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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네이버 검색 개편, 개편이 아닌 이유


 네이버 검색은 꾸준히 악평을 듣고 있지만, 국내 점유율은 요지부동입니다. 그러나 모바일 활성화와 유통 정보의 다양성이 네이버를 고립하고, '가두리'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외부 검색만큼은 네이버를 이용할 만 못하다는 겁니다.
 


네이버 검색 개편, 개편이 아닌 이유
 
 그랬던 네이버가 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전에도 있었던 개편이지만, 이번 개편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가두리라는 별칭을 벗어던지기 위해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는 '타우린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4년 만에 통합 검색 화면을 대폭 바꿨습니다.
 
 


 지난 1일, 네이버는 '차세대 검색엔진 구축 프로젝트의 하나로 사용자 인터랙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PC 버전의 통합 검색을 개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 화면에서 필요한 정보를 좀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개편한 화면은 당일 적용되었습니다.
 
 본래 3단이었던 레이아웃을 2단으로 바꿨으며, 좌측에 있던 검색 메뉴는 상단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우측 상단에 나열했던 검색 키워드를 하단으로 옮기고, 상단에는 검색어와 연관성 있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지식백과 등을 배치했습니다.
 
 먼저 2단 구성으로 바꾸고, 검색 메뉴를 상단으로 올린 점에서 디자인 요소는 구글 검색 화면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디자인도 난잡한 버튼들을 치우고, 평평하게 바꾸면서 느낌도 깔끔해졌습니다. 시험 기간을 거치지 않고 적용한 탓에 어색하거나 불편한 점도 있지만, 레이아웃만 보자면 네이버가 얘기한 '필요한 정보를 한 화면에 좀 더 많이 보여주는 것.'에 들어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레이아웃만 봤을 때 얘기입니다.
 
 


 아무리 개편한 통합 검색을 이용해도 '사용자 인터렉션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는 네이버의 말에 고개만 기울어집니다.
 
 예를 들어, 애플 CEO인 '팀 쿡'을 검색하면 팀 쿡의 프로필을 보여주고, 우측에는 관련 이미지와 동영상이 나타납니다. 이어 팀 쿡에 대한 뉴스와 위키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팀쿡'이라고 띄우지 말고, 붙여봅시다. 똑같이 팀 쿡의 프로필이 나타나지만, 구의동의 식당 중 하나인 팀쿡의 블로그 결과와 인물의 결과가 바로 하단에 함께 나타납니다. 인물이 아닌 식당을 검색한 사용자가 있을 수 있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표방한 건 '상호작용'입니다. 이미 검색창에 팀쿡을 입력하면 팀쿡 아래 구의동, 신성동, 광장동의 식당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물 정보 외 정보로 유도하고 있으면서도 인물을 검색하면 인물과 식당 정보를 함께 보여줍니다. 자사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는 식당 정보를 내세우고 있어서 구글과의 검색 차이는 날 수 있으니 그 점은 이해하더라도 검색어를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있진 않다는 겁니다. 식당 정보는 '구의동 팀쿡'이라는 검색어로 거를 수 있지만, 인물을 검색하고자 한 사용자는 스스로 식당 정보를 배제해야 하니까요. 이것이 네이버가 말하는 상호작용이다?
 
 팀 쿡이야 그럴 수 있다 치고, 그럼 검색어를 아인슈타인으로 바꿔봅시다. 매우 많이 알려진 인물이니까 구글과 비교해보죠. 네이버는 역시나 네이버가 작성한 인물 프로필이 먼저 나타납니다. 그리고 관련 도서로 이어지고, 다음이 지식백과인데 이조차 네이버캐스트와 두산백과 결과로 모두 이어집니다. 위키백과 결과가 가장 상단에 나타나는 것과 달리 네이버 검색에서는 위키백과가 웹 문서로 나옵니다.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네이버는 지식백과에 들어갈 수 있는 자료를 자사가 보유하고 있으면 지식백과에 게재하면서 위키백과 결과는 웹 문서로 돌려놓고,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위키백과를 지식백과에 포함해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유도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네이버는 여전히 검색에서 자사 콘텐츠를 상단에 두고, 레이아웃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아인슈타인의 검색 결과는 지식백과 다음으로 지식iN과 블로그로 이어지고, 블로그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인물에 대한 것과 함께 어린이 클래식 리뷰나 맛집 정보 등 아인슈타인과 관계있는 정보보다 아인슈타인이라는 명칭을 가진 정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정보나 웹 문서의 아인슈타인에 대한 정보는 하단에 두면서 상단에서 아인슈타인에 대한 정보를 해결하라는 네이버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린이 클래식 앨범인 리틀아인슈타인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검색하려 했다면 당연히 인물인 아인슈타인이 아닌 상품명인 리틀아인슈타인을 검색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앨범 정보는 따로 제공하는 마당에 아인슈타인을 검색해도 해당 정보를 상단에 두는 이유는 달리 없습니다. 전문정보와 웹 문서를 여전히 아래로 내리면서 자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얽매이도록 한 것을 개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구글처럼 이용도가 높은 외부 홈페이지, 웹 문서를 우선하여 보여주겠다.'는 설명은 실제 검색에서 찾을 수 없으며, 가두리의 디자인을 변경했을 뿐입니다. 차라리 '광고에 적합하도록 통합 검색을 개편하여 광고주들의 편의를 개선했다.'고 하는 것이 훨씬 사업적으로도, 양심적으로도 욕먹지 않을 일입니다.
 
 


 이런 결과는 인물뿐만 아니라 영화 정보나 음악 등의 검색 결과에서도 나타납니다. 자사 정보를 상단에 두거나 검색 결과를 차별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네이버가 검색을 개편을 시도한 이유대로라면 네이버의 검색에 대한 위기감만 공고해질 테니까요. 다만, '사용자를 위해 개편했다.'는 얘긴 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좌측으로 옮기는 것보다 자사 정보를 좌측으로 옮기고, 전문정보나 웹 문서를 상단으로 올려놓는 방법도 있고, 좌측에 관련 검색어를 제공하여 검색 결과에 손대는 것이 아닌 검색 방향을 유도하는 식으로 풀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 못한 네이버 검색은 무늬만 개편했고,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사용자가 받아들이지 못해서야 의미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