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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아이폰 5se로 노리는 2가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고가 제품보다 중저가 제품에 치중한 분위기입니다.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중저가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불편함이 작고, 새로운 고가 제품에 추가하는 기능이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면서 스마트폰의 사용 용도가 명확해진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애플, 아이폰 5se로 노리는 2가지
 
 애플은 중저가 라인 전략을 구세대 제품을 계속 판매하는 것으로 대체했지만, 2013년 출시한 아이폰 5c는 최초의 파생 모델로서 기존 아이폰 전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애플이 아이폰의 라인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단초인 제품이었죠. 그리고 다시 새로운 파생 모델에 대한 뜬소문이 등장했습니다.
 
 


 이달 초, 9to5Mac은 '애플이 4인치 크기의 아이폰인 아이폰 5se를 3월 15일 행사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해당 소식으로는 A9 프로세서, 나아진 카메라, 애플 페이 등 향상한 기능을 탑재하며, 16GB와 64GB 저장 공간으로 나뉘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 공개가 될지 두고 봐야겠으나 애플 CEO인 팀 쿡도 '작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고, 작년부터 떠오른 뜬소문이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강세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다시 아이폰 5c와 비슷한 파생 모델 전략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들어 애플 주가는 12%가량 감소했습니다. 유가 하락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아이폰 판매량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입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아이폰의 가격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가격 인하로 판매량이 증가할 수는 있으나 높은 마진으로 뽑아낸 이익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고가 라인의 가격 인하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방법이 아이폰 5c와 같은 파생 모델 전략인 거죠.
 
 문제는 파생 모델 전략이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아이폰 5c에서 확인했고, UBS의 분석가 스티브 밀루노비치(Steve Milunovich)는 보고서를 통해서 '아이폰 5se의 판매가를 500달러라고 했을 때, 아이폰 6 판매량 중 500만 대 가량을 잠식하고 매출 중 30억 달러 수준을 훔칠 것'으로 분석했다는 점입니다.
 
 대신 출시 첫 12개월 동안 78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영업 마진을 25%로 계산했을 때 19.5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하여 세율을 적용하면 15억 달러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12개월 동안 3,000만대 이상 판매한 것을 전제하여 아이폰 6의 판매량 감소로 줄어드는 이익을 아이폰 5se가 더 많은 판매량과 동시에 새로운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본 것입니다.
 
 필자는 여기에 몇 가지 전제가 더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아이폰 5se를 출시한다면 큰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인도이고, 두 번째는 교체 주기입니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뜨고 있는 시장입니다.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도'를 내세워 인도 제조업 부흥을 꾀하고 있는데, 아이폰을 생산하는 업체인 폭스콘도 인도에 공장을 설립했고, 애플은 인도에 애플스토어 설립하고자 인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기술 개발 센터를 건립하는 등 인도를 공략하고 있죠.
 
 그러나 인도의 대졸 평균 임금은 400달러 수준이라서 소비자는 아이폰 구매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아이폰 5se를 인도 시장을 노린 제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뜬소문대로 A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면 보급형 제품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한다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밀루노비치의 분석이라면 500달러의 아이폰 5se가 아이폰 6를 잠식한다는 것인데, 현재 보급형 라인인 아이폰 5s의 32GB 모델 가격이 500달러이고, 아이폰 6의 16GB 가격은 549달러입니다. 그런데 아이폰 6에는 A8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므로 만약 아이폰 5se에 A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면 파생 모델이면서 아이폰 6보다 나은 성능에 아이폰 5s의 가격을 가지는 것이 됩니다.
 
