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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파이어폭스, 드디어 광고를 탑재하다


 지난해 2월, 파이어폭스는 새 탭 페이지에 섬네일 광고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습니다. 당시 구글과의 검색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파이어폭스 매출 대부분이 구글에서 나왔었죠. 올해 초부터 파이어폭스에는 작년 계약을 마친 야후의 검색 엔진이 탑재되어 5년간 수익은 보장된 듯했고, 광고 얘기는 잠시 잊혔었습니다.
 


파이어폭스, 드디어 광고를 탑재한다
 
 모질라가 파이어폭스에 광고를 탑재하는 데 큰 불만을 지닌 기존 이용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파이어폭스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었죠.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파이어폭스가 일군 웹의 발전이 더뎌질 것을 염려한 겁니다. 그 덕분인지 모질라는 광고 탑재 카드를 제대로 꺼내 들었습니다.
 
 


 모질라는 자사 웹 브라우저에 표시할 광고 상품인 ‘서제스티드 타일(Suggested Tiles)’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모질라의 다렌 허만(Darren Herman)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서제스티드 타일은 곧 파이어폭스 베타 버전에 들어가며, 여름에 정식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본래 지난 2월부터 ‘디렉토리 타일(Directory Tiles)’이라는 이름의 탭 페이지 광고를 제공했었습니다. 하지만 따로 옵션이 있는 게 아니라 신규 이용자만 대상이었으며, 자주 방문한 페이지가 누적되면 광고가 보이질 않으니 금방 잊힌 겁니다. 오랫동안 파이어폭스를 이용한 사람은 파이어폭스에 광고가 탑재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죠.
 
 그러나 서제스티드 타일은 모든 사용자의 탭 페이지에 광고를 노출하고, 사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해제할 수 있는 선택지가 부여됩니다. 자주 가는 탭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전면 노출된다는 점이 기존 사용자들이 달리 느낄 부분인 겁니다.
 
 모질라가 서제스티드 타일을 시작한 큰 이유는 매출을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고, 야후 등과의 제휴와 기부를 빼면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모질라가 자생하기에 중요한 지점입니다. 어차피 매출이 죄다 웹 개발에 쓰인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며, 특히 최근 늘어나기 시작한 파이어폭스의 여러 제품을 지원하기에도 매출 확대 여부가 쟁점이었으니까요.
 
 

via_expertreviews


 PC 웹에 집중했던 모질라는 영역을 모바일과 TV로 확대했습니다. 중국 알카텔원터치(Alcatel Onetouch)가 개발한 파이어폭스 폰인 클리프(Klif)와 파나소닉이 개발한 파이어폭스 OS를 탑재한 스마트 TV는 지난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제스티드 타일과 연결하면 광고면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으나 실상 이런 제품들을 개발하는 동안 파이어폭스의 재정 상태는 구글의 손아귀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성과가 있다면 좋겠지만, 애초에 수익을 많이 낼 목적의 제품들은 아니기에 개발 자체에 의의가 있었던 것인데, 웹 브라우저와 이메일 클라이언트만 보유했던 시절과 달리 덩치가 커졌으므로 그에 걸맞은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어야 제품 신뢰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TV만 하더라도 1~2년 만에 교체할 수 있는 기기가 아니며, 스마트 TV로 내세운 만큼 꾸준한 지원도 필요하기에 더욱 재정에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서제스티드 타일이 모질라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안겨줄 것인지 아직 가늠하긴 어렵지만, 모질라가 자생력을 지니고자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작년 1월, 모질라는 iOS용 파이어폭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안드로이드용 파이어폭스가 있긴 하지만, 그동안 등졌던 iOS를 지원한다는 건 서제스티드 타일의 광고 형식이 모바일에 탑재될 수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데, 필자는 '모질라가 iOS용 파이어폭스를 결정한 3가지 이유'라는 글에서 '파이어폭스는 PC 점유율을 온전히 모바일에서 실현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iOS용 파이어폭스 개발이 서제스티드 타일을 위한 것은 아닐 테지만, 서제스티드 타일이 매출 확대의 발판이자 모질라 자생력의 단초라면 모바일 브라우저에 광고를 탑재하는 방안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고, 반대로 모바일 경쟁력 확보에도 서제스티드 타일의 성과가 역할을 한다면 파이어폭스가 모바일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품과 관리 영역이 늘어나는 만큼 서제스티드 타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는 겁니다.
 
 


 상기했듯이 파이어폭스에 광고가 탑재되는 걸 바라지 않는 골수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파이어폭스의 모바일 지원에 대한 얘기가 많았었고, 그에 맞춰 기부하자는 의견도 많이 공유되었던 터라 되레 모질라가 수익 모델을 내놓았다는 점에 안도할 수 있겠죠.
 
 물론 이제 시작이기에 긍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파이어폭스처럼 높은 점유율의 웹 브라우저에 직접 광고가 탑재되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서제스티드 타일은 먼저 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합니다. 이후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니 어떤 모습으로 번지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