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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이베이-페이팔, 실적이 분사 평가를 바꾸다


  지난 7월, 이베이 이사회는 페이팔 분사를 공식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페이팔은 거래 첫날 공모가보다 8.3% 상승한 41.63달러에 거래를 시작하면서 모회사였던 이베이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될 때 가치보다 33배 증가한 것입니다.


이베이-페이팔, 실적이 분사 평가를 바꾸다 
 
  수년 동안 이베이의 실적은 페이팔이 책임졌습니다. 그래서 분사 이후 기업 가치가 대부분 페이팔로 이동하고, 이베이의 매출을 급감하겠지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분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회사의 분사 이후 첫 실적이 발표되었습니다.
 
 


  페이팔은 분사 후 첫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015년 3분기 페이팔은 22억 6,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면서 예상치인 22억 7,00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대신 이익은 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나 상승했으며, 총 거래는 12억 2,000건, 전체 이용자도 400만 명을 추가하여 1억 7,30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총 거래액도 지난해 581억 달러에서 697억 달러로 늘었는데, 매출 감소를 빼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성장을 보인 셈입니다.
 
 특히 2013년 인수한 브레인트리(Braintree)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모바일 송금 앱인 '벤모(Venmo)'의 성장이 두드러집니다. 페이팔도 자체적인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결합한 벤모가 성장하면서 모바일 송금 시장에서 두 가지 카드를 가지게 된 것이었는데, 벤모의 3분기 총 거래는 21억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증가했습니다.
 
 다만 벤모는 아직 페이팔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단지 성장했을 때 페이팔의 판매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다면 페이팔이 이베이 거래량의 증가를 기대하지 않아도 모바일 결제 경쟁에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겨줍니다. 분사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죠.
 
 문제는 이베이입니다. 페이팔은 충분히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베이는 모바일을 밟고 선 오픈마켓 형태의 전자상거래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둔화한 성장을 페이팔 없이 지속하기 어려우리라 예측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분사 계획이 급물살을 탄 올해 초에는 이베이가 아예 매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던 터였습니다.
 
 그런 이베이는 3분기 5억 3,900만 달러, 주당 45센트의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 7,300만 달러보다 줄어들었지만, 예상치였던 주당 40센트를 웃돌면서 분사로 부정적이었던 예상보단 나은 실적을 보인 겁니다.
 
 


 사실 분사 후 이베이가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했던 건 실적 문제도 있었지만, 분사 과정에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블랙스톤의 칼 아이칸이 껴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이베이는 분사를 내년에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1월에 이사회에 참여한 아이칸의 압박으로 분사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분사가 완료되면 이베이가 매각될 것이라는 분석도 아이칸의 존재 탓인데, 페이팔이 다시 상장하면 이베이의 매도가 늘고, 페이팔로 옮기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며, 실적 악화가 겹친다면 이베이가 버티기 어렵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아이칸이 분사에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으니 이베이에 대한 평가도 점점 낮아졌던 거죠.
 
 하지만 3분기 이베이의 실적은 이런 평가를 쏙 들어가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칸은 분사 계획에 앞서서 이베이에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고, 페이팔 없이는 어렵다는 걸 짐작하도록 하면서 이베이가 분사 후 취할 수 있는 행동에도 제약을 걸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베이는 페이팔 없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전제를 내놓았습니다.
 
 되레 페이팔에 가려졌던 이베이가 전자상거래 부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이베이의 수익 구조를 페이팔이 아닌 전자상거래에서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전까지 이베이의 판매액보다 페이팔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이베이 주가가 더 요동쳤다면, 이제는 전자상거래만으로 대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출이 안정적이라면 페이팔의 실적과 상관없이 기업 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겠죠.
 
 반면, 페이팔도 이베이의 그림자를 신경 쓰지 않고, 결제 시장의 성과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우려했던 위기 상황이 아닌 두 회사 모두 충분히 가치 있는 분사였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적어도 이베이 매각설은 당분간 나올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이베이는 매출을 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3분기에 적극적인 구매자가 200만 명 증가한 1억 5,900만 명을 기록하면서 전자상거래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였습니다. 이것도 떨어져 나간 페이팔로 가벼워진 덕분에 돋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베이는 지난 7월,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9억 2,50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전자상거래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 페이팔까지 떨쳐냈으니 이베이가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됩니다.
 
 또한, 분사 이후에 이베이와 페이팔을 사업 제휴로 협력하기로 했는데, 양쪽 모두 긍정적인 실적을 낸 만큼 떨어졌을 때의 시너지가 동반 상승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도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