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테슬라 기가팩토리, 리튬 딜레마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2월, 자체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GigaFactory)의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2020년까지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으로 전기차 5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하고, 2017년에 완공할 계획입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리튬 딜레마
 
 테슬라가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게 된 이유는 '배터리 가격'입니다. 대량 생산이라는 목적도 있으나 kW당 30% 이상 비용을 절감하여 좀 더 저렴한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는 것입니다. 지난 5월에는 가정용 배터리팩인 '파워월(Power Wall)'을 내놓기도 하면서 배터리 공급은 테슬라에 매우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가 리튬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세계 리튬 매장량의 80% 이상이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 쏠려있으며, 한국, 중국, 일본이 전세계 리튬 수요의 50%를 차지하고 있죠.
 
 리튬 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탓에 국내 기업들도 리튬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FT의 주장은 '중국의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중국의 리튬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가동하는데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 올해 리튬의 t당 가격은 지난해보다 15% 상승한 7,500달러 수준입니다. 테슬라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JB 스트라우벨(JB Straubel)은 '2020년이면 100만 대의 전기차에 70GW 규모의 리튬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도 2025년까지 리튬 수요가 11배 증가하리라 예상하기도 했죠.
 
 테슬라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여 기가팩토리를 추진했지만, 수요가 중국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리튬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리튬 생산 업체들과 별다른 계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리튬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면 테슬라는 점점 상승하는 리튬을 그대로 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거죠.
 
 FT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에 리튬을 공급하기로한 업체는 두 곳이지만,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완벽하게 가동하려면 연간 2만 4,000t의 리튬이 필요한데, 이는 작년 전체 리튬 생산량인 50,000t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로 두 업체만으로 테슬라가 원하는만큼 리튬을 확보하긴 어렵고, 그나마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높은 가격에 리튬을 확보하는 거란 것입니다.
 
 


 그냥 높은 가격에 리튬을 구매하여 배터리를 생산하면 될 법하긴 합니다. 어차피 전체 리튬 가격이 상승하는 거라면 어쨌든 자체 생산하는 쪽이 여타 전기차 업체보다 가격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FT의 보도대로라면 전기차의 가격은 낮추려는 테슬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내년에 일부 조기 가동할 예정입니다. 공장 규모가 큰 탓도 있지만, 내년 상반기 자사 네번째 전기차이자 3만 5,000달러 수준의 보급형 모델인 '모델 3'의 출시에 대비한 것이기도 합니다.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 S의 가격이 6만 달러, 첫 번째 SUV 모델인 모델 X의 가격이 8만 달러 수준이기에 모델 3의 출시는 전기차 보급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판매량을 매우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모델 3의 판매가 원활하다면 배터리 공급도 유연해야 하니 기가팩토리를 조기 가동하는 거죠.
 
 당장 모델 3의 출시까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전보다 판매량을 가파르게 올려야 하는 지점에서 테슬라가 목표한 비용 절감이 실현되지 않으면 이익 실현이나 더 낮은 가격의 전기차로 보급을 노리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겁니다. 저렴한 모델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기가팩토리를 통한 배터리 생산 규모는 다른 전기차 생산 업체와의 차별성을 테슬라의 경쟁력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될 수 있고, 본래는 그걸 기대했었으니 말입니다.
 
 높은 가격의 모델만 판매했던 테슬라가 저렴한 전기차 보급에도 성공적일 수 있을지는 테슬라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열쇠이므로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상태이고, 물러날 수 없다면 기가팩토리를 활용해야 하지만, 기가팩토리 가동에 원자재 수급이 어렵다는 딜레마에 놓인 셈입니다. 높은 가격에 리튬을 확보하는 방법은 가격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요.
 
 


 FT는 내년에도 테슬라에 리튬을 공급할 업체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내다봤습니다. 기가팩토리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기존 자동차 업체와 겨룰 역량으로 인식되었기에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지점입니다.
 
 그렇다고 테슬라의 기가팩토리가 못 쓸 물건이라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채굴이 아닌 해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고, 2020년이 되어서야 기가팩토리의 최대 생산량을 끌어낼 계획이므로 현재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합니다.
 
 대신 극복하지 못했을 때 테슬라에 대한 전망이 이전과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전에는 테슬라의 성장이 전기차 판매량에 있었지만, 점점 시장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