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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도미노 피자∙스타벅스로 본 기술 시장


 도미노 피자와 스타벅스는 표면적으로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도미노 피자는 피자 시장, 스타벅스는 커피 시장에서 말이죠.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피자 업체와 경쟁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피자와 커피는 전혀 다른 영역의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도미노 피자∙스타벅스로 본 기술 시장
 
 하지만 기술 시장에서 이들은 경쟁자이자 다른 경쟁자들과 브랜딩 차이를 기술로 따돌리는 경쟁자입니다. 기술 기업이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들이 기술 연구에 쏟는 비용과 시간은 막대하고, 이를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브랜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케팅에 기술이 포함되어야 함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지난 11일, 도미노 피자는 아이패드용 주문 앱을 출시했습니다. 아직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출시 기념으로 1년간 피자를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권을 얻을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문 앱 출시와 이벤트 제공은 앱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재미있는 건 아이패드용 주문 앱 자체에 있습니다.
 
 도미노 피자는 아이패드용 주문 앱에 오픈GL API를 이용해 3D 그래픽으로 피자를 나타내도록 했습니다. 사진으로만 제공되던 기존과 달리 피자의 모습을 좀 더 명확히 고객에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도미노 피자의 최고 정보 책임자인 케빈 브스코니(Kevin Vasconi)는 '새로운 도미노의 아이패드 앱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피자 주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고객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피자 빌더를 사용하는 것을 우리는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건가?'싶겠지만, 도미노 피자가 주문 앱에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주문 점유율의 40%를 도미노 피자가 가지고 있고, 배달 시장에서 디지털 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처음부터 여기에 투자했던 도미노 피자에 힘을 크게 싣고 있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에 투자하는 비중이 작은 것인지 iOS용과 품질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디지털 주문에서 도미노 피자의 지위를 바꿔놓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주문 앱에 뉘앙스 커뮤니케이션(Nuance Communications)의 기술을 이용한 음성 인식 기능인 ‘돔(Dom)’을 추가했습니다. 메뉴를 고르거나 토핑을 추가하는 등을 실행하며, 사용자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주문을 진행합니다. 아직 시험 단계이므로 썩 좋은 평가를 얻진 못하고 있지만, 운전 중이나 이동 중의 주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다는 평가입니다.
 
 스타벅스는 워낙 기술적으로 유명한 기업이죠. 스타벅스는 스마트폰을 통해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해당 기능은 이미 모바일 결제 업체인 스퀘어와의 협력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결제에 스퀘어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있었지만, 이젠 직접 기능을 탑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미 스타벅스 코리아는 '사이렌 오더'라는 주문 시스템을 지난 5월에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40일 만에 15만 건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스타벅스의 발표로는 미국 스타벅스 매장 매출의 14%가 모바일 거래로 이뤄지며, 매주 500만 건의 모바일로 결제됩니다. 스타벅스 CEO인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의 모바일 결제 성장세를 다른 사업보다 매우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그는 온갖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유명하며, 앞서 2012년, 스퀘어와의 제휴에 2,500만 달러를 스퀘어에 투자했습니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결제 성장세가 왜 증가했는지의 이유는 복잡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밖에 2010년에는 스타벅스 매장의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만 볼 수 있는 ‘스타벅스 디지털 네트워크(The Starbucks Digital Network)’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2012년에는 매장 17곳을 대상으로 무선 충전 서비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듀라셀의 파워매트를 이용한 무선 충전으로 올해 매장 수를 급격하게 늘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파워매트의 무선 충전 표준 기술인 ‘PMA(Power Matters Allince)’가 급물살을 탔다는 점입니다. 제휴 시점에 AT&T나 구글, 블랙베리 등이 가입한 PMA 표준에 스타벅스도 가입했으며, 충전 기술을 매장에 빠르게 보급하면서 스마트폰의 자체 무선 충전 시점을 당겨놓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커피나 판매하는 회사일 수 있겠지만, 기술 시장에서는 무선 충전 표준을 앞당겨 놓은 회사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 투자 방식은 당연히 사용자를 스타벅스 매장으로 끌어들입니다. 가령 PMA 방식의 자체 무선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개발되었을 때,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타벅스를 찾게 될 것입니다.
 