 아이폰 5se의 출시에 따라서 아이폰 6의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아이폰 6의 포지셔닝은 아주 애매해지죠.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아이폰 5se의 출시에 따라서 아이폰 6를 단종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 5se의 평균 가격이 500달러라면 아이폰 5s의 가격 정책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500달러라도 주목하는 시장인 인도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고, 그건 아이폰 5s에서 증명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폰 5se로 아이폰 6를 대체하는 대신에 아이폰 5s의 가격을 좀 더 낮추는 방향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나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아이폰 5s를 놔두고, 아이폰 6를 단종한다는 게 어리둥절할 수 있지만, 과거 애플은 아이폰 5를 단종하고, 아이폰 4s를 유지하면서 아이폰 5c를 중간 라인에 끼워 넣은 전례가 있습니다. 출시한 지 2년이 넘은 제품을 1년 더 보급형 제품으로 유지하고, 1년 된 제품을 단종하여 가격은 낮추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죠.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폰 5c가 아이폰 5의 성능과 같았던 것과 다르게 아이폰 5se는 스크린 사이즈가 작아지는 대신 현세대인 아이폰 6s의 프로세서를 탑재한다는 것이므로 아이폰 5c보다는 좀 더 높은 위치의 중간 라인을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달라진 이 중간 라인은 신흥 시장보다 기존 시장의 중저가 경쟁에 적합합니다. 이게 두 번째 이유인 교체 주기인데, 시장이 과도기 상태일 때 아이폰의 교체 주기는 1~2년 정도였습니다. 통신사 약정이 2년이고, 애플은 1년마다 신제품을 출시했기에 약정 기간에 맞추어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기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저가 시장이 부흥하고, 신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낮아지자 교체 주기는 2~3년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대형 통신사들은 2년 약정 플랜을 폐지하기 시작했죠.
 
 통신사의 이런 정책에 애플은 지난해 새로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아이폰 구매자가 일정한 요금을 내면,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을 때 기존 기기를 반납하고 새 제품으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이는 늘어난 교체 주기를 앞당겨서 판매량과 이익을 가져오는 방안인데, RBC캐피탈의 조사로는 6,400명 중 20%가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요한 건 주요 시장의 마지막 4인치 모델이었던 아이폰 5s 이용자가 교체 주기인 2~3년 사이에 껴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아이폰 5se가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 교체 모델은 아이폰 6가 되었을 겁니다. 2~3년 동안 아이폰 5s를 사용했다면 '신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크지 않은 수요'라는 의미이니 말입니다. 문제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신제품의 교체 주기는 당길 수 있지만, 이런 구세대 제품을 이용하는 수요의 교체 주기는 앞당길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수요가 큰 화면에 대한 욕구가 컸다면 이미 아이폰 6나 아이폰 6s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다는 건 화면 크기에 대한 수요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하고, 아이폰 6나 아이폰 6s가 구세대 라인이 되었을 때 해당 수요가 당연하게 아이폰을 교체할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신제품, 즉, 새로운 기능에 대한 수요도 아니고, 화면 크기에 대한 수요도 아니라는 건 더 긴 교체 주기를 유지할 여지가 아주 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뜬소문의 아이폰 5se가 등장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500달러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려면 3D 터치 등의 기술을 빠졌으리라 예상합니다. 다만 아이폰 5s를 사용하는 데 화면 크기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더 빠른 처리 속도를 원한다면 아이폰 5se는 매력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니 신제품 교체를 위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현 세대 프로세서라는 점에서 신제품을 구매한 느낌도 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기존 사용하던 아이폰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플랜이라면 중저가 경쟁에서 다수 수요를 계속 아이폰에 머물게 할 수 있겠죠. 여기서 한 가지 더 애플이 이득을 본다면 느려진 교체 주기로 애플 페이처럼 선점이 필요한 사업도 함께 성장이 느리다는 건데, 아이폰 5se에 애플 페이를 탑재하면 느렸던 교체 수요까지 곧장 애플 페이에 포함할 수 있게 됩니다.
 
 


 정리하면, 애플이 아이폰 5se를 출시한다면 아이폰 6를 단종하고, 아이폰 5s의 가격을 낮춰 인도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아이폰 5se는 신흥국을 대상으로 하기보단 기존 주요 시장의 느려진 교체 주기를 앞당기는 포지셔닝이 되는 거죠.
 
 당연하게도 실제 아이폰 5se가 뜬소문처럼 등장하리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대신 그 전제라면 아직 인도 시장에 애플 페이를 도입하려는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폰 5se에 애플 페이를 탑재한다는 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기한 것처럼 아이폰 6와 라인이 애매해지는 문제도 있다면, '아이폰 5se는 신흥 시장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는 명제가 옳다고 봅니다.
 
 이제 애플이 내달, 4인치의 아이폰을 손에 들고 나타날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