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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넷플릭스,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꿈꾸다


 할리우드는 미국 영화의 중심지이고, 월트 디즈니 픽처스, 20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브라더스, 콜럼비아 픽처스를 두고 흔히 '할리우드 6대 영화사'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영화 대여로 시작한 넷플릭스도 그 자리에 끼고 싶은 모양입니다.
 


넷플릭스,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꿈꾸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콘텐츠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몰아서 즐기는 새로운 동향과 제작사가 주축이 된 콘텐츠 제공 기간을 직접 주도하게 되면서 서비스 제공이 유연해지고, 신규 가입자도 증가했으니 효과는 톡톡히 본 것이죠. 이 기세를 몰아 지난해는 영화 와호장룡의 속편을 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영화 산업에 첫발을 디딘 겁니다.
 
 


 넷플릭스는 2017년까지 할리우드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공간을 50% 이상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는 부동산 관계자를 인용하여 '넷플릭스는 선셋 대로에 건설 중인 15만 평방피트 규모의 14층짜리 건물로 이동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현재도 베벌리 힐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니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지만, 할리우드라는 상징성과 사무실 공간을 늘린다는 데서 넷플릭스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분석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넷플릭스가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할 공간과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와호장룡의 속편 제작에 이어서 여러 편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기존 영화 상영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극장 상영을 거치지 않고, 곧장 넷플릭스에서 공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미국에서 극장 개봉 후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에 제공하려면 10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면서 '자체 제작하여 해결하는 편이 효율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이 탓으로 극장들은 넷플릭스에 상당히 불만인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동시 공개를 하자는 것이므로 넷플릭스의 영화가 인기를 끌 수 있다면 극장의 불만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넷플릭스의 생각입니다. 언제까지고 극장가가 하자는 대로 해서는 스트리밍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되레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기존 영화 산업을 압박하겠다는 거죠.
 
 

via_HollywoodReporter


 물론 사무실을 할리우드로 옮긴다고 해서 좋은 콘텐츠가 줄줄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의 제작 방식은 이미 기존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완성한 각본을 토대로 감독을 고용하고, 여러 작품을 한 번에 제작하는 방식 말입니다. 그건 기존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보여준 것이고, 이런 방식이 정착된 할리우드에서는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사란도스는 매년 20여 개의 새로운 각본을 발굴하여 콘텐츠를 제작할 것을 밝혔는데, 드라마에 국한하지 않고,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으며, 야간 토크쇼도 준비 중이라고 지난 1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넷플릭스가 매년 20개 이상의 신규 각본을 소화하려면 그에 걸맞은 제작 환경이 필요하고, 할리우드 이동도 그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이미 드라마에서 시험한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기존 거대 영화사들과 영화로 경쟁하고자 하는 것, 즉, 할리우드 스튜디오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넷플릭스의 경쟁 서비스인 훌루에 참여한 회사가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자회사인 폭스인데, 콘텐츠 제작사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나오던 시기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작사로 기존 제작사들과 경쟁하고자 하는 시기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당연하게도 훌루의 성적이 넷플릭스에 미치지 못한 것을 상기하면 반대 상황인 넷플릭스의 꿈도 무작정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영화로 확장한다는 건 콘텐츠를 단순히 신규 가입자 유치 목적으로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방증합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는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까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인데, 영화는 드라마보다 수월하게 여러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이고, 미국 극장가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극장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영화 배급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스트리밍을 뒤늦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으로 먼저 서비스하여 극장으로 가는 발길을 줄이거나 아예 동시 개봉으로 스트리밍에 경쟁력을 옮겨놓는 거죠. 그런 영향력이 다른 제작사까지 미쳤을 때 외부 콘텐츠조차 넷플릭스에서 먼저 공개하는 방식이 될 수 있으니 목표는 원대하지만, 그만큼 해볼 만한 가치도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본래 20세기 폭스가 가졌던 데어데블의 판권을 다시 마블 스튜디오가 가지게 되었고, 디즈니는 자회사인 ABC와 마블 스튜디오가 협력하여 데어데블의 드라마를 제작하도록 했으며, 넷플릭스의 제작 및 공개 방식을 택하여 지난 4월 시즌 1의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디즈니가 훌루도 넷플릭스처럼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음에도 넷플릭스와 제휴했다는 건 실수 같은 게 아니라 이미 시장이 스트리밍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데어데블은 디즈니에 스트리밍의 가능성을 두고 보는 일종의 시험과 같은 존재라는 겁니다. 시험하기에 넷플릭스만한 플랫폼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데어데블의 뒤를 이은 드라마인 제시카 존스도 오는 12월에 공개할 예정이고, 데어데블에서 제시카 존스로 이어지는 마블의 히어로팀 디펜더스 시리즈는 어벤저스 시리즈처럼 차후 각 드라마 주인공들이 결합한 형태로 나타날 여지가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비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스트리밍 방식이 영화처럼 동작할 수 있는지 확인할 기회이고, 검증되었다면 영화로도 이어질 실현성을 지니게 되니 해볼 만한 시험이죠.
 
 경쟁 관계면서도 이런 특이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넷플릭스가 더욱 밀접한 거리로 다가가고자 할리우드로 이동한다는 데서 스트리밍의 미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