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아이폰 SE가 영리한 전략인 이유


 개인적으로는 작은 크기의 스마트폰이 좋습니다. 4.5인치 이상 넘어가면 한 손에 잡기도 힘들고, 주머니에 넣기도 불편하니 말입니다. 손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이번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4인치의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했습니다. '아이폰 SE'입니다.
 


아이폰 SE가 영리한 전략인 이유
 
 새로운 아이폰이라고 했지만, 전작인 아이폰 5s의 외형을 물려받았습니다. 성능은 바뀌었지만, 성능의 획기적인 변화나 기능의 추가는 없었기에 공개 행사는 '애플 행사 중 가장 지루했다.'라는 평가이기도 하고, 아이폰 SE는 시장과 타협한 제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필자는 '애플,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하게 되다'라는 글을 통해서 '애플이 시장 요구에 맞춘 당연한 행보를 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폰 SE는 399달러라는 이전 아이폰과는 분명한 차이를 둔 가격으로 책정되었고, 이는 그동안 아이폰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접근하게 할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만 놓고서 아이폰 SE를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아이폰 SE의 가장 큰 강점은 '돌아왔다.'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겁니다. 애플은 신제품을 발표하면 구형 제품의 흔적을 빠르게 없애버리기로 유명합니다. 그나마 구형 제품을 계속 판매한 탓에 잔상 정도는 느낄 수 있었지만, 아이폰 4부터 아이폰 5s까지 내려온 케이스 디자인, 그리고 4인치라는 크기는 아이폰 5s 이후 사라졌기에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아이폰 SE는 이전 모습 그대로면서 성능만 올랐습니다. 이전 모습에 만족한 사용자라면 구매할 이유도 되겠지만, 핵심은 아이폰 C처럼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아닌 '과거 플래그십 모델이 저렴하게 돌아왔다.'라는 인상이 강한 탓에 여타 중저가 스마트폰과는 다른 가격 외 포지셔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는 아이폰 SE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영리한 면이기도 합니다.
 
 


 아이폰 SE에 대해서 남은 부품을 처리하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걸 떠나서 애플은 아이폰 SE로 2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4인치의 수요입니다. 4인치 제품이니 당연한 소리처럼 보이겠지만, 현재 4인치 아이폰에 대한 남은 수요가 가장 강력할 때입니다. 사양이 낮은 아이폰 5s로 교체하긴 싫고, 아이폰 6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이므로 교체 주기가 다가왔죠. 가장 강력한 시기일 때 4인치 아이폰에 대한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격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으나 이는 수요 동향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체적으로 아이폰 6보다 나은 성능이면서 단지 화면 크기가 작다는 것만으로 가격은 아이폰 6 아래입니다. 즉, 상기한 강력한 수요를 가격으로 당겨올 수 있을지, 아니면 결과적으로는 큰 화면으로 이동하게 될지 아이폰 SE의 존재로 나타나겠죠.
 
 물론 수요가 꼭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카니발리제이션을 일으킬 제품이라는 우려가 있을 만큼 명확한 라인이 아니므로 동향을 확인하기에는 적합합니다. 무엇보다 사양을 현세대 제품인 아이폰 6s와 비슷하게 가져왔기에 올해 하반기에 차세대 아이폰을 출시하더라도 아이폰 6s와 나란히 구형 포지셔닝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폰 C 때처럼 구분을 짓는 게 아니라 말이죠.
 
 그렇게 나란히 구형 포지셔닝을 잡아버리면 소비자가 선택할 것은 화면 크기 밖에 없습니다. 가격도 화면 크기에 따라서 결정될 테니까요. 오히려 아이폰 6가 징검다리 포지셔닝인 거죠.
 
 그래서 애플이 앞서 얘기한 2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앞으로 애플의 아이폰 라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내년에도 차세대 아이폰과 비슷한 성능의 4인치 케이스 아이폰을 출시한다면 어떨까요? 지금처럼 구형 제품의 포지셔닝을 계속 수정하면서 저가 라인을 형성한 것과 다르게 안정적이면서 지속해서 저가 라인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남은 부품을 처리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훨씬 빠르게 부품을 소진할 수 있겠죠.
 
 즉, 중저가 라인을 안정화하려는 실마리가 아이폰 SE인 겁니다.
 
 


 애플은 SE가 Special Edition의 약자라고 말했습니다. 애매한 포지셔닝에 어울리는 작명입니다.
 
 그러나 과거 아이폰 C와는 완전히 다른 포지셔닝입니다. 제품의 전체 라인으로 보면 애매하지만, 시장으로 보면 상기한 수요에 제대로 적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은 이전 애플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시도하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덕분에 경쟁사의 중저가 제품과는 다른 차별화가 가능했고, 애플이 여기서 중저가 라인을 안정화할 수 있다면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에 좀 더 수월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해당 지역 소비자로서도 안정적인 라인을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