안경에 끼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이것이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분석가가 '구글 글래스는 기업용 제품이 될 것이며,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적어도 1년 이상을 지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9to5Google은 구글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인증을 신청하여 통과한 'GG1'이라는 기기가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고, GG가 구글 글래스의 약자라고 말했기에 배포한 구글 글래스도 기업용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도 과거 '구글 글래스는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장하기 쉽다.'라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었는데, GG1이 기업을 겨냥한 제품이라면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구글이 새로운 구글 글래스를 내놓기 전에 복병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구글이 구글 글래스 부서를 개편할 때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가상 현실(VR)에 증강 현실(AR)을 더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인 홀로렌즈(HoloLens)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홀로렌즈는 단숨에 MS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는데, 단순히 HMD로 화면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화면에 나타난 요소들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여 구글 글래스보다 좀 더 미래적인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물론 외형은 구글 글래스보다 요란한 모습이지만, 중요한 건 홀로렌즈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게 아닌 실내나 기업에서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명백히 구글 글래스를 위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글 글래스가 실제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전작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이라면 기능적인 면에서 홀로렌즈와 비교당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과거 구글 글래스의 엔터프라이즈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 병원이나 교육 기관, 경찰, 항공사 등에서 이용되었으나 대부분 카메라의 활용과 핸즈프리 환경에서 정보의 전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홀로렌즈는 정보를 하나의 요소로서 화면으로 전달받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닌 홀로렌즈가 닿는 공간에 정보를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령 건설 현장에서 설계도와 모형을 띄워 참고하거나 구조물의 크기를 가상으로 변경해보는 등 말이죠. 고로 기업 시장에서 홀로렌즈의 활용도가 구글 글래스보다 뛰어나다고 가정한다면 차세대 구글 글래스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하더라도 이전과 다르게 막강한 경쟁자와 겨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덕분에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기업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홀로렌즈에 대응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먼저 가격입니다. 뉴욕타임즈는 'MS가 홀로렌즈의 가격이 플레이스테이션 4나 엑스박스 원보다는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아직 홀로렌즈의 가격은 미정이지만, 해당 보도로 생각해보면 최소 500달러, 가격이 높더라도 1,000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콘솔 게임기를 비교 대상으로 내세웠다는 건 어색하니까요. 그런데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1,500달러에 판매했습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개념의 제품이었기에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홀로렌즈의 가격이 예상치에 있다면 구글 에디션의 가격을 크게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성능인데, 지난 2월에 와이어드는 '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대체할 AR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구글 글래스일지, 아니면 별개의 제품일지 두고 봐야겠으나 홀로렌즈가 VR과 AR로 현실에 가상 현실을 뿌린다는 점은 신기한 것뿐만 아니라 활용의 방안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구글 글래스가 이동성에서는 효율적이겠으나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닌 기업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동성보다는 활용 방안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그 점은 가격에 대한 고민과도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만약 홀로렌즈와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내놓을 생각이라면 가격이 아닌 성능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테니까요.
 
 마지막은 일반 소비자용 구글 글래스입니다. MS는 홀로렌즈를 당장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게 할 예정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홀로렌즈가 구글 글래스처럼 시험해야 할 부부분이 많다는 것이며, 기업 시장에서 사용자화를 거치면서 제품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가격도 낮추면서 일반 소비자용을 준비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구글 글래스에 아직 시간은 남아있습니다. GG1이 기업용 제품이 되더라도 구글 글래스는 이미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꽤 오랜 시간 시험했습니다. 해당 경험을 토대로 가격과 성능을 조정하여 구글 글래스를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시할 여력은 충분합니다. 체급으로 비교하자면 피트니스 밴드와 스마트 워치의 관계지만, 어쨌든 먼저 시장을 공략할 기회는 구글 글래스가 먼저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건 구글 글래스뿐만 아니라 홀로렌즈조차 신기한 제품이 이상의 활용 방안을 일반 소비자에 전달하고 있지 못했다는 같은 궤도에 있기 때문이죠.
 
 


 고로 구글은 구글 글래스의 가격을 어떤 수준으로 책정할 것인지, 기업 시장에서 경쟁할 성능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아직 홀로렌즈가 접근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 어찌 다가갈 것인지 고민할 단계입니다. 세부적으로 생각하면 구글 글래스와 홀로렌즈가 포지셔닝이 완전히 겹치는 제품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으나 상기했듯이 두 제품 모두 정확한 정체성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을 상태이기에 필요한 고민입니다.
 
 구글은 한 번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지켜보았기에 차세대 제품은 희망 고문 같은 제품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안경형 웨어러블에 접근했었던 만큼 여전히 기대가 큰 건 사실입니다. 실패한 제품에 대한 기대가 클 수 있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구글의 경쟁자에 대한 고민이 제품에 반영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며, 전작의 실패에서 많은 걸 배운 구글 글래스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