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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블랙베리, 규모의 경제에서 밀렸다는 핑계

 RIM의 블랙베리는 이제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신제품이 출시 된지는 오래되었으며, 새로운 '블랙베리10'을 위해 재정비를 하는 모습만 근래 비춰지고 있습니다. 블랙베리 10의 정식 발매가 다가온 시점에서 RIM의 CEO인 손스텐 헤인즈(Thorsten Heins)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의미 심장한 발언을 합니다.






블랙베리, 규모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핑계


 'RIM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블랙베리는 규모의 경제에서 밀렸다.'


 헤인즈는 '매년 60갸의 단말기를 내놓는 제조사와 경쟁할만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며 '타 제조사에 블랙베리 10의 라이센스를 제공 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독으로 블랙베리 제품을 내놓던 RIM이기에 다소 파격적인 발언이기도 하지만, 궁지에 몰려있는 RIM의 한수로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가 계속 걸립니다.




규모의 경제




 헤인즈의 발언은 어느정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HP나 샤프, 팜 등이 잡고 있던 과거 PDA폰 시장은 굉장히 작은 시장이였고 거기서 큰 돌풍을 일으켰던 블랙베리로 성공했던 RIM이였지만, 지금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블랙베리는 완전히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안드로이드는 수많은 제조사를 거늘고 현재 3000개가 넘는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 규모면에서는 그 어떤 플랫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존재입니다. 차라리 안드로이드나 제조하는게 나아보일 정도로 RIM의 상대는 안드로이드의 규모에 밀려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은 그 안드로이드의 규모에서 전혀 밀려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iOS의 점유율이 안드로이드가 많이 차지하긴 했지만, 단일 모델로 비교했을때 수많은 제조사를 거느리고 있는 안드로이드에 밀린다는 느낌을 받기 힘듭니다. 그리고 그 아이폰의 위에 군림했던 것이 바로 블랙베리였고, 그 블랙베리가 규모의 경제에서 강자였던 적도 있었으며, 충분한 기회와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제와서 규모의 경제에서 밀린다는 것은 핑계로 보일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물론 블랙베리가 선택하기 어려운 기로의 상황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안드로이드 이전만 하더라도 윈도우 모바일을 제외하고는 각자 자신들의 OS를 가지고 OS를 통한 경쟁력을 발휘 할때 였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비즈니스 시장에서 OS의 경쟁력이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서 결정되던 시장이였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이 등장하고 파이를 뺏기는 통이 되버렸고, 안드로이드가 등장하자 OS의 경쟁력은 둘째치고 물량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RIM은 여기서 기존처럼 할 것인지, 새로운 시장 상황에 빨리 적응 할 것인지에 대해서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러고는 RPG게임이 반응이 식어가자 새로운 시스템을 더덕더덕 붙이고 액션게임 요소를 집어넣는 등 기존 방식을 지키면서 뒤늦게 적응하려 발버둥치다 이런 상황까지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그때부터 블랙베리 10의 컨셉으로 잡고 개발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고집부리다 된통 당한 것은 이제와서 변하지 않습니다.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과하고 자리를 내준 블랙베리가 이제와서 안드로이드 성공을 규모의 경제로만 판단한다는건 얼마큼 오만함이 넘치는 투정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자신감을 가지고 라이센스를 제공한다해서 이 규모의 차이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일까요?




라이센스




 블랙베리 10의 라이센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RIM 외 다른 제조사들이 블랙베리를 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해서 블랙베리 단말기를 늘려 규모의 경제에 부딪히겠다는 것이 RIM의 생각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RIM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의 경우 짝퉁 제품이 많이 나오더라도 별다른 제제가 없고 나름의 판매도 이뤄내는 이유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짝퉁 제품을 가지고라도 시장을 굴려 자금을 순환시켜야하는 것이 중국이기 때문에 별다른 제제가 없는 것입니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안드로이드는 성능이 매우 떨어지는 것이였습니다.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나 심비안에 비해서도 말이죠. 그러나 새로운 다양함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은 원했고, 그것의 공급량을 확대한 것이 안드로이드였습니다. 성능이야 어찌되었건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존재로써 팔려나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에와서는 그런 다양성이 어느정도 충족되자 소비자들은 좋은 성능의 제품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삼성과 HTC, 모토로라 외에는 제대로 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며, HTC와 모토로라도 거의 입에 풀칠 할 정도의 성적만 내고 있습니다. 더이상 다양성에 대한 기대감에 대한 소비욕구보다 '좋은 제품'에 대한 소비욕구가 더욱 커진 것이 스마트폰 시장입니다.


 단지 블랙베리가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유통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RIM이 단독으로 만들더라도 다른 좋은 평가의 제품들에 뒤쳐지지 않는 제품을 선보인다면 지금이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 블랙베리에 필요한 것은 기존 안드로이드 유저들을 블랙베리로 넘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정 연동이나 기존 블랙베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BIS의 정비, 쿼티제품을 통한 아이덴티티 유지 등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이고, 마켓의 보수와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확장성을 확보하여 블랙베리 10이 '좋은 제품'으로써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단순히 라이센서를 제공해서 다양한 블랙베리로 판매량을 늘려 볼 요량이라면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블랙베리 10

 



 '블랙베리 10'은 RIM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거의 하나 밖에 남지 않은 RIM의 절대수입니다.


 헤인즈는 인터뷰에서 '블랙베리가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며, 여전히 단일 모델로 4500만대나 판매하고 있다'며 'RIM이 레퍼런스를 제작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라이센스를 상상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세부사항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라이센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RIM의 절대수가 블랙베리 10이라면 라이센스를 제공하는 것에 부정적이며, RIM이 MS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길 바랍니다. 스마트폰이 안팔려도 컴퓨터나 임베디드 판매가 가능한 MS와 달리 라이센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얼마나 팔릴지 장담 할 수도 없고, 협력 제조사를 늘려만 놓고 정작 성적이 좋지 않다면 파트너들과의 마찰과 아무리 블랙베리가 우수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우스운 꼴로만 보이게 됩니다. 닌텐도가 마리오를 iOS에 제공하면 실적이 오를 것이라 입모아 얘기하지만, 그랬다간 닌텐도를 하나도 팔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RIM이 낳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오래기간 준비 중인 블랙베리 10을 RIM 단독으로 완벽하게 선보여 걸작임을 증명하고 이를 발판삼아 지속적인 자리매김이 가능 할 수 있도록 서두르지 말고 절대수를 둘 수 있길 바랍니다.


 RIM은 다시 한번 두가지 선택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떤 선택이 RIM에게 옳을지는 선택과 이후 결과를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과도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이기에 오히려 RIM에게는 준비 중인 블랙베리 10이 매우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핑계거리 만들어 내지고, 그리고 잘못된 생각도 하지 않고 새로운 블랙베리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