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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다임러 회장, '구글 또는 애플과 합작회사 설립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화두인 건 '자율 주행 차량'입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기술 회사, 신생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까지 자율 주행 차량에 관심을 가지면서 과연 어떤 업체가 먼저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임러 회장, '구글 또는 애플과 합작회사 설립할 수 있다.'
 
 지난 5일, 독일의 자동차 그룹 다임러 AG의 자회사인 프라이트라이너는 미국 네바다주 교통부로부터 자율 주행 트럭을 고속도로에서 운영할 수 있는 면허를 획득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최초의 자율 주행 허가이며, 제도적인 접근에 기존 자동차 회사가 빠르게 진입했음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로이터는 다임러 AG 겸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디터 제체(Dieter Zetsche)는 한 자동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애플 등 기술 기업과의 합작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많은 일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 두 회사가 차량용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거기에 각자 생태계를 가져가는 것을 관찰한 것이 이런 발언의 원인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카플레이(Carplay),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준비하고 있으며, 자동차 회사들은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도입한 커넥티드 차량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제조할 뿐 내부 시스템은 구글과 애플이 가져가게 되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주도권 싸움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제체 회장은 기술 기업과의 합작으로 자동차를 개발하는 건 하나의 선택지이며, '순수하게 이론적인 것'이라면서 구글과 애플의 자동차 제조 회사로 전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합작 가능성은 있으나 그것이 기술 업체에 끌려다닐 가능성을 얘기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다임러는 과거 자율 주행 차량과 관련하여 구글과 제휴한 상태이기에 제체 회장의 발언은 달리 말해서 구글 주도의 자율 주행 차량을 견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BMW와 애플의 제휴 가능성에 애플이라는 다른 말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죠.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465달러로 조정했습니다. 이것은 이전 목표 주가에서 66%나 상향한 것으로 자율 주행 차량이 주류 기술이 되었을 때 테슬라가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 업데이트로 이동 수단 공유 등 부가 사업에서 기존 자동차 회사들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겁니다.
 
 테슬라는 현재 자율 주행 시스템을 일부 고객 그룹에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포하여 시험 중인데, 이밖에 부가적인 사업도 주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테슬라에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보고 있는 거죠. 그리고 지난주에 테슬라는 신주 310만 주를 주당 242달러에 매각했고 주관사로 참여한 은행들이 31만 5,000주를 추가 매수할 수 있도록 했는데, 골드만삭스사 118만 주, 모건스탠리가 96만 2,000주를 매입했고, JP모건체이스, 도이체방크,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도 주관사로 참여하면서 7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물론 제체 회장이 테슬라를 직접 겨냥해서 발언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모건스탠리의 판단애 대한 의견은 분분하며, 투자금도 모건스태린가 영향을 끼치긴 했겠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보다 생산량 증대에 필요한 생산 라인 확장을 요구하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단지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자율 주행 차량과 다른 부가 사업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여러 자동차 회사가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하겠다고 나섰으나 테슬라만은 자체적인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는데, 덕분에 아직 경쟁이 본격적이지도 않은 커넥티드 카 생태계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경쟁에서 애플과 구글에 밀려 블랙베리나 노키아 신세가 될 수도 있을지 언정 적어도 독자적인 생태계에서 원하는 사업을 현재 진행할 수 있다는 건 충분한 이점이고, 어느 쪽의 압력을 받지 않는 것도 테슬라가 공격적인 전략을 내세울 수 있는 실마리가 됩니다.
 
 제체 회장의 발언으로는 기술 기업에 휘둘리진 않겠으나 소프트웨어 생태계느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테슬라처럼 자체적인 생태계가 필요하는 걸 알고 있음에도 여타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려면 기술 업체의 협력이 도움될 방향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동차 업체들끼리 생태계 경쟁을 한다면 모두 독자적인 생태계를 가지고자 하겠지만, 구글이나 애플과 손을 잡았을 때 자사가 주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타 자동차 회사도 적용할 수 있게 할 수 있으므로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
 
 


 또는 이 선택지가 탄력을 얻지 못했을 때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나서겠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다임러가 이점을 가지는 건 이미 자율 주행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며, 도시형 소형 자동차가 아닌 트럭에 적용하여 다른 자율 주행 차량과 다르게 기업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트럭 외 다른 자동차에도 적용하겠으나 자율 주행 차량 주도권에서 이점을 지녔기에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전에 이것을 미끼로 제휴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가 어쨌든 제체 회장이 목표로 하는 건 다임러 AG가 주도하는 커넥티드 카 생태계이며, 단초는 테슬라에서 찾을 수 있고, 실리콘 밸리의 기술 기업도 견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발언은 여타 자동차 업체를 자극할 것이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다임러의 행보에 맞춰가려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해서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 사이에서 나올 경쟁이 어떨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