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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파이어폰, 개선해야 할 것은?


 아마존은 지난 6월, 자사 첫 스마트폰인 '파이어폰(FirePhone)'을 출시했습니다. 메이데이(Mayday), 세컨드 스크린(Second Screen), 파이어플라이(Firefly) 등의 특화 기능을 탑재한 이 제품에 대해 필자는 '획기적이지만(), 성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마존 파이어폰, 개선해야 할 것은?
 
 그렇게 한동안 파이어폰에 대한 뉴스는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제대로 된 리뷰가 쏟아졌던 것도 아니고, 몇 가지 주요 기능을 설명하는 선에서 쟁점은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그런 파이어폰에 대해 아마존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언급했습니다.
 
 


 아마존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파이어폰 탓으로 1억 7,000만 달러 수준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현재 남은 파이어폰의 재고가 약 8,300만 달러 수준으로 조치 없이 재고를 소진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1984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의 수요를 크게 예상하는 바람에 재고를 쌓아뒀던 일이 생각날 만큼 아마존은 파이어폰에 대한 수요 예측에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필자는 '아마존, 파이어폰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글을 통해 파이어폰이 지난 심각한 문제 2가지를 언급했었습니다. 첫 번째는 '가격'입니다. 2년 약정 시 199달러, 무약정으로 32GB 모델은 649달러, 64GB 모델은 750달러인데, 아이폰과 비교해서 100달러 정도 저렴한 수준이지만, 100달러 차이만으로 아이폰 대신 파이어폰을 구매할 매력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딱히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여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봐도 가격에 견주어 매력적인 제품은 아닙니다.
 
 특화 기능을 탑재했지만, 이것이 사용자의 생활과 경험을 주도하지 못하면 의미 없이 기능이며, 아마존은 자사 앱스토어에 24만 개의 앱이 등록되어 있다고 했으나, iOS나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비교하면 초라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킨들 파이어가 태블릿 시장에서 선전한 이유를 보면 그냥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생태계에 대한 불편함, 태블릿으로서 기능 부족 등을 전부 물릴 수 있었던 건 가격인데, 파이어폰도 킨들 파이어와 똑같은 상황이면서 가격은 이미 시장을 차지한 플랫폼 제품들과 비슷하게 가져가려 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죠.
 
 두 번째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은 건 AT&T 독점입니다. 가격에서 구매 의욕을 크게 잃는 마당에 통신사까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파이어폰을 구매할 때, 통신사에서 크게 지원해주는 바도 없으며, 왜 AT&T 독점이어야 하는지 설명도 없었죠.
 
 아마존의 하드웨어 부문 데이비드 림프 선임(David Limp) 부사장은 '가격을 잘못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파이어폰을 포기하진 않겠지만, 가격을 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식으로 발언했습니다.
 
 


 아마존은 파이어폰 사업을 계속 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그럼 기존 파이어폰에서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림프의 말대로 가격을 조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조정할것인가?'인데, 파이어폰이 가격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선 2년 약정으로 50~10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야 합니다. 킨들 파이어와 마찬가지로 거져 구매한다는 느낌을 소비가 받을 수 있어야 하죠.
 
 또한, 파이어폰을 구매하면 아마존 프라임의 1년 구독권도 얻을 수 있는데, 약정은 2년인데 프라임 구독권을 1년 제공하는 거라면 사은품으로도 매력이 없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이 매력없다는 것이 아니라 파이어폰은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스마트폰이고, 구독은 여타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1년을 무료로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면 남은 약정 기간 1년의 구독은 반강제적으로 결제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달가워할 소비자는 없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사용자를 늘릴 생각이라면 구독권을 2년으로 늘려야 하며, 수익을 아마존 프라임으로 만들려면 1년 구독권을 지급하되 약정 가격은 50달러 수준이어야 소비자도 파이어폰 구매가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스마트폰이 된다는 점을 개선해야 합니다. 분명 파이어폰은 프라임과 결합했을 때, 큰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바코드를 스캔하지 않아도 카메라로 잠시 상품을 비추는 것만으로 결제까지 바로 진행할 수 있으며, 프라임 구독자라면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이어폰을 통해 아마존의 여러 콘텐츠에 쉽게 접근하고, 파이어플라이를 이용해서 TV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을 이런 프라임이 제공하는 기능에만 집중하여 사용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다못해 기본 앱만 이라도 다른 운영체제들과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대를 심어주기란 매우 힘들고, 새로운 기대만으로 스마트폰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파이어폰이 꼭 이해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낮은 가격만이 파이어폰을 수혈할 수 있으리라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재고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플랫폼 성장에는 그리 탁월하지 않으니까요. 가격 문제를 해결하면서 플랫폼 성장에 발판이 될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 그게 아마존이 파이어폰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