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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이 원하는 것


 '애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돈'이라고 간단히 대답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애플의 구체적인 목표에 빗대긴 어렵습니다. 물론 그것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을 테고, 몇몇 그런 회사를 필자도 알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세계적인 회사가 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애플이 원하는 것
 
 애플은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온 회사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애플만 있는 것이 아니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많습니다. 중요한 건 '애플이나 그들이 무엇을 위해서 제품을 만드는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애플이 원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애플이 쇠락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지점에 있습니다. 새로움이 없다는 제품들도 꾸준히 팔리고 있고, 오히려 짧은 기간에 지속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던 과거보다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단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선 안락함은 순식간에 깨질 것입니다. 애플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어야겠죠.
 
 아마존을 봅시다. 얼마 전, 아마존은 자사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을 공개했습니다. 파이어폰에 탑재된 파이어플라이와 3D 인터페이스는 놀라운 기능입니다. 파이어플라이를 이용하면 어떤 제품이든 빠르게 검색하고, 접근할 수 있으며, 3D 인터페이스는 증강현실을 더욱 실감 나게 구현하여 오프라인 쇼핑몰을 돋보이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능들은 훨씬 나은 다른 경험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마존은 쇼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3D 인터페이스의 활용은 아직 지켜봐야겠으나 파이어폴라이만 두고도 '쇼핑을 위한 스마트폰'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자신들이 만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쇼핑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물 상품이든 콘텐츠든 어떤 것을 구매하는 행동을 위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구글은 어떨까요? iOS의 점유율을 뛰어넘는 스마트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가 있고, 세계 제일의 검색 엔진이면서 세계 제일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이들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죠. 구글은 자사의 웹 서비스들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고,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 계정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구글이 힘을 쓰지 못하던 한국에서 안드로이드 보급으로 모바일 검색 점유율이 증가한 점을 생각해보면 이 전략에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웹 서비스들과의 연결과 이를 통한 웹 경험을 넓히는 것. 가령 구글 글래스조차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훨씬 더 확장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 풍선을 날리기도 합니다. 구글이 개발하는 제품들, 구글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이익? 위의 두 기업도 같습니다. 만약 애플이 이익을 원하지 않았다면 자원봉사에 주력하는 단체가 돼야 했을 테죠. 아마존은 쇼핑 경험의 극대화를 통해 소비자들을 불러모아 이익률을 높이며, 구글은 웹 서비스의 연결을 통한 광고로 큰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시장에서 원하는 것에 집중할수록, 그러니까 아마존은 더더욱 쇼핑에, 구글은 더더욱 웹 서비스의 연결을 강화했을 때, 이익은 더 커질 것입니다. 여기서 애플이 무엇을 원하느냐 하는 겁니다.
 
 


 애플은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전부 포괄적인 범위의 제품입니다. 아이폰으로도 충분히 나은 쇼핑 경험을 얻을 수 있고, 맥으로 웹 경험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쇼핑을 얘기하자면 지난해부터 애플은 아이비콘의 적용을 시작했으며, 개발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비콘은 여러 소매점에 설치될 것이고, 이미 적용된 매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비콘의 범위는 쇼핑에 그치지 않습니다. MLB 경기장도 아이비콘을 채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하드웨어를 개발합니다. MS나 구글도 마찬가지지만, 자신들의 하드웨어를 애플은 절대적으로 자신들만 생산합니다. MS도 하드웨어를 개발하지만,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떤 협력 업체든 마다치 않습니다. 구글도 그러한데, 애플은 자신의 소프트웨어로 자체적인 하드웨어만 개발하면서 여기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올립니다.
 
 폐쇄적이라고 하는 방식이지만,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도 애플은 어느 기업보다 포괄적인 지점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팅 경험의 극대화'입니다.
 
 맥뿐만 아니라 아이폰과 아이패드, 심지어 아이팟조차 애플은 컴퓨팅 영역에 포함합니다. 아마존이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든다면 애플은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컴퓨팅 제품을 만든다는 표현이 올바릅니다. 기능의 여부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매번 새 버전의 iOS가 등장할 때 서드파티 업체들은 긴장합니다. iOS 8에서는 시리에 샤잠이 포함되는 바람에 사운드하운드가 긴장하게 되었죠.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사운드하운드가 특출나게 차별화하지 않으면 음악 인식 검색 점유율을 크게 빼앗길 테니 말입니다. 이를 두고, '개발자들과 상생해야 할 애플이 경쟁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건 시리에 샤잠이 탑재해 사용자 경험은 아주 좋아졌다는 겁니다. 애플이 원하는 것이 상생이라면 다른 음악 인식 검색도 시리에 포함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보다 사용자 경험의 극대화, 쉽고 사용자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줄이는 컴퓨팅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경쟁 업체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들이 지갑을 열진 않는다. 당신이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고객이다.'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들의 목표로 삼는 쇼핑 경험의 극대화에 모든 것,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집중하고, 그것으로 고객들을 불러모읍니다. 세계적인 기업답습니다. 그리고 베조스의 말에 애플도 포함한다면 애플이 생각하는 컴퓨팅 경험, 그것에만 집중하며, 사용자들이 이 경험을 얻길 바라는 것이 바로 애플이 원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과 상생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다르게 생각하면 애플은 매년 개발자들을 위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애플이 원하는 것을 개발자들이 함께 해내길 바랍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애플 경험'이라는, 다른 기업과는 다른 넓이를 충족하고, 컴퓨팅 경험을 극대화하는데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것, 이를 목적으로 WWDC를 개최합니다. 단순히 개발자들의 이익을 생각한 행사가 아닌 겁니다. 애플 제품의 컴퓨팅 경험이 확대할수록 개발자들이 확장해야 할 경험도 함께 늘어나는 셈이니까요.
 
 최근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나눈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보자면 '당신의 능력은 당신의 생각보다 큽니다.'라는 주제로 'Powerful', 'Strength', 그리고 29일에 새로운 광고인 'Parenthood'를 공개했습니다. 이 광고들은 전부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소개된 기능은 굳이 아이폰이 아니라도 가능한 것들입니다. 아이폰의 기능을 강조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광고보다는 아이폰 5s의 터치 아이디나 무료가 된 iWork와 iLife를 소개하는 것이 나을 텐데, 광고에 소개된 기능들은 모두 서드파티 앱입니다.
 
 애플이 이 광고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아이폰으로 이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입니다.'이며, 그것을 영상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이폰을 쓰면서 얻을 컴퓨팅 경험을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뿐입니다. 고로 컴퓨팅 경험의 모체를 아이폰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광고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애플은 그것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이 원하는 컴퓨팅 경험이 '최상의 것'이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죠. 지도 앱만 보더라도 최상의 경험은커녕 서드파티 앱들의 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왜 애플이 지도 앱을 만들려고 했을까?'하는 질문의 답이 될 순 없습니다. 처참한 경험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WWDC 2014, 기조연설 끝에 선 CEO 팀 쿡은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훌륭한 운영체제, 기기, 서비스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보았습니다. 모두 통합되었고, 모든 제품의 경험이 연동하며, 개발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확장하여 이전보다 훨씬 쉽고, 강력한 앱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애플은 플랫폼, 기기, 서비스를 모두 개발합니다. 그것이 업계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사용자들의 한결같은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오직 애플만이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