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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월트 디즈니, 그리고 '애플의 DNA'

후드래빗 2012. 7. 4. 07:53

 5월 30일에 있었던 D10 컨퍼런스에 팀 쿡이 출연했었습니다. 월트 모스버그와 캐라 스위셔와 다양한 이야기를 했던 애플의 CEO 팀 쿡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잡스가 살아있을때 그에게 전했다는 이야기는 의미가 깊었습니다.








애플과 월트 디즈니, 그리고 '애플의 DNA'


 잡스는 제가 CEO가 되는 것을 논의할 때 '나는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디즈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켜봤지. 거기 있는 사람들은 죄다 "월트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말만 되풀이 했어.'라며 저에게는 절대 그런식으로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올바른 길을 가라고 했죠. 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뭔가 변화할 뜻이냐고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잡스야 말로 변화에 능한 인물이였습니다. 의견은 바꾸는 것이 너무 빨라서 하루 전 반대의 의견이였다는 것은 상대가 잊을 정도였어요.




월트 디즈니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월트 디즈니가 사망 후 내리막을 내달립니다. 캐릭터 사업을 해야 할 곳이 부동산 운영을 하는가 하면, 이익은 3년만에 절반으로 추락합니다. 부채는 늘어났고 브랜드 가치는 떨어졌으며, 헐리우드에서 디즈니의 점유율은 4%에 불과했습니다.

 그 뒤 전설적인 CEO '마이클 아이즈너'가 등장하죠. 아이즈너는 리더쉽으로 회사를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사업을 다각화 했습니다. 결국 디즈니는 10년만에 6배의 규모로 성장하게 됩니다.


 원래 디즈니사는 모순 덩어리였죠.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적 목적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것이였는데, 그 경계를 잘지켰던 기업이였습니다. 월트 디즈니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했으나, 사람들은 그를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그 자체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즈너가 사업을 확장할 때 사람들은 과거 디즈니와 다르게 이익만 추구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아이즈너는 작품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디즈니 샵과 테마파크를 통한 현금보유와 이를 통한 홈비디오 사업, 1년에 12편의 영화와 1편의 만화영화를 만들며 지속적인 이익을 목표로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월트 디즈니사는 다시 재기했습니다. 손가락질을 받아도 디즈니에 열광했던 팬들은 다시 디즈니를 찾았어요. 그리고 그 때문에 아이즈너는 22년간 CEO 자리에 머물를 수 있었고, 그 안에 아이즈너는 작품에도 집중을 하면서 디즈니를 굳건하게 만들었습니다.




팀 쿡




 팀 쿡을 아이즈너와 동일시되는 인물로 비추려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되었건 아이즈너는 디즈니를 굳건하게 만들었고 다져놓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작품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디즈니의 모토를 잘 이끈 인물입니다. 디즈니는 계속 변화했죠. 미키마우스는 그들의 상징이였지만, 캐릭터 하나에 메달리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하면 나아갔습니다. 그 점은 분명합니다.

 만약 아이즈너가 디즈니에 억메여 있었다면 '어떻게 하면 미키마우스 같은 캐릭터를 만들수 있지?'만 고민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즈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올바르게 일단 회사부터 살려놓았습니다.


 잡스가 팀 쿡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그런 것 입니다.


 '지금 애플이 해야 할 일을 해라.'


 그리고 팀 쿡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죠. 아이즈너는 디즈니를 결코 해치는 방향으로 가진 않았습니다. 다만, 회사가 확장하면서 그 크기에 짓눌렸던 것이죠. 이후의 디즈니를 보면 사망한 월트 디즈니가 보여줬던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충분한 역활을 했습니다. 저 또한 라이온 킹에 열광했던 한 사람이였으니까요. 물론 그 과정 또한 디즈니가 그 당시 해내었어야 할 일이였어요. 그건 디즈니사가 추구 하는 방향이 분명했고, 당장 해야할 일들에 집중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어찌보면 잡스를 디즈니에 비교하기 보단 아이즈너와 같이 비교하는 것이 옳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는 망해가는 회사에 돌아와 다시 살려놨어요. 회사를 살린 것이 같다는 것이 아니라 잡스는 그 당시 애플이 무엇을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즈너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말이죠. 그렇게 애플을 다져놓았습니다.

 이제 애플이 해야 할 일은 아이즈너가 다져놓은 디즈니가 디즈니대로 나아갔듯 잡스가 다져놓은 애플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적어도 거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고, 애플 방식대로 일겁니다. D10 컨퍼런스에서 팀 쿡의 발언은 그걸 확실시 하는데 적합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잡스의 역할을 대신 해야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거기에 부담감을 느낀 적도 없습니다. 그건 제 성격에 맞지 않고 제 목표도 아닙니다. 제 목표는 뛰어난 애플의 CEO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제 비전입니다.'




애플의 DNA




 이제 디즈니사를 '월트 디즈니의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는 '잡스의 애플'이라고 하지만 애플의 일부가 잡스였을 뿐 잡스 자체가 애플이였던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애플을 수평적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잡스에 의해 수직적이라고 얘기하지만 아이즈너가 통괄했던 디즈니를 수직적이라고 불렀던 사람은 없습니다. (이부분은 정말 없어요!!) 그래서 디즈니사를 디즈니의 것이라거나 아이즈너의 것이라고 하지 않는거죠. 오히려 디즈니의 모토와 아이즈너의 경영을 물려받은 기업으로 평가를 합니다. 그것은 디즈니만의 DNA죠.


 애플도 마찬가지에요. 다른 점이 있다면 잡스가 애플의 모토와 경영을 함께 다져놓았다는 것 뿐입니다.


 'DNA'라는 것이 거창하거나 팬심에서 우러나오는 우스개 소리는 아닙니다. 기업의 모토라는 것은 분명 어느 기업에든 있어요. 그게 나타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기업은 무조건 이윤을 추구하지'라는 일반화 된 것 뿐 아니라 '애플이 뭔가 다른 혁신을 보여줄거야' 같은 것도 있다는거죠. 사람들이 돈을 쥐고 미키마우스를 보기 위해 줄을 섰던 것처럼요.

 '디즈니=문화'라고 생각했고, 그걸 실행하는데 월트 디즈니는 아낌이 없었어요. 그건 상업적인 행위였지만 그런걸 생각하면서 줄을 서진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문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길게 줄을 섰던거죠.


 애플 제품을 사기위해 줄을 서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전자제품을 사기위해 줄서는 것이 미친 짓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디즈니를 문화라고 여겼던 것처럼 애플만의 DNA를 제품에서 느끼고자 하는 소비자는 분명있습니다. 그건 기술 회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에요. 오케스트라를 보기 위해 회원이 되거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를 가는게 아니라 전자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웃긴 일이지만, 애플은 그걸 지니고 있는 기업이에요.


 팀 쿡은 자신의 비전을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건 자신의 비전일 뿐 아니라 애플이 추구해야 할 방향입니다. 물론 완벽한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보장 할 수도 없으며,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애플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뛰어난 제품'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에 분명 애플만의 DNA가 움직일 여건과 목표가 존재합니다.


 그런 애플만의 DNA를 실행하는데 집중한다면 3D로 탄생한 라이온킹에 눈물을 흘렸던 필자처럼 '월트 디즈니'가 아니라 '디즈니라는 문화'를 기억했듯이, '잡스'를 기억하는 것이 아닌 그가 추구한 '애플'을 기억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팀 쿡이 잘 해내리라는 것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