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방 피트당 6,050달러, 매출 2위의 티파니보다 2배 높은 매출, 미국 전체 소매점 평균 매출 17배, 상위 2개 소매점 평균 매출 7배, 70% 성장세, 분기 당 방문자 수 1억 명. 애플스토어의 기록입니다. 지금은 더 많은 지점,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으니 낡은 기록이 되었겠지만, 어쨌든 애플스토어를 최고의 소매점으로 말하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애플스토어, 고급화와 딜레마
 
 전 세계 애플스토어는 430여 개 지점이 있으며, 이 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애플 제품을 가장 멋지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골자로 고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고, 제품을 경험하여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신뢰를 하게 하는 애플스토어는 애플의 제품 전략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제품 출시일에 애플스토어에 길게 선 줄이 없다면 어색할 만큼 말이죠.
 
 


 AppleInsider는 뉴요커 매거진을 인용하여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와 안젤라 아렌츠가 애플 워치를 소개하기 위한 애플스토어를 재설계하고자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이브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카펫 위에 설 수 없다면 시계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애플 워치를 위해 카펫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또는 그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겠다는 걸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애플은 지난해 버버리의 아렌츠를 영입했으며, 그녀는 지난해 7,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CEO 팀 쿡의 연봉보다 높은 것이며, 앞서 2012년 로버트 맨스필드의 8,300만 달러보다는 낮지만, 전 CFO였던 피터 오펜하이머의 6,800만보다는 높은 액수로 1년 만에 애플 경영진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인물이 된 것입니다.
 
 단순히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이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애플이 애플스토어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방증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브의 발언으로 아렌츠가 애플스토어의 고급화 전략을 위해 영입되었음이 명백해졌습니다.
 
 앞선 보도들을 보면 애플은 고가 모델의 애플 워치를 보관하기 위한 금고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8K 골드 모델은 도난 우려가 있으니 금고가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애플 워치의 판매 방식이 기존 애플 제품들과 다르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9to5Mac은 고가의 워치 에디션 모델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이나 스포츠 모델과는 달리 특별한 공간에서 판매하기 위해 애플스토어를 다시 구성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모든 애플 워치 모델이 고급화 전략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스테인리스 스틸과 스포츠 모델은 기존 애플스토어 전략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겁니다. 대신 이것이 애플스토어에 딜레마로 작용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via_iDownloadBlog


 애플스토어의 특징은 뭐라해도 '경험'입니다. 구매가 망설여지는 고가의 제품도 애플스토어에서는 쉽게 만질 수 있고, 작동해볼 수 있죠. 그건 2,499달러의 5K 아이맥이나 2,999달러의 맥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금이라는 특성상 맥들과 워치 에디션 모델을 직접 비교가 어렵고, 도난이라는 점에서 작은 애플 워치가 더 신경쓰이므로 제품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아이브의 발언이나 앞선 보도들을 생각했을 때 애플이 하고자 하는 건 애플스토어 안에 작은 보석 가게를 만드는 것으로 여타 제품들과 다른 애플 워치만의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적으로 보입니다. 그 공간이 워치 에디션만을 위한 공간인지, 전체 애플 워치를 위한 공간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경험에 대한 딜레마를 작동시키죠.
 
 하나는 워치 에디션만 특별 분류했을 때, 애플스토어 내 이질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령 스테인리스 스틸과 스포츠 모델은 다른 제품들처럼 경험할 수 있지만, 워치 에디션은 누구나 경험할 수 없다는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애플스토어의 특성상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워치 에디션이 아닌 그보다 저렴한 모델을 이전처럼 경험할 수 있다면 상품 간 경험에 차이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모든 제품에 동등했던 경험이 깨지는 겁니다.
 
 하나는 전체 애플 워치가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기존 애플스토어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고객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기존 경험과 애플 워치의 경험이 분산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경험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어차피 지니어스 바나 더 스튜디오 같이 분리한 공간이 없는 게 아니고, 긍정적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요.
 
 단지 애플 워치는 서비스 공간이 아니라 제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애플 워치를 구경하고자 보석가게에서 귀금속을 꺼내달라는 요청을 하는 듯한 경험은 기존 애플스토어의 개성과 경험에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본래 애플의 제품들은 평범한 소비자를 위한 공산품입니다. 그렇기에 소비자층을 특정하지 않고, 매장 전체가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제품에 대한 고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지만, 고급화를 통해 경험을 분산하는 게 과연 일관성에서 올바른 것인지는 의심해봐야 합니다. 지니어스 바가 애플스토어에서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애플 제품을 가장 멋지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골자를 생각하면 고급화 전략이 옳은 방향일 수도 있겠지만, 경험과 소비자층을 분리할 수 있는 방향이 딜레마가 될 것이며, 개선을 맡은 아이브나 아렌츠가 이점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쟁점이 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죠.
 
 

via_Techcrunch


 '그냥 있던 매장에 공간 하나 만드는 것인데 뭐가 이리 복잡해!'
 
 라고 하기에는 애플스토어 지점들은 개성 있지만, 일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를 깨부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직접 소매점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상쇄하여 매출의 일등공신이 된 이유를 깨부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직영점을 운영하는 컴퓨터 회사가 몇 개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애플스토어의 경험이라는 핵심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존에 없던 고급화 전략이 딜레마를 떨치고,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