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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리프트에 관심 보인 루퍼트 머독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올해 83세입니다. 최근 자신의 두 아들에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면서 서서히 물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동향을 주시할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는 급격하게 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장 빠르게 움직인 인물이고, 재미있게도 크게 성공하는 걸 보기 힘들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관심 보인 루퍼트 머독
 
 페이스북은 지난달 오큘러스 VR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당시 '대체 왜 페이스북이 인수한 거냐?'는 의문이 많았는데, 게임을 중심으로 개발되던 오큘러스 리프트였기에 소셜 미디어와 연관 지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페이스북이 그다지 달가워 보이진 않았던 거죠. 다행히 회의감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으면서 잘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 오큘러스 리프트에 관심을 보인 인물이 바로 루퍼트 머독입니다.
 
 


 Mashable은 루퍼트 머독이 뉴욕의 프레임스토어 사를 방문하여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텀블러 블로그인 'Murdoch here'에 그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한 모습이 게재되었으며, 이런 모습에 가상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신문을 계획할 수도 있다고 Mashable은 덧붙였습니다.
 
 체험은 HBO의 인기 드라마인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북쪽의 거대 빙벽인 월(Wall)을 오르는 것으로 머독을 포함하여 함께 참여했던 모두 눈앞에 펼쳐진 가상 현실에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사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을 머독이 오큘러스 리프트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으로 무작정 연관 지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왜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 의미를 풀어보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이전까지 오큘러스 리프트는 단지 게임만을 위한 영역이었으니까요.
 
 분명 오큘러스 리프트로 게임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하고, 다른 멀티미디어 활용에도 시도가 늘고 있죠. 그러나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인수하고 난 뒤 게임 외 분야의 오큘러스 리프트 활용에 관심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많은 이가 머독을 두고, '페이스북이 이미 인수했으니 놓쳤다.'고 표현했지만, 실상 머독이 오큘러스 리프트에 관심을 두고, 체험까지 하게 된 이유가 페이스북이 인수한 영향에 닿았기 때문입니다.
 
 


 2006년, 머독의 뉴스코프는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합니다. 당시 페이스북과 경쟁 중이었던 마이스페이스를 새로운 미디어 형태로 생각하여 인수한 것인데, 문제는 모바일 중심의 페이스북이 밀려 2년 만에 매각해버린 것입니다. 중간에 마이스페이스 성적이 좋지 않자 '트위터를 인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머독은 '트위터의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마이스페이스에 장기적 목표를 두고 인수했던 머독은 페이스북에 밀리고, 트위터는 놓쳐버린 상황에 놓입니다.
 
 머독이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한 이유는 지면 신문의 한계가 닥칠 것이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새로운 미디어 활로로 내다본 탓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트위터가 아닌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해서 되팔았지만, 이후에 직접 트위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습니다. 그의 말처럼 SNS가 새로운 미디어의 형태로 발전한 것인데, 정작 본인은 이탈해버린 겁니다.
 
 2010년 아이패드가 등장했고, 머독은 아이패드 전용 매거진인 '더 데일리(The Daily)'를 내놓습니다. 페이스북이 모바일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태블릿이라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실험적인 모델로 더 데일리를 창간한 것인데, 이마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폐간했습니다.
 
 더 데일리의 실패 원인에 대해 '무료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뉴스들을 돈을 주고 볼 이유가 없다.'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는데, 뉴욕타임스는 아이폰에 최적화된 뉴스앱인 '뉴욕타임스 나우(NYT Now)'를 지난 3일에 출시했습니다. 기존 구독자는 별도의 과금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월 8달러의 구독료를 받고 있음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물론 아이패드로는 서비스되지 않지만, 모바일에서 유료화된 언론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더 데일리도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나우는 초기 단계지만, 성공적인 도입을 보여줬고, 모바일에서도 유료 뉴스가 먹힐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더 재미있는 점은 2010년에 더 데일리 창간뿐만 아니라 뉴스코프가 보유한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도 온라인 구독 유료화를 선언했고, 덕분에 방문객은 3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9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는데, 접근이 다른 긴 하지만 어쨌든 뉴욕타임스는 기존 유료 구독자를 유지하면서 모바일 전용 앱 서비스까지 성공적으로 출시했습니다.
 
 머독의 새로운 시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항상 새로운 미디어 시도에 앞서 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으나 안목만큼은 좋다고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머독이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했다는 점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이전까진 게임 외 분야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능성에 대해서 접근을 했던 적이 없고, 그조차 영상물 쪽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머독이 페이스북과 접촉하여 미래에 가상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낼 것 인지까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것이 미래 가능성에 대해서 좀 더 폭넓은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현재까진 게임 중심이긴 하지만, 머독이 보인 관심만큼 소셜 미디어와의 연결이 썩 회의적으로 바라볼 것만도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이런 덕분에 언론은 물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에 관심을 두게 될 것입니다. 혹은 다른 HMD도 게임과 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놓게 될 겁니다. 특히 머독의 접근이나 페이스북의 인수 건은 오큘러스가 미디어 전반에 응용될 새로운 플랫폼을 암시합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크버그는 인수 당시 '모바일은 현재의 플랫폼이고, 이제는 미래 플랫폼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겁니다. 이것이 게임 쪽에선 그다지 좋은 소리로 들리진 않았지만, 머독의 관심이 이런 우려를 한풀 꺾어놓지 않을까 싶습니다.



Futurama with Facebook's Oculus V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