 물론 경쟁 매장에서도 해당 기술을 채용할 수 있지만, 스타벅스가 미리 갖추고 주도한 규모에 따라붙기 위해선 수년을 준비한 만큼 한꺼번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어디나 무선 충전이 가능한 매장'라는 포지셔닝을 스타벅스가 챙길 수 있는 것입니다. 차라리 경쟁 대형 프렌차이즈보다 소규모 커피 전문점이 적용하기 훨씬 쉬울 테죠.
 
 스타벅스가 기술에 접근하는 방식은 '스마트폰이 생겼으니 우리도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야지.'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브랜딩을 스타벅스가 어떻게 압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도미노 피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도미노 피자는 지난해 영국에서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 드론 배달을 연구하는 부서가 도미노 피자 내에 존재한다는 것이며, 더욱 재미있는 건 미국의 최대 음식 주문 업체인 그럽허브가 1억 7,800만 달러 규모의 IPO를 단행하면서 도미노 피자의 시가총액을 따라 잡았지만, 도미노 피자의 드론 시도 등이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럽허브는 국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비슷한 위치의 기업입니다. 창립한 지 10년이 지났고, 처음부터 스마트폰 앱 형태로 시작했던 건 아닙니다. 디지털 주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갖 식당의 주문 과정에 끼어드는 그럽허브와 자신의 피자 주문에만 치중한 도미노 피자의 규모를 비교하는 게 무의미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 도미노 피자는 미국 디지털 주문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 스타트업인 그럽허브의 경쟁자입니다. 그럽허브는 경쟁사인 심리스 노스아메리카와 합병하기로 했지만, 단일 앱으로 '피자의 디지털 주문은 도미노'라는 각인을 주면서 주문 중계 서비스에 전혀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럽허브의 주문 방식이 배달이나 테이크 아웃뿐만 아니라 식당 예약과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도미노 피자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로 연결하긴 어렵지만, 주문한 음식값의 10%를 그럽허브가 가져간다는 점에서 게으르게 손놓고 있다가 협력하려 하기보단 꾸준한 기술 개발로 자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면서 디지털 주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훨씬 앞선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은 훌륭합니다.
 
 이들을 단순한 피자 업체나 커피 업체로 볼 수 있을까요? 기술 시장에 투자하는 만큼 고객들에 자신의 위치를 전달하고, 그만큼 영역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큰 회사라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회사가 '우린 단지 커피 파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지니고 있을 때 비로소 시도할 수 있으며, 도미노 피자와 스타벅스의 기술 접근 방식은 발전하는 기술 시장에서 다른 회사와 뚜렷한 차이를 지니고,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바꿔놓는 전면적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기술 연구에서 찾는 겁니다.
 
 고객은 이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기업 브랜딩에 영향을 끼친다면 더 많은 피자 판매와 더 많은 커피 판매에 이바지할 순 있겠죠. 도미노 피자와 스타벅스는 그 차이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기술이 포지셔닝 마케팅에 밀접하게 포함되어야 하고, 어느 기업이든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입니다.
 
 


 필자의 이런 얘기가 기술 지향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 도미노 피자와 스타벅스는 그만큼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대표적인 경쟁사인 피자헛과 커피빈도 기술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판이죠. 다만, 이미 자리 잡은 포지셔닝을 뒤집어 놓기 위해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과연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전자 제품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쪽에서만 발생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은 나왔습니다. 투자라는 단어가 거대하게 느껴질는지 모르겠으나, 가령 개인 커피전문점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는 간단한 것조차 기술을 활용한 포지셔닝 마케팅에 포함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짧은 미래에 기술로 하여금 브랜딩하는 방식은 어디든 차이를 벌려놓을 화두가 될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피자든 커피든 맛이 없어선 안 된다는 건 기본 전제겠지만 말이죠.
 
 기술 시장에 대한 접근은 더는 개발자나 해야 할 남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