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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 iOS를 지원하는 건 아주 올바른 것


 어제 삼성과 애플의 2차 특허 소송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둘은 다시 전쟁터를 마련한 겁니다. 당연히 둘의 재판 상황을 설명하려는 건 아닙니다. 삼성은 여태 공식적으로 애플의 iOS와 연동하는 제품을 발표한 적이 없고, 상기했듯 애플은 최대 고객이자 최고 앙숙입니다. 삼성이 iOS를 지원한다는 건 이례적이죠.
 


삼성, iOS를 지원하는 건 아주 올바른 것
 
 앞서 삼성이 자사 제품에 애플과의 접점을 완전히 지웠던 건 아닙니다. 가령 스마트폰은 삼성 제품이지만, PC가 맥인 고객을 고려하여 맥을 지원하거나 프린터나 카메라, TV 등 제품의 모바일 앱도 iOS용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단지 플랫폼 관점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애플 제품으로 확대하는 시도는 아니었죠. 그랬던 삼성이 흥미로운 발표를 했습니다.
 
 


 CES 2016을 앞두고 진행한 삼성의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앨러너 코튼(Alanna Cotton) 삼성아메리카 부사장은 로즈골드와 플래티넘, 두 버전의 기어 S2 클래식을 발표하면서 '기어 S2의 iOS 연동이 연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기어 S2 매니저 앱을 내려받으면 서로 연동할 수 있으며, 애플의 애플 워치보다 활용의 폭은 좁겠지만, 기어 S2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의 설정이나 제어를 iOS 기기로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는 삼성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iOS 지원을 언급한 일입니다.
 
 삼성의 공식 발표 전 샘모바일은 '기어 S2 2015년 연말까지 iOS를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 연말까지 이뤄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뤄지게 되었는데, 샘모바일은 'iOS 기기 사용자들이 기어 S2를 통해서 삼성 페이 등 삼성이 내놓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기능을 지원할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다소 기능이 줄어들더라도 자사 제품 고객에 활용할 방안을 최대한 제시할 것으로 보이므로 샘모바일의 추측대로 삼성의 여러 기능을 iOS 기기와 연동으로 가능하리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번 결정은 3년 안에 삼성이 시도한 것 중 가장 의미 있는 전략이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필자는 '삼성, iOS를 품어야 한다'라는 글을 통해서 '삼성이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iOS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장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만 벌어지는 소프트웨어가 주류인 플랫폼 경쟁 시기는 지났고,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기기 등 하드웨어 경쟁력이 주류로 넘어가고 있기에 삼성은 스마트폰 판매를 기반으로 플랫폼 성장을 기대하는 게 아닌 경쟁 플랫폼을 지원하여 흡수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삼성의 발표로 가장 기대할만한 것이 삼성 페이입니다. 필자는 '갤럭시 시리즈처럼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으로 결제하지 못하더라도 터치 ID로 온라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기어 S2와 iOS가 연동하여 삼성 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면 iOS 기기에 신용카드를 저장해야 하므로 저장한 신용카드를 온라인에서 이용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입니다.
 
 전자상거래 분석 업체인 커스토라(Custora)에 따르면, 미국 연말 쇼핑 기간에 발생한 모바일 쇼핑의 77%가 iOS에서 발생한 거로 나타났습니다. 안드로이드는 불과 23% 수준이었는데, iOS 이용자의 구매력 일부를 삼성 페이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삼성 스마트폰에 국한하는 것보다 나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같은 날, 삼성은 '올해 안에 미국에서 삼성 페이를 온라인 결제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발표했습니다. iOS와 연동한 신용카드 정보를 썩히고 싶지 않다면 iOS에서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게 현명하겠죠. 즉, 기어 S2와 iOS의 연동만으로 웨어러블 경쟁력을 서비스 경쟁력으로 확장하고, 확장한 경쟁력으로 경쟁 플랫폼을 잠식하는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겁니다.
 
 기어 S2가 MST 방식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점이 아쉽지만, 기어 S2의 경쟁 제품인 애플 워치도 NFC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크게 밀리지 않고, 자사 웨어러블 고객을 늘리는 방안으로 iOS 플랫폼 안에서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여태 애플과 안드로이드의 구글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동떨어진 플랫폼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삼성이 드디어 제대로 된 활로를 찾은 셈이죠.
 
 삼성이 더 큰 시장에 뛰어들 생각이라면 삼성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생태계에 iOS를 포함하도록 하고, 기어 S2의 iOS 지원은 그 단초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 스마트폰 고객이 아닌 훨씬 많은 고객을 자사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기기로 끌어들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번 발표가 대단히 멍청하게도 삼성의 추진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충격적이겠지만, 단순히 간만 보려는 의도일 여지도 충분하죠. 만약 그렇다면 삼성은 되레 이 지점을 발판 삼아서 공격적으로 iOS를 품을 계획을 마련해야만 할 것입니다.
 
 반대로 삼성이 iOS를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경쟁력에 대한 실마리로 삼았다면, 그건 포화 상태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별다른 경쟁력을 찾기 어려운 삼성에 아주 올바른 결단입니다. 애플이 세탁기나 냉장고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iOS는 삼성에 보물 창고가 될 테니까요.
 
 적어도 기어 S2가 iOS와 연동한다는 건 좋은 신호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이제 삼성이 좀 더 넓게 iOS를 품을 수 있을지 기대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