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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 '플레이소'

via_Payment Week


 애플 CEO 팀 쿡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2015년을 애플 페이의 해가 될 것'으로 못박았습니다.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애플의 주요 사업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는 '750개 은행과 계약했으며, 소비자들은 주요 도시에서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발생한 비접촉식 신용 결제의 2/3 이상의 점유율을 애플 페이가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글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 '플레이소'
 
 순조로운 애플 페이의 상황은 구글에 아주 슬픈 소식입니다. 구글은 2011년에 구글 월렛을 출시했고, NFC 결제에서도 앞서 있었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애플 페이가 4개월 만에 독주하니 기분이 좋을 수 없겠죠. 그러나 이는 애플 페이가 우수한 탓만은 아닙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었고,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커지리라는 전망이 대세였습니다. 애플 페이는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으며, 지문 인식을 활용한 직관적인 방식이 결합하면서 시너지를 낸 겁니다. 덕분에 올해부터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도 몰랐을 구글 월렛은 묻혔습니다.
 

via_Gigaom


 '애플 페이가 없었어도 구글 월렛이 묻혔을 수 있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태 있었던 모바일 결제의 판도가 순식간에 애플 페이로 넘어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현재 애플 페이 사용자가 그대로 구글 월렛으로 넘어가진 않았겠으나 그보다 플랫폼 측면에서 애플 페이의 성과가 눈부셨던 것이 잭 도시(Jack Dorsey)의 스퀘어는 애플 페이나 구글 월렛과 비슷한 자사의 스퀘어 월렛을 '미래'라고 말했으면서도 애플 페이가 등장하자 3년간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애플 페이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스퀘어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결제 솔루션의 제공을 주요 사업 모델로 내세우는 데, 애플 페이를 지원하는 결제 솔루션으로 소상공인 결제 인프라를 파고 들겠다는 겁니다. 더불어 NFC 지원을 골자로 하니 구글 월렛도 포함하기로 했는데, 이건 구글로서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The Information은 구글이 작년 가을부터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플레이소(Plaso ; 발음은 play-so)를 시험했다고 전했습니다. 플레이소는 매장이 구비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결제 앱을 실행하고, 블루투스 LE를 통해 플레이소를 사용 중인 소비자와 자동으로 연결한 후 소비자와 일치하는 기기를 선택하여 결제를 완료합니다. 결제용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매장 안에 플레이소 사용자 목록이 나타나며, 재미있는 점은 소비자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구글 본사 주변의 파파존스(Papa Johns),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와 제휴하여 시범 운영 중이며, 블루투스를 사용한다는 것 외 자세한 기술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고객을 목록에서 찾아 결제한다는 점은 스퀘어와 비슷한 데, 스퀘어는 근거리 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주문을 스마트폰으로 한 후 결제 고객이 매장 단말기에 나타나면 결제하는 방식이므로 블루투스를 이용한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스퀘어도 결국은 스마트폰을 꺼내야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결제한다는 점이 플레이소의 핵심처럼 보입니다.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용자가 조작하지 않는다는 건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플레이소의 자세한 사항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꺼내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은 기술 사항이 아닌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걸리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모바일 결제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야 하는 건 인증 절차를 거쳐서 결제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태 인증 방식은 비밀번호는 입력하는 등으로 이뤄졌는데, 애플은 정전식 인식으로 직관적이고 빠르게 개선했고, 이는 애플 페이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플레이소처럼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 건 아니죠. 아무리 기존보다 직관적인 방식이 되었다고 해도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플레이소는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결제한다는 겁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건 목록에 나타난 고객과 결제를 원하는 고객이 동일인인지 정확한 확인 없이 결제가 이뤄질 수 있고, 잃어버린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할 수 있으며, 플레이소 이용자가 많은 상황이라면 매장 직원이 이용자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는 보안상 안전장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필자는 3가지를 생각해보았는데, 하나는 안드로이드 웨어입니다. 구글이 플레이소만 밀고 가기에는 이미 NFC의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구글 월렛의 영향력을 감소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다면 구글 월렛은 스마트폰을 꺼내는 기존 NFC 결제 방식으로 놔두고, 플레이소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후 인증 절차만 웨어러블로 넘길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만을 위한 방식의 단초일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하나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처럼 고객의 기기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인증 절차를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결제 정보에 사진을 포함하여 고객 목록에 나타나게 하거나 매장에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패널을 설치하는 등 인증 절차를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죠. 물론 사용자는 플레이소를 이용하기 전에 설정해야겠지만, 결제를 위해서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설정 데이터는 매장으로 전송하지 않으며, 비밀번호를 입력한다고 가정했을 때, 암호화하여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인증을 승인하면 결제 정보를 매장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매장의 규모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소의 방식은 대규모 결제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 매장이라면 뒤에 서 있는 고객이나 옆 계산대에 있는 고객과 연결할 수 있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인증 절차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면 결제 실수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겠죠. 대신 스퀘어처럼 소규모 매장을 대상으로 하면 플레이소 이용자가 늘어나더라도 번거롭지 않은 이전에는 없던 직관적인 결제가 가능합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모바일 결제 도입이 느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면 틈새 가맹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스퀘어와 경쟁은 하겠지만, 구글 월렛과 다른 포지셔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via_DigitalPay.info


 필자는 플레이소가 구글 월렛을 대체하거나 NFC를 버리거나 애플 페이와 전면 대결을 하려는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The Information이 보도한 내용을 단서로 한 것이기에 자세한 기술 사항을 공개한다면 달라질 수도 있으나 포지셔닝 관점에서 애플은 직관적이면서 보안을 높인 결제 방식으로 인지도를 쌓는 중인데, 그 보안의 인식을 배제한, 즉, 사용자가 인식할 수 없는 범위에 플레이소가 놓여있다는 것은 기술적인 것보다 인터페이스 관점에서 절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소가 가진 장점만은 분명하고, 어떻게 인지되도록 하느냐가 성공의 열쇠인 만큼 무작정 구글 월렛의 대체나 애플 페이의 대항마처럼 포장하진 않으리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구글이 플레이소를 어떤 수단으로 내세울 수 있을지는 재미있는 쟁점이며, 플레이소에 대한 안정성을 구글이 어떻게 보장해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