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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애플-구글-아마존-페이팔, 핀테크 동맹



 애플이나 구글의 은행업 진출 소문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통신사 진출과 함께 두 거대 기업이 기반 사업에서 경쟁할 것인가에 중점을 둔 소문이었죠. 아마존과 페이팔은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전자 결제 부문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한 사이입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는 결제 단말기를 놓고 가맹점 경쟁도 하고 있습니다.
 


애플-구글-아마존-페이팔, 핀테크 동맹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는 분명 도마 위의 생선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아주 풍부한 분야이고, 기술 업체들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에 따라서 기존 금융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래서 상기한 4개 업체가 손을 잡기로 했습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팔은 FIN(Financial Innovation Now)이라는 연합을 설립했습니다. 4개 업체 외 인튜이트(Intuit)도 FIN에 참여합니다. 명칭부터 핀테크를 노리고 있죠.
 
 4개 업체의 동맹은 뜻밖입니다. 애플이나 구글은 은행업을 준비한다는 소문의 주인공이고, 아마존과 페이팔은 페이팔이 이베이에 붙어있을 때부터 전자 결제 분야에서는 최전방의 경쟁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핀테크라는 한 분야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관계로 보이는데도 합심한 겁니다.
 
 그리고 인튜이트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인튜이트는 아마존이나 페이팔처럼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결제 단말기를 내놓기도 했지만, 기업에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주요 사업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강력한 두 모바일 플랫폼 회사와 전자상거래 최강자, 개인 결제의 독보적인 존재, 결제 솔루션 회사까지 고루 참여했죠.
 
 물론 이후에 다른 기업이 FIN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만으로도 생선인 핀테크를 어떻게 요리하게 될지 기대되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이들 동맹에 의미를 둔다면 '어떤 기업이 참여했느냐'보다는 '어째서 이들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핀테크이므로 기술 기업들의 참여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으나 기술 기업은 있지만, 금융 기업은 이들 동맹에서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미국 기업입니다.
 
 FIN 전무이사인 브라이언 피터스(Brian Peters)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대비하여 미국은 저렴하면서 안전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할 때이고, 미국 정부는 관련 규제들을 점검하여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FIN은 미국의 금융 규제를 풀어서 기술과 결합하는 데 용이하도록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 연합입니다.
 
 규제 상황을 따라야 연합체 내 기업들도 경쟁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미국의 금융 규제를 유리하게 가져온다는 미국 기업들만 참여한 것도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자국의 금융 기반 사업을 외국 업체에 넘겨주는 건 치명적이죠.
 
 또한, 금융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금융 기업들의 참여를 연합체가 원하지 않았을 여지도 큽니다. 이들은 금융 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 기업들이 금융 규제를 풀어내겠다는 겁니다. 핀테크의 활성화는 전자 금융 시장 파이는 키우겠으나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하는 금융 기업들이 환영할만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기술 기업들과 경쟁하거나 기술 기업이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실상 금융 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분야이죠.
 
 그건 기술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업체는 금융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금융 기업들의 도움 없이 기술 기업이 주도하여 규제를 풀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기술로 경쟁하든 핀테크 시장에서 금융 기업들이 기술 기업을 찾게 되리라는 겁니다.
 
 불꽃을 튀며 경쟁해야 할 것 같은 이들이 핀테크라는 하나의 분야에 뭉친 이유입니다.
 
 


 당연히 핀테크라는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거나 송금하는 등에 국한한 것이 아닙니다. 앞선 소문처럼 애플이나 구글이 민간 금융 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거나 아마존이나 페이팔이 신용카드를 대신하여 결제할 수 있는 솔루션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기거나 인튜이트가 기업 결제 솔루션을 핀테크 동향에 맞춰 재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가상 화폐 개념에 영향을 끼치거나 전자 계좌를 생성해주는 등의 훨씬 넓은 범위까지 진출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FIN이 어떤 활동을 보여주고,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만약 기술 업체의 주도로 핀테크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면, 미국의 금융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겠죠. 과연 FIN이 미국의 금융 규제 방안을 어디까지 벗겨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