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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마이크로소프트가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증거


 마이크로소프트(MS)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세계 최고의 기업이지만, 수년 동안 모바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애플이나 구글 등 경쟁 업체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기존 사업으로 안정적인 운영은 할 수 있었으나 가파른 성장을 보여주진 못한 겁니다. 그 과정에서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증거
 
 지난 9월 10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습니다. 새로 선보인 태블릿인 아이패드 프로(iPad Pro) 시연에 MS가 등장한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워크(iWork)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군을 소개한 애플 관점에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경쟁사의 하드웨어를 지원하고자 자사 소프트웨어를 들고나온 MS의 행보는 곱씹을 필요가 있었죠.
 
 


 지난해부터 MS의 CEO로 활동을 시작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의 전략은 이미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는 취임 후 빠르게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자사 앱을 제공했고, 기업 고객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클라우드 전략에 맞춰서 소프트웨어의 요금 정책을 변경했으며, 어떤 플랫폼에서든 지속적인 MS 고객으로 남을 수 있게 했습니다. 실제 MS의 오피스 등 품질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으나 클라우드와 모바일 전략에서 구글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구글 드라이브의 문서 도구들은 부족한 성능이 지적되었음에도 많은 기업이 업무에 채용했습니다. BYOD(Bring your own device) 동향과 스마트폰, 태블릿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탓입니다.
 
 나델라 취임 전의 MS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미끼로 윈도 플랫폼 고객을 모으는 데 주력했었죠. 가령 윈도폰에 오피스 제품군을 무료로 설치한다거나 원드라이브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단지 그것만으로 유도하기에는 고객들은 더 많을 걸 포기해야 했으며, 포기하지 않는 대신 대체할 수단들이 생기면서 미끼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나델라는 초점을 바꾸어 어떤 소프트웨어든 윈도 고객으로 옮기기보단 이미 PC 시장에서 MS가 가진 지위로 윈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플랫폼에서 자사의 다른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도 MS 고객으로 남게 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접근을 한 겁니다. 윈도 10이 다시 데스크톱의 영역에 돌아갈 수 있게 디자인된 이유이기도 하죠.
 
 다만 MS의 전략이 나델라를 기점으로 크게 뒤집혔다기보단 나델라의 취임 당시 그가 했던 얘기를 상기해봐야 합니다. 그는 'MS의 전략은 모바일과 클라우드에 있고, BYOD 동향에 대응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최종 사용자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MS는 소프트웨어 회사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 컨퍼런스(Dreamforce Conference)에 참여한 나델라는 MS의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소개했습니다. 주목할 건 시연에 사용한 제품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였다는 겁니다. 앞서 애플 행사장에 등장한 MS나 MS의 제품 발표에서도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이제 와서 경악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델라는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시연한 아이폰에는 MS의 소프트웨어가 잔뜩 설치되었고, 나델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째서 전부 MS의 앱일까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이건 아이폰 프로(iPhone pro)입니다!'
 
 당연히 아이폰 프로라는 제품이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그저 애플은 생산성을 강조한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했고, 아이폰으로 많은 MS의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생산성과 연결하여 아이폰 프로라는 농담을 던진 겁니다. 그러나 실없는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에 이 발언은 MS의 근본을 매우 깊게 파고든 것입니다. 'MS의 소프트웨어는 어디든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하는 곳이 가장 강력한 영역일 수 있다.'라고 말이죠.
 
 모바일에 들어서 MS가 힘을 잃었던 건 대응이 늦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경쟁사들이 자사 플랫폼을 엄격하게 규제한 탓이 컸습니다. PC 시장에서는 MS가 그런 위치였기에 느낄 수 없었고, 시장의 흐름조차 자체적인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에 모든 경쟁력을 두었기에 발머가 CEO였던 당시 전략의 골자가 잘못되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플랫폼을 확장할 시기를 놓쳤음에도 새로운 방향을 찾지 않았던 게 발목을 잡았을 뿐이고, 나델라는 모바일이라는 더 큰 틀과 클라우드라는 매개체를 찾은 겁니다.
 
 그건 구글이 웹을 기반으로 여러 플랫폼에 대응하는 것과 마찬가지 모습입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모바일의 주력 사업으로 키웠지만, 여전히 중심은 웹에 두고 있습니다. 구글의 최종 고객은 웹에 상주하고 있으며, 덕분에 자사의 여러 제품을 iOS용으로 출시하는 데 거침이 없죠. 어느 플랫폼에서든 구글의 고객이 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따로 얘기하자면 애플은 하드웨어 구매자를 늘리는 게 목적이니까요.
 
 그럼 MS는 무엇이 목적일까요? 여태 그 해답을 MS는 내놓지 못했었습니다. 자사가 생산한 하드웨어를 판매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서드파티 제조사와 협력하여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건지 중심이 없었고, 가장 큰 자산이었던 소프트웨어는 미끼 역할이 돼버렸으니까요. 그렇기에 나델라의 발언은 의미가 있습니다.
 
 MS는 소프트웨어로 고객에 향하는 게 목적이고,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하드웨어든 운영체제든 어느 플랫폼이든 강력한 것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이폰 프로라는 농담에 들어있다는 겁니다. MS가 모바일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본연의 강점에서 찾았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이는 MS가 하드웨어 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힘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MS는 다음 달 6일에 새로운 윈도 10 기기를 선보이는 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이날 윈도 10을 탑재한 2종의 스마트폰과 서피스 프로 4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MS가 보여주는 전략대로라면 어떤 생태계나 하드웨어 성능을 강조하는 쪽이 아니라 iOS나 안드로이드 용으로 출시한 자사 소프트웨어 제품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야만 여타 플랫폼에서 해당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자극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건 단순한 미끼보다 소비자가 따지고, 고민할 수 있는 확실한 지점이 되겠죠.
 
 가령 애플 행사에서 아이패드 프로로 오피스 제품군을 소개했으나 서피스 프로 4에 별개의 특별한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직접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비교 대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필자는 초심으로 돌아간 MS의 전략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델라가 이끄는 MS에 더욱 관심을 둘 수밖에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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