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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구글 길찾기보다 더 큰 의미 있다


 2012년, 애플은 구글과 결별하고, 새로운 지도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큰 논란이 생겼습니다. 독도가 죽도로 표기된 것입니다. 논란은 확산되어 애플에 항의가 이어졌고, 결과적으로는 일본어 설정에서만 죽도로 표기되며, 나머지 언어에서는 독도로 표기하게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죠.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구글 길찾기보다 더 큰 의미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확실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는 독도에서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의 지오태깅이 시마네현으로 표시되는 문제로 난리가 낫죠. 그때마다 필자는 지도 데이터 반출과 지도 데이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1일, 한국 IBM에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산업 규제 개선 및 글로벌 기업과 상생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6차 정책해우소'에서 구글은 구글 지도 서비스를 한국에서 본격화할 수 있도록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허용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국토지리정보원은 군사 시설 등 민감한 지역을 지도에서 제외하는 조건으로 해외 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답변을 냈습니다.
 
 여태 국내에서 지도 관련 사업을 하려면 지도 서버를 한국에 두어야 했습니다. 분단국가의 특성상 안보를 위해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검토 방안으로 국내 서비스에 도입되지 않았던 길찾기 기능 등의 추가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길찾기 뿐만 아니라 GPS를 활용한 외국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구글 지도의 기능도 기대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구글은 10년 가까이 한국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는데, 드디어 결실을 볼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이번 검토가 긍정적인 선례로 남는다면 외국 지도 서비스 업체들의 한국 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검토는 구글 지도에서 길찾기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안보를 이유로 지도 데이터 반출이 어려웠지만, 문제는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고, 국내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위성 데이터를 통해서 민감한 군사 시설 등의 파악이 가능한 상황이고, 오히려 해당 지역의 중요도를 모르는 외국 지도 서비스 업체들이 자사 서비스에 그대로 노출하는 바람에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은 수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실제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지도 서비스는 민감한 지역을 가려놓았기에 사용자의 대부분인 한국인은 눈치채기 어렵지만,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외국인들은 민감한 지역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죠.
 
 그건 상기한 독도 표기 문제에서도 드러난 것입니다. 당시 애플은 새로운 지도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일본 지도 데이터를 일본의 인크리멘트 P(INCREMENT P)사가 운영 중인 지도 서비스인 맵팬(MapFan)에서 가져왔습니다. 맵팬에 독도는 죽도로 표기되어 있으며, 해당 데이터가 고스란히 글로벌 지도에 반영되면서 독도가 죽도로 나타나게 되었던 겁니다. 만약 국내에서 개발된 지도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지고, 해당 데이터를 외국 지도 업체가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었다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건 비단 애플 지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한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서도 나타난 문제입니다. 한국에서는 SK M&C의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이는 한국에서만 독도와 동해를 찾을 수 있는 데이터이며, 외국에서는 글로벌 데이터를 이용하므로 독도가 리앙쿠르 암이나 동해가 일본해로 명기되는 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사실 지도 경쟁력만 가지고,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에 큰 기대는 하기 어렵지만, 도저히 해결 방안이 없었던 이전과 다르게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는 것으로 일본과 동등한 지점에서 논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직 검토 사항이고, 실제 지도 데이터 반출의 허용 범위가 어느 수준인지 자세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기에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조그마한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시선에는 큰 의미가 되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물론 의미가 독도나 동해의 표기 문제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구글 지도만 하더라도 국내에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가져가지만, 그 밖에 위치 기반 서비스의 등의 부재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다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좀 더 정교한 글로벌 지도를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지명을 정확하게 찾고, 기록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그동안 지도 반출 규제가 가로막은 답답함을 해소해 줄 것입니다.

이제 바라는 게 있다면, 이번 검토가 검